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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맘대로 날 두근거리게 만들어

by 레드카피


드라마 대사 아닙니다. 제 얘기예요. 네. 자꾸 두근거리네요. 방어력은 0입니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훅- 하고 들어오는데 피할 도리가 없어요. 그냥 두근거려야 해요.


아들 녀석은 내 어깨에 가만히 기대옵니다. 그러고는 아몬드 같은 눈을 또르르 굴려 절 올려다보죠. 그리곤 작디작은 손가락을 꼬물꼬물 거리면서 제 손에 깍지를 껴요. 숱한 연애와 결혼 생활 와중에도 이런 설렘은 없었든 거 같은데. 그냥 심쿵이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그런 설렘이에요. 깍지손이 이렇게 귀여운 거였단...!


그리고 좋아하는 소시지를 냠냠 먹다가 하나를 척- 하고 건넵니다. 그리고 하는 말이,

엄마 먹어, 이건 맛있는 거니까


남편한테 미안하지만 그대가 구워주는 고기보다 훨씬 맛난 소시지였다고 속으로 외쳤네요.


딸 녀석은 오늘 그래요. 동생한테 자기가 그린 그림을 보여주면서 "내가 좋아하는 4번째 사람이 여기에 있어. 맞춰봐."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네 번째? 나야? 나 여깄네." 저그들끼리 킥킥거리며 웃고 떠듭니다. 그리곤 지 누나한테 물어요. "첫 번째는 누군데?" 딸내미 말하길,


당연히 엄마지


어느 날은 저에게 툭- 종이를 내밉니다. 이게 뭐냐는 물음에 편지야,라고 대답하는 딸아이. 열어보니 본인이 아는 온갖 사탕 같은 표현들이 가득해요. 그리고 마지막은 사랑해. 마치 오다 주웠어 같은 이런 기법은 대체 어디에서 배운 걸까요?



아... 제발. 심장이 남아나질 않습니다. 아이들이 친 약이 제 마음속에 들어와 약발을 제대로 발휘했는지 오늘 저녁 식사 시간에 장난을 쳤는데도 설렁설렁 넘어갔어요. 혹시 굉장히 짜임새 높은 아이들의 계획이었을까요?


이런 순간들이 계속 날아옵니다. 마음을, 심장을 펀치 하는 순간들이요. 혹시 사춘기 시기에 못 누릴 행복을 땡겨 쓰는 거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들기도 해요. 그러다가 그냥 허허 웃고 말아요. 아이들이 또다시 사기적인 눈웃음으로 절 바라보고 있거든요.


어쩌면 엄마에게 갭이 아주 아주 큰 채찍과 당근을 번갈아 주기 때문에 그 감동이 더 큰 건지도 모르겠어요. 왜 있잖아요. 한창 못하다가 한번 잘하면 그렇게 고맙고 좋을 수가 없는 그 감정 말이죠. 웃자고 하는 얘기긴 해요.


내일도 엄마인 저를 들었다 놨다 할 아이들.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을 무장해제 시켜버리고 바보 같은 웃음을 짓게 만드는 힘을 지닌 아이들. 어디서 이런 요망한 것들이 태어났는지.


지들 맘대로 어른을 화나게 했다가 두근거리게 했다가 아주 그냥, 사랑스러워 죽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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