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내가 너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이유가
그 내용이 합당하지 않아서인가, 그냥 내가 귀찮아서인가
엄마인 나와 아이들 사이에서 피어오르는 생각이죠.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아침으로 모닝빵을 구워 딸기잼을 바른 뒤 아이 접시에 놔요. 그런데 하는 말이 자기는 밥에 김을 싸서 먹고 싶대요. 시간을 보니까 여유가 있어요. 밥도 데우고 김도 싸주고 할 시간이요. 그런데 순간적으로 고민을 합니다. 그냥 빵을 먹으라고 할까?
또 있어요. 자려고 누웠어요. 그런데 하는 말이 손가락 끝이 까졌대요. 밴드를 붙여야겠대요. 보니까 쥐똥만큼 긁혀서 굳이 붙이지 않아도 되는 상태예요. 밴드는 저 멀리 안방에 있고요. 또 고민을 하죠. 그냥 자라고 할까?
단순한 예를 들었지만 복잡하고 심각한 경우도 더러 있어요. 차에 물통을 두고 그냥 집으로 올라왔는데 아이가 꼭 그 물통을 내일 학교에 들고 갈 거라고 한다든지(주차장이 멈), 아이가 7층 우리 집까지 계단으로 올라가고 싶어 한다든지, 땡볕 놀이터에서 그네를 밀어달라고 한다든지... 여러 상황들이 있습니다.
물론 엄마도 사람이에요. 모든 요구를 다 들어줄 수는 없죠. 들어주지 않는 이유가 귀찮음이라면 그건 반성해야겠다고 문득문득 마음을 다잡습니다. 아, 피곤함이랑은 다른 거예요.
오늘 아이가 잠들기 전에 저에게 그러더라고요.
"내일 토마토 스파게티 해줘."
머릿속으로 생각을 했습니다. 장을 봐야겠구나. 내일 내 스케줄이 어떻게 되지? 동선이 좀 꼬이긴 하더라고요. 그래도 시간이 부족하진 않더라고요.
"그래. 내일 맛있게 해서 먹자."
그리고 제발 내일도 나의 귀차니즘이 발동하지 않고 무사히 하루를 보내길 기도했어요. 간단한 하나를 들어주지 않으면 더 큰 요구도 들어주지 않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그런 일은 일어나면 안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