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으로부터 특명이 떨어졌습니다.
식사를 제대로 해라
제가 핼쑥해졌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밥은 먹고 다니냐? 는 잔소리가 이어졌습니다.
"내가 무슨 핼쑥해져. 그대로구만."
일단 대꾸하고 수영장에 가서 몸무게를 쟀는데 이런...!
핼쑥해 보일 만큼 몸무게가 빠진 거예요.
아니. 살 빠지면 좋은 거 아니냐! 자랑하냐! 하는 분들 계실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그런데 건강하게 다이어트를 하는 거랑 전후맥락 없이 살이 쭉- 빠지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예요. 사람이 피곤해 보이고 안되어 보이고 나이 들어 보이죠. 어디 아프니? 소리를 주로 듣게 되고요.
집에 돌아와서 곰곰 생각해 봤어요. 내가 뭘 제대로 안 먹고 다녔나? 되돌이켜보니 네, 그렇더라고요.
아침은 아이들이 남긴 거 처리. 점심은 커피 또는 그냥 패스. 저녁은 애들 식단에 숟가락 하나 추가. 네, 그렇더라고요. 그렇게 하는 게 너무 당연해서 제 자신은 눈치도 못 채고 있더라고요.
함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친구에게 너네는 식사 어떻게 하니? 물었습니다. 비슷한 말이 되돌아오더라고요. 머리는 땡 맞는 느낌이었어요.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금명이가 상견례를 하는 자리에서 해물탕을 시부모님께 떠드리는 장면이죠. 실한 건더기들은 시부모님과 부모님, 예비신랑 국그릇에 다 덜고 자신은 남은 찌꺼기 같은 국물만 담습니다. 애순이(문소리)는 독백해요.
그러지 말걸. 그러지 말걸. 여지없이 본 대로 자라는 것을.
귀한 자식에게 귀한 것만 보여줄 걸 그랬다.
내 거울 같은 자식에 가슴이 내려앉았다.
애순이도 시집살이하면서 자신의 그릇에는 늘 마지막 거, 남은 거 이런 거만 펐거든요.
요즘 전 제 밥그릇에 좋은 걸 담으려고 노력합니다. 아이들이 보잖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내 몸이니까요.
엄마들. 아이들 식단에 숟가락 하나 얹지 말자고요. 아이들 못 먹는다고 마라탕 참지 말고, 아이들 밥 차린 뒤에 귀찮다고 대충 때우지 말자고요. 식탁 위 엄마 지분이 가장 커야 한다고 이제부터 생각하는 걸로 해요. 알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