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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 같은 시기를 지나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

by 레드카피


저는 85년생입니다. 생일이 안 지나서 만 39라는 숫자를 손에 꼭 쥐고 있어요. 인생 참 짧고도 길게 살고 있구나 싶고요.


고등학교 시절부터 지낸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툭- 그런 얘기를 했어요. 우리 20살 때는 참 어렸지, 우리 29살 때는 뭣도 몰랐는데, 우리 33살 때 결혼한 거는 조금 아깝다 그치? 이런 이야기들요.


지금 곤히 잠든 아이를 보니 이 녀석도 크면 지 친구들과 이런 대화를 하겠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 요즘 고민 있어, 나 요즘 오락가락해. 이 아이들이 그럴 때면 너무도 공감이 갈 거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공감이 가면 엄마인 나의 반응이 어떻게 나오게 될까, 이게 또 궁금해지더라고요.


같은 고민의 시기를 보내는 친구라면 나도 나도 이렇게 말할 텐데, 엄마인 나는, 그 고민의 시기를 이미 지나온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친구처럼 나도 나도 라고 하면 라떼는 말이야,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말이죠.


아이를 키우면서 어른이 된다고 하는 건, 본인이 지나온 시간들을 거울처럼 되돌아보게 되기 때문인 거 같기도 해요. 한번 더 나의 바보시절 또는 호시절을 되돌아보게 되고 만약 다른 길로 갔다면... 이런 상상도 해보게 되고요. 그리고 아이의 현재 느끼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다시 한번 느껴보면서 청춘을 추억하기도 하고요.


어른들의 표정 속에서 어떤 여유, 어떤 걱정들이 계속 떠돌아다니는 건 너무 잘 알아서였다는 걸,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란 걸 이제야 배우고 있습니다.


주말 동안 아이들이 부쩍 큰 듯이 행동하더라고요.

"누나, 내 방에 들어올 때 노크하고 들어와."

"지난번에 나랑 약속했잖아. 그럼 지켜야지."


부지런히 돌려보기 하고 있어요. 머릿속과 제 어린 시절을 말이죠. 조금이라도 너희를 이해할 수 있고 다독여줄 수 있다면 무의식의 밑바닥까지 끄집어낼 수 있어!라고 외치고 싶을 지경이랄까요? 그렇게 공감을 하고 대화를 하면서 소용돌이를 함께 헤쳐나갈 수 있다면 뭔들 못하겠어요.


그 시기에 나를 잡아준 사람 역시 내 엄마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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