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2009년도 발표된 노래의 가사죠. 그 당시 저는 너무 어려서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보고 있는데 왜 보고 싶지? 심지어 남자친구가 있는 상황에서도 이건 좀... 했었죠.
그 가사에 정확히 공감한 건 아이를 낳고 나서였어요. 보고 있어도 계속 보고 싶고 눈에 넣고 싶고 눈을 떼고 싶지 않은 그 마음을 그제야 공감할 수 있었답니다.
너무 신기하죠? 눈을 떼면 떼는 순간 다시 보고 싶어져요. 그 사이 뭔가 놓쳤을 것만 같아요. 몇 초 밖에 안 되는 그 순간에 아이가 자랐을 것만 같아요. 그런 마음이더라고요.
신생아 시기, 눈에 넣고 싶던 그 시기를 지난 후 한동안은 미운 4살, 5살이었습니다. 그리고 요즘 다시 아이들이 보고 싶어도 보고 싶어지더라고요. 이유는 글쎄요...? 아이들이 너무 빨리 자라서일까요?
T스럽게 따져보기 전에는 몰랐는데 아이들이 정말 빠른 속도로 자라더라고요. 일 년에 10cm씩 자라는 걸 깨닫고 난 후에는 아이들 관절이 걱정될 정도였으니까요. 정말 이 속도로 자라다가는 나보다 커지고 나를 업을 지경이 될텐데... 그때가 되면 내 머릿속에 있는 그 귀여운 모습들이 갑자기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릴 것 같은 일종의 공포? 감이 들었습니다.
며칠 전 큰아이, 작은아이 모두 프로필 촬영이란 걸 했어요. 키즈모델이 되었거든요. 눈으로 볼 때는 몰랐는데 카메라를 거쳐 다시 보는 아이들의 얼굴은 제가 알던 모습이 아니었어요. 피지컬은 당연하고요. 눈동자의 깊이가 깊어져있었고 턱과 어깨 사이에 음영이 보이는, 그런 모습인 걸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제 마음이 급해졌어요. 내가 요즘 뭔가를 놓친 걸까? 아이들이 왜 이렇게 쑥 커버렸지? 생전 처음보는 디텍터의 요구를 찰떡같이 알아듣고 움직이는 아이들을 보니 마음이 바다처럼 울렁이더라고요.
그날 저녁 촬영 원본을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나만 너무 아이들에게 익숙해져 있었나? 아이들과 함께하는 행복을 너무 당연시했나? 매 순간을 눈에 담아도 모자랄 판인건... 아니었나?
아이들은 자라더라고요. 모르는 사이에 자라고 아는 줄 알았는데도 모르게 자라고. 새삼 아이들을 뚫어져라 바라봤습니다.
"엄마 왜 그렇게 봐?"
"엄마는 너를 보면 너무 행복해."
이 말에 세상을 다 가진 듯 웃는 아이를 보며 천 배로 행복해졌어요.
보고 있어도 보고 싶어요. 매일 그래요. 매 순간 그렇고요. 미웠던 날은... 더 보고 싶어요. 이 마음이 아이들에게 반의 반이라도 전해지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