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님 싸인
사기 한번 당하고 새로 산 내 돈 내산 노트북
평소 집에서 사용하는 노트북은 게이밍 노트북에 17인치라 상당히 무겁다. (약 4kg) 이 무거운 것을 몇 년간 메고 다녀서 그런지 허리도 많이 아프고 해서, 운반용으로 캐리어를 샀다. 17인치 노트북이 들어갈 만한 캐리어를 사서 돌돌돌 끌고 다녔다. 허리도 안 아프고 너무 편했다. 행여 노트북에 충격이 갈까 봐 공기가 한껏 들어 부풀어진 대형 뾱뾱이에 감싸서 넣었다.
며칠 지나니 이것도 번거로웠다. 매번 여행 가듯 캐리어를 챙겨야 했고, 특히 비 오는 날엔 쥐약이었다. 한 손엔 우산을, 한 손엔 캐리어를 끌고 버스를 타기란 아주 번거롭고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차라리 작은 업무용 노트북을 사는 것으로 시선을 돌렸다.
유명 브랜드의 노트북은 200만 원에 근접할 정도로 비쌌고, 이름 없는 브랜드도 50만 원은 족히 넘어갔다. 그래서 다시 중고 노트북으로 눈높이를 낮췄다. 브랜드 중고는 여전히 50만 원이 넘었고, 이름 없는 중고는 좀 내구성에 의심이 갔다.
눈높이를 낮추고, 낮추고, 낮추다가 다시 눈높이가 올라갔다 내려가기를 반복하다가 최종 발견한 것이, 클라우드 펀딩을 성공해 노트북 제작을 한, 한 중소기업의 노트북이 눈에 들어왔다. 이름하여 베이직북. (리뷰이므로 이름 노출합니다.) 베이직스라는 작은 회사에서 소비자들에게 미리 펀딩을 받아 그걸로 제작한 한정수량의 노트북이 있었다. 사양도 그렇게 딸리지 않고, 로고 하나 안 박힌 아주 깔끔한 외장을 가진 가볍고 작은 노트북이다. 사양 자체는 동급과 비교했을 때 상위 수준이었다. RAM 8G, SSD 256G로 사무용으로는 부족함이 없다. 사무용으로는.
이 제품은 이미 제작/판매가 끝난 터라 중고로 밖에 구할 수가 없었다. 정가는 40만 원가량이었고, 주황색 말밥 App에서 중고가는 20만 원에 형성되어 있었다. 며칠간을 잠복수사 아니 잠복하고 기다리다가 20만 원 미만에 나오면 냅다 연락을 했다. 그러나 이미 팔렸거나, 선예약이 되어 번번이 허탕을 치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 판매자가 12만 원에 올린 것을 발견하였다. 최신 버전은 2세대이지만 해당 물건은 1세대로 구버전이었다. 그래도 12만 원이면 상당히 싼 편이었다. 채팅을 걸어 구매의사를 밝혔다.
"14인치 노트북 구매하고 싶어요!"
"네, 12만 원입니다."
"아, 혹시 바로 구매할 테니 10만 원에 주실 수 있나요?" - 이른바 쿨 거래로 네고를 걸었다.
"음.... 그렇게 할게요."
아싸!! 이 짜릿함은, 경매 당첨된 느낌처럼 아드레날린이 무진장 분비되는 쾌감을 얻을 수 있는 그런 기분이었다. 해당 판매자와 일요일 아침 7시에 약속을 잡고, 해당 장소로 갔다. 다행히 집 근처라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10분 전에 도착해서 판매자에게 채팅을 남겼다.
"도착했습니다~"
"...."
뭔가 싸~했다. 대부분 늦어도 10분 이내에 답이 달려야 하는데, 20분이 지나고 7시 10분이 넘어도 답이 없었다.
"언제 오시나요?"
재차 채팅을 보내도, 감감무소식이었다. 새벽까지 일하는 사람이라고 하던데, 잠이 든 건가?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이는 수업 시간에 숙제 검사가 있는데, 집에 놓고 왔다는 것을 알아챘을 때의 싸늘함이었다.
그렇게 30분, 40분, 50분을 기다리다가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안 받았다.
결국 1시간을 기다리다가 바람맞고 되돌아왔다. 이른바 노쇼 사기였다.
다행히 돈을 미리 입금하지 않았기에 금전적인 손해는 없었으나, 시간과 체력과 감정을 낭비하게 되었다...
하루 지나 그 판매자한테 연락이 왔다. 잠이 들어서 못 봤다고... 미안하다고. 물건을 직접 가져다줄 테니 거래하자고 말이다. 억울함과 분함이 조금 남아 있긴 했지만,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화내지 않고, 다시 약속 시간을 잡았다. 수요일 저녁에 거래하는 것으로. 그래도 다시 거래가 재개되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드디어 오늘, 수요일 거래하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기분 좋게 출근을 하고, 저녁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이 노트북에 맞는 케이블도 미리 사고, 어떤 파우치, 어떤 스킨을 사서 붙일까 하는 즐거운 쇼핑을 하고 있던 차에 해당 판매자로부터 채팅이 왔다.
"죄송합니다."
머? 죄송해? 왜? 갑자기? 오늘 거래하는 날인데????
"미안합니다. 안 팔기로 했습니다."
머? 안 팔아? 왜? 당일에? 미안해서 갖다 주겠다며? 내가 그럼 미안해지니 다시 만나서 거래하자고 해줬잖아?!! 내 호의가 뭐가 되는데?? 이런 속마음을 꾹 누르며 대꾸했다.
"왜요? 오늘 거래하기로 했잖아요?"
"미안합니다. 친구가 준 건데, 제가 막 팔기는 좀 그래서 다시 친구 주려고 합니다."
"아니 안 팔 거면 왜 판매글을 올렸습니까? 이거 사기 아닙니까?"
"미안합니다. 판매글 내리겠습니다."
"아니, 말을 그렇게 바꾸시면 어떻게 합니까? 저는 살 거니까 만납시다."
"미안합니다. 안 팔기로 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와,, 진짜 화가 나는 것을 넘어서 어이가 없었다. 며칠을 질질 끌다가 급기야 안 팔겠다고 하니 정말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었다. 금전적인 피해가 없어서 사기죄가 성립하지는 않지만, 이것은 진짜 기망이자, 예의가 한참 없는 것이었다. 진짜 황당하기도 하고, 같은 사람한테 2번이나 당하니 웃음밖에 안 나왔다. 그리고는 해당 App에 신고를 하고는 마무리가 되었다. 며칠이 지나도 그 판매글은 그대로 있었고, 아무리 생각해도 판매자가 10만 원에 주기 아까웠던 모양이다.라고밖에는 납득이 가질 않았다. 참나,,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는 것은 중고 거래할 때마다 느끼는 씁쓸함이 또 한 번 스쳐 지나갔다.
그래도 다시 한번 심기일전해서 끈질기게 잠복한 결과, 16만 원에 내놓은 판매자가 나타났다!! 그것도 2세대 버전을!!
우선 채팅을 걸어 구매의사를 밝혔다.
"14인치 노트북 구매하고 싶어요!"
"네, 가능하십니다. 16만 원입니다."
"아, 혹시 13만 원에 네고 될까요?" -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던져보았다. 내심 15만 원에 사도 잘 샀다고 생각을 했었다.
"아, 그건 좀 어렵고요, 14만 원까지 드릴게요."
아니 이게 웬 떡이냐. 15만 원 생각하고 던진 건데 더 저렴하게 사게 되다니!! 지난번 2번이나 사기당했던 아픔에 대한 보상 인가 하는 느낌도 들었다. 행여 판매자가 마음이라도 바꿀까 봐 하루 뒤 약속을 잡고, 퇴근 후 종로까지 달려가서 받아왔다.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다! 지난 맘고생이 눈 녹듯 사그라지는 순간이었다.
해당 노트북은 구매한 지 5개월 된, 거의 새 상품과 같은 상태였다. 물론 지금까지 3개월 정도 잘 쓰고 있다. 하지만 저가 노트북이라 그런지 안정성은 조금 부족하기는 했다.
책상을 탁 치니까 노트북이 멈추....
사용하다 보니 사소한 문제점들이 눈에 띄기는 했으나, 저렴한 가격에 휴대 업무용으로는 부족함이 없었, 아니 조금 있었지만, 가성비를 따지는 나로서는 만족할만했다. 무엇보다 기존 4kg짜리 노트북에 비해 1kg대라 가벼워서 좋았다.
현재에도 우여곡절을 겪으며 잘 사용하고 있으며, 얼마 전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님을 업무차 뵙게 되어 냅다 이 노트북에 싸인을 받았다! 이제 이 노트북의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높아져 갈 것이다!!! 구매희망하시는 분은 댓글달아주세요. 물론 농담입니다.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국내 밴드가 바로 봄여름가을겨울이고, 1집때부터 지금까지도 팬인데, 정말 횡재가 아닐 수 없었다. 사실 종이가 없어서 노트북에 싸인 받은 건데, 마치 싸인을 위한 노트북인 거 같다.
이 순간을 위해 2번의 사기가 있었고, 극적으로 내 손에 들어온, "복덩이 노트북"이 아니겠는가!
감사합니다. 싸인해주신 김종진 님, 팔아주신 판매자님, 제조해주신 제조사님.
이 자릴 빌려 감사 인사드립니다. ^^
by 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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