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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카피 Oct 30. 2022

엄마는 몇 살이야_010. 솜사탕

엄마의 풋풋한 추억에 너의 웃픈 끈적임을 더해




♪엄마 손잡고 나들이 갈 때 먹어본 솜사탕♪

♪후후 불면은 구멍이 뚫리는 커다란 솜사탕♪


어린 시절 나들이의 로망은 언제나 솜사탕이었다. 맑은 날씨에 구름처럼 폭신한 솜사탕은 정말 예뻤다. 게다가 달콤하기까지! 내 기억 속의 솜사탕은 늘 동화 같고 귀여웠다. 4살 된 내 아이가 온몸에 솜사탕을 묻히기 전까지는.


처음은 귀여웠다. 입가에 솜사탕을 잔뜩 묻히고 헤헤 웃는 모습이 참말로 깜찍했다. 이 날은 첫째만 데리고 나들이 간 날이어서 손도 한가했다. 때마침 서늘했는지라 바람따라 날리다가 찌부러지는 솜사탕의 모양새도 웃겼다. 물티슈 잔뜩 가져오길 잘했다 하면서 우리 엄마도 내 손을 이렇게 닦아줬겠지 했다.

두 번째는 당황했다. 첫째와 둘째가 같이 솜사탕을 들고 뛰기 시작하지 얼굴과 손은 문제도 아니었다. 날도 더워 설탕은 곧바로 반짝이며 녹아내렸다.

"저 옷 어떡하지?"

물티슈의 대활약과 나의 땀방울을 보며 다시는 아이들에게 솜사탕을 사주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절반은 내가 먹게 되는 저 예쁘기만 한 불량식품에게 영원히 안녕을 고하리라.

세 번째는 능숙해졌다. 솜사탕 막대기에 일단 물티슈부터 둘둘 감고 아이들의 손에 쥐어줬다. 그리고 물수건을 추가했다. 두 아이의 간격을 벌렸다. 그리고 내가 몰래몰래 얼른얼른 집어 먹었다.



머리는 반드시! 묶어주어야 한다.



육아도 일이다. 같은 일을 반복해서 하다 보면 요령이 생기고 방법이 생긴다. 최대한 고생을 줄이고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려는 방법을 고심하게 된다. 엄마의 최대 고객은 물론 아이들이다. 사달라는 솜사탕을 무조건 금지할 순 없다. 대신 횟수를 줄이고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줄이는 게 현명하다. 그 포인트에서는 엄마들 개개인의 노하우가 다채롭게 발휘될 것이다.


아이들의 기억 속에 솜사탕이 엄마가 먹지 말라고 했던 불량식품으로 기억되는 것보다는 하늘을 떠다니는 것처럼 달콤한 구름 사탕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 첫 입부터 마지막 입까지 덜 묻히고 덜 끈적거리게 먹어줬으면 하는 마음. 두 마음 모두 엄마 마음이다. 때론 전자의 마음에 손을 들기도 하고 때론 후자의 마음에 손을 들기도 한다. 솜사탕뿐만이 아니다. 촉감놀이, 구슬놀이, 클레이, 계란 깨기, 요리놀이, 시작보다 끝에 더 손이 많이 가는 대부분의 아이템들 앞에서 엄마의 마음은 두 조각 난다.


"앗 자기! (아주 작게) 솜사탕 있어 솜사탕. 저쪽으로 돌아서 가자."

솜사탕 차 50m 앞에서 엄마 아빠의 눈치 싸인이 바쁘게 움직인다. 아이들의 눈이 빠를까 엄빠의 발이 빠를까. 오늘은 아이들의 눈이 더 빨랐다.


얼굴보다 커서 먹을 때는 진짜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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