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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가운 무스탕 Dec 28. 2021

<글쓰기> 브런치 작가가 진짜 되었다!!

뉴키즈 온 더 넷

일어나니 9시, 오늘은 일요일.

침대 머리맡 핸드폰을 켜서 카톡 온 게 있나 확인 후, 일어나 보았다.


거실로 나오니 어젯밤 흔적들이 남아있다.

거진 2년 만에 카 오서들이 모였었다.

다들 엄청난 24층, 남산 뷰의 꾐에 빠져 2주 전부터 설레었던 것 같다.

두시에 퇴근하는데 세시반에 모이자고... 오랜만의 외출이라며 들떠 있더라니.


정확하게 2시 3분에 일을 마쳤다.

집에 의자가 부족해서 병원에서부터 접이식 의자 세 개를 캐리어에 담았다. 그걸 끌고 지하철을 타고, 마을버스를 타고 집까지 가는 게 오늘의 목표.

몇 정거장 남겨두고 순중이에게 톡을 보냈다.

어디쯤? 잠원이라면 내가 늦겠다... 그렇지만 내가 먼저 도착했더니만 이렇게 톡이 왔다. 아 너무 웃김.

개찰구에서 반갑게 손을 흔드는 순둥이. 여전하다. 손에 바리바리 선물을 싸들고 와서는 의자가 든 내 캐리어까지 끌어준다.


3시 12분 버스를 기다리면서 이야기 삼매경. 50일 전 대학 때 친구의 부고를 전하며 '넌 아픈데 없지?'라고 했더니 고등학교 친구의 부고를 말해주며 본인은 건강하다고 했다. 그밖에 친구들의 안부를 묻고 떠들다 보니 마을버스가 도착했다. 버스 안에서 주변을 살피면서 '내가 사는 동네랑 비슷하다' 그러면서 좋은 소식 있냐며... 난 없다고 했고. 우린 다시 고등학생처럼 재잘대기 시작했다. 결국 엘리베이터 안에서 18세, 하굣길에 '결혼이 필수냐, 선택이냐'를 이야기하던 그때로 돌아갔다.


집에 와서는 적막한 느낌이 들어 티브이를 켰더니... 티브이가 앙증맞단다. 형편이 어려워서 못 산건 아닐 테고... 관심이 없냐며... 없다 그랬다. 그렇다. 여긴 살림집이 아니라고. 내가 가진건 삼곱하기 오 책장 5개와 옷, 필수 가전제품 밖에 없다고 했다. 수저도 세 세트밖에 없어서 오늘 나무젓가락을 충분히 준비했다고 했다. 75인치, 삼백만 원대 티브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또 다른 친구가 도착했다.


뭐 먹을까. 배민 어플을 열었다. 낙곱새? 대자 두 개를 시켜야 하나? 아니야 한 개만 시키고 다른 거 또 주문하자. 고기 먹자. 아 그럼 여기 맛집 있어. 매번 동생이 시켜줘서... 전화해봐야겠어. '응. 알겠어. 고마워.' '금남시장 한마음 왕족발'을 검색해서 주문을 완료했다. '띵동 띵동' 벌써 낙곱새가 배달됐다. 예정시간보다 26분 빨리 배달됐다고 알림이 왔길래, 좋은 후기를 남길까 하다가 그냥 말았다.


오기로 한 친구는 네 명인데, 아직 두 명이 안 왔다. 한 명은 미리 와서 주변에서 기다린다 했는데... 네시 반인데도 감감무소식이고, 한 친구는 세시반이 약속시간이지만 다섯 시까지 도착하는 걸 목표로 하는 친구이다. 결과적으로 다섯 시까지 오겠다는 친구는 그 보다 빨리 얼굴을 내비쳤고, 먼저 오겠다는 친구는 다섯 시 45분쯤 선물을 바리바리 싸들고 왔다. ㅋㅋㅋ 마을버스 타고 나와 같이 집에 입장한 친구는 집 앞 치과 치료도 다 받고, 신세계 들러서 와인과 디저트까지 사들고 왔고, 아들 생일파티 시간에 맞추어서 아쉽게 돌아갔다. 정각에 온 친구는 선물은 카톡으로 내가 원하는 걸 보내주고 제시간에 와서 다섯 시에 왔던 친구와 마지막까지 오래 있다가 갔다.


마지막까지 있다가 지하철 타러 간  친구들이 뒷정리를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는데, 나를 잘 아는 다섯 시 깜묵이는 '괜찮아. 누나 난 지금 치우지도 않을뿐더러 낼 아침에 일어나서 한꺼번에 쓰윽 버릴 거야'.


일장춘몽.

거실 탁자 위 어젯밤 잔해들을 보니, 웃고 떠들던 게 너무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다시 친구들에게 소회를 톡으로 남기고, 유튜브를 열어서 '뉴키즈 온 더 블록'을 계속 재생 중이다. '이름값' 130화, 배태랑 씨 이야기를 듣다가 그의 아버님 배몽기님께 감동받아 웃다가 드디어는 이렇게 글까지 쓰게 되었다. '나 브런치 작가 되고 싶어.' 그래서 오늘 글 제목은 '뉴키즈 온 더 넷'이야. 그래, 난 역시 써내야 해. 의무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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