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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광머리 앤 Nov 07. 2016

전쟁, 여성, 어미 그리고 기도



내가 두번째 한국 손님이라는 파리 근교의 뮤리엘 할머니가 나에게 물었습니다

한국 남자들은 군대간다며? 그 이후로도 만나는 사람마다 어디서 왔니?-코리아-북쪽 남쪽?-남쪽 하는 질문에 이어 남자애들 군대 이야기가 꼭 나오더라고요. 나중엔 자발적으로 군대이야길 하게 되었어요. 

내 아들 군대갔다왔어. 그날 나 울었어. 이러면서요. 


어미로 여성으로 이 시국을 어떻게 넘겨야 할지 고민했어요. 그 와중에 눈에 띈 상징물



런던 버킹검 궁전 근처에 있던 건데 세게대전의 여성들이란 주제였어요. 전쟁에 여성들이 어찌 참여했는지에 대한 부조로 그 거리에 즐비하던 전쟁영웅들 사이에 있었어요. 이 부조를 보니 작년에 보스니아 모스타르에서 본 거리 그림이 생각나더라고요



이 그림은 전쟁에 여성들이 어떻게 희생되었는지를 보여주었어요. 특히 생식기 부분에 붉은 칠이 마음아팠어요. 한 부조는 전쟁에 참여한 여성을, 한 그림은 전쟁에 희생된 여성을 대조적으로 나타내는데 가장 마음아픈건 아마도 어미로서의 여성이 아들을 잃는 것이겠지요. 


얼마전 읽었던 곰브리치의 세계사에 보면 인류 역사에 전쟁이 없었던 날은 하루도 없었고, 부패하지 않은 정권도 없었으며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세상은 존재한 적이 없었어요. 어미들은 끊임없이 전쟁에서 아들을 잃었고요. 인류의 역사는 결국 전쟁의 역사인 것 같았어요.  제게 드는 의문은 인류가 정말 발전해 왔는가? 

하는 거에요. 


최근 두꺼운 책 사는 이상한 저의 취미로 사게 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는 분명히 인류가 발전해 왔다고 해요. 실제로 인간의 평등한 권리, 인격에 대한 의식 등은 분명히 발전했음에 틀림없어요. 그건 우리가 끊임없이 평화롭고 이상적인 세상을 꿈꿔왔기 때문일거에요. 지금의 이 비극과 슬픔을 피하기 위해서 말이에요. 


저도 아이를 군대보내고 2년간 절대평화를 기도할 수밖에 없었어요. 아이가 제대할 무렵, 북한에서 오후 4시쯤 미사일을 쏜다고 예고해서 전군이 대비를 했는데 내무반에서 전투복을 입고 침상에 앉아 있던 아들아이. 포병으로 전방에 배치되었던 아들 친구는 대포 안에서 있었는데, 옆에 서 있던 금방 들어온 신참이 다리를 부들부들 떠는게 먼데서도 보이더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니 얼마나 가슴이 서늘하던지요. 


총체적으로 표현해서 이 시국이 분노스럽고 걱정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보다 정의롭고 자유롭고 평등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잖아요.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이 절대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요. 


어떤 이는 하야해야 한다고하고, 어떤 이는 탄핵하면 오히려 역관광 당하니 안된다고 하고 뭐가 맞는 전술인지 알 수 없어요. 얼마전 연예방에 올라온 이정희가 대선 토론때 그렇게 박ㄹ혜를 닥아세우지만 않았어도 자리보전하고 아파누워있던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쌍지팡이 짚고 일어나 표를 던지지 않았을 거다. 이정희가 잘못했다고 하지만, 거꾸로 노무현 대통령이 뽑히기 전에 정몽준이 돌아서지 않았다면 노무현 표가 그렇게 많아지지 않았을 거에요. 그렇다고 우리가 정몽준이 잘했다고 하지는 않잖아요. 결과를 가지고 판단할 수 없어요. 이정희의 토론에 대전시 인구만한 표가 움직였다고 하지만 이정희가 잘못한 건 아니에요. 


우리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는 알지만 어떻게 할지는 몰라요. 우리의 움직임이 새로운 변수가 되어 역사를 새로 쓸 수 있으니까 우리는 이 행동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몰라도 뭔가는 해야 해요. 그러니까 제일 나쁜 건 이래봤자 안된다. 이렇게 하면 저쪽이 저렇게 나오니 안된다 이런 말들이에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세상이 올바로 되어지도록

그렇게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판단하고 행동하는 지혜와 용기를 가지도록

그래서 우리 새끼들이 정의롭고 평등한 세상에 살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 기도하는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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