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일기도 잊게 만든 연휴 끝.

by 레드카피

방금 아이들이 잠들었어요. 벌써 밤 10시가 넘었네요.


긴 연휴였어요. 토요일부터 시작된 연휴는 무려 토일월화수목금토일, 9일이나 계속되었습니다. 중간에 대체휴일과 퐁당이 끼어 있어서 이렇게나 긴 연휴. 그리고 엄마로서는 만감이 교차하는 연휴였습니다. 화요일, 금요일에 쓰기로 약속한 글도 빼먹었어요. 정신이 없고 시간이 없다는 이상한 핑계에 묻어뒀는데 영 무시하기는 힘들었고요.


연휴가 길어지면 마음에 두 가지 감정이 싸워요. 나도 놀고 싶다 그리고 놀면 다음날 힘들다. 다들 아실 거예요. 연휴가 되면 일단 좀 풀어져서 저녁때 술도 마시고 이야기도 길게 하고 그러잖아요. 요즘은 딱히 친척을 만나지 않아도 남편과 둘이 두런두런 길게 이야기하는 연휴를 보내곤 해요. 그런데 3일 정도가 아니라 이렇게 3배로 길어지면...

하루 이틀 정도는 술 좀 마시고 영화도 한편 본 후,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어도 버틸 수 있어요. 아이들이 아침 일찍 두드려 깨워도 이틀정도만 버티면 유치원에 가니까요. 그러면 낮에 쉴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연휴는 정말 장기전이었어요. 아침을 몇 번이나 맞이해도 연휴가 안 끝나는 거예요. 아이들은 집에 있으니 좋다고 낄낄거리는데 왜 내 얼굴에만 다크서클이 한주먹씩 내려오는지.


하지만 힘들다고 집에만 처박혀 있을 수만은 없어요. 부모가 된 이후로 켜켜이 쌓인 책임감이 참 무섭더라고요. 아이들이 없던 시절, 오기와 열정으로 아침에 일어났다면 이젠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아침에 일어나게 돼요.


어쨌든 이렇게나 긴, 황금똥 같은 연휴가 끝이 나긴 하는구나 실감이 됩니다. 며칠 동안 먼저 지쳐 쓰러지느라 아이들 잠든 얼굴을 제대로 못 봤는데 오늘은 제대로 잠든 얼굴을 보고 방문을 나섰으니까요.

"연휴 길어서 좋았어."

생글생글 웃으며 말하는 아이에게

"응 엄마도 좋았어."

반 진심 반 거짓말 같은 대답을 해줬습니다.


이 시절도 금방 가겠죠. 곧 지들 친구들끼리 꿍짝꿍짝 약속 잡고 우리 보고는 엄빠끼리 놀아라 하겠죠. 그전에 실컷 이 고난을 즐겨야겠어요. 길어야 몇 년이니까요.

갑자기 잠이 안 오네요. 하하.


IMG_8962.JPG


keyword
월, 화, 수, 목 연재
이전 03화불행해도 행복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