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도 둘째도 한번 꽂힌 건 끝장을 보는 편이에요. 숙제든 할 일이든 열심히 하는 편이고요.
얼마 전 지나가는 말로 예습보다 중요한 건 복습이야,라고 했더니 첫째가 수학 문제집을 들고 나오더라고요. 이전에 풀었던 문제집에 딸린 형성평가 뭐 그런 얇은 문제풀이였어요. 그리고는 그 문제들을 이틀 만에 해치워버리더라고요. 양이 꽤 되었는데 말이죠.
그러고 나서 엄마를 향해 짓는 미소에 담긴 그 만족감이란.
그래서 대답했습니다. 스스로 열심히 한 거 아주 멋져. 최고야.
그런데 힘들 때는 꼭 쉬어야 해. 알았지?
사실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너무 열심히 하지 마, 였어요. 초등학교 1학년 밖에 안된 아이가 너무 과몰입해서 뭔가를 하다가 지치지 않기를 바라거든요. 하지만 열심히 한 후 칭찬해 줘! 하는 표정으로 절 바라보는 얼굴에게 어떻게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고 하겠어요? 참 어려운 순간이었습니다.
너무 열심히 하지 마. 적당히 열심히 해. 정말 이상한 표현이죠. 긴 인생 살아야 하는 아이가 스타트 지점에서 지치지 않길 바라는 엄마의 표현이 이렇게나 어색합니다.
어린 시절을 돌아봤을 때 열심히 하던 순간들은 참 힘들었어요. 허리도 아팠고 머리도 아팠고 불안하기도 했죠. 그 시간들을 다 보내보고 나니 내 아이는 좀 안 힘들었으면 좋겠네.. 하는 마음이 생겼나 봐요.
하지만 어떤 선생님이 그러더라고요. 힘듦이 없고 시련이 없으면 발전도 없고 단단해지지도 않는다고요. 맞는 말이에요. 온실 속 화초는 세상 밖에서 가장 빠르게 시들 뿐이니까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엄마 마음이란 게 또 있는데.
아이들은 아마 오늘도 뭔가에 꽂혀서 최선을 다할 거예요. 저는 또 열심히 응원을 할 거고요. 하지만 속으로는 또 생각할 거예요.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고. 그저 즐기라고. 재미있고 신나기만 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