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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광머리 앤 Mar 21. 2017

이태리 남부 해안에서의 7일

아말피, 마이오리, 카프리, 포지타노

남부 3일차이다

일요일이다. 동행모녀는 어젯밤 꿈이 불길했다고

카프리 행을 취소했다.

나머지 한 동행이 같이 표를 끊으러 나왔다가 

몸이 안 좋다고 들어가버렸다.


그래서 나 혼자 용감하게 카프리로 나섰다.

나는 모든 버스나 배는 아말피에서 출발하는 줄 알았다

어제 버스표 파는 아저씨랑 이야기를 하면서

나 내일 카프리 갈거야 그랬다.

그랬더니 아저씨가 마이오리에서도 

카프리 가는 배가 출발해 그러면서 내일은 비가 온단다.

나를 컴퓨터 화면까지 끌고가서 내일 비온다는 일기예보를 보여준다.

버스표 파는 아저씨는 수줍어하고 착하다.

그 옆에 작은 식료품점에서는 피자랑 기타 이태리 음식과 

식료품을 판다. 여기서 산 버터와 피자가 맛있다.

처음엔 할머니 혼자 지키고 있었는데 

영어를 전혀 못했다. 7일동안 드나들다보니

아줌마랑도 친해졌다. 하루는 해변가 

커피숍에 앉아있는데 

어느 이태리 아줌마랑 애가 지나가면서 손을 흔들고 인사를 한다.

수퍼아줌마였다.

우리가 이태리에 아는 사람이 생겨 인사할 정도가 되었다.


이외에도 다른 수퍼 아줌마, 흰색 가운을 입은(여기는 의사만 입는게 아니다)

푸주간 아줌마(성질 더럽다. 우리가 고기를 조금 사니 이태리어를 몰라도

욕임에 틀림없는 말을 한다. 대체로 푸주간 아줌마들은 성질이 더러웠다.)

과일가게 아줌마 골고루 친해졌다. 7일을 한군데서 지내니 그간

2박 3박씩 하면서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겪게 된다.

그건 좋은 것들이었다. 


남부를 여행하시려는 분들께 드리는 숙소팁은

여기저기 머물지 말고 한군데서 버스타고 돌아다니라는 거다

거기에 마이오리는 최적지다.

아말피가 아니라 숙소가격이 싸고

안전하다. 해변도 있다. 카프리 가는 배도 있다. 

포지타노나 아말피 등은 절벽을 깎아 만든 곳이라

여행가방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지만 

마이오리는 평지다. 그런 일도 없다

그리고 혹시 이 글을 읽고 마이오리에서 묵으시는 분들은

그 버스표 파는 가게 아저씨에게 내 안부를 전해주길 바란다.



여튼 배를 타고 바람을 맞으며 카프리에 갔다.

내리자마자 일일권을 샀다.

항구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카프리 중심 광장으로 접근할 수 있고

하루종일 맘대로 버스를 탈 수 있는 티켓을 샀다. 

이걸로 푸른동굴을 버스타고 갔다. 

갔더니 아저씨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내 일찌기

그 아름답다는 프랑스 남부 해변

프랑스 에트라타 해변

캘리포니아 태평양 해변

허다못해

우리나라 동해안 7번국도 해변을 다 다녀봤으나

카프리 해변을 최고로 꼽고 싶다.

그 깊은 파랑

잉크를 풀어놓은 것 같은 파랑에 숨이 막혔다.

진짜다.


여기서 커피 한잔을 주문하고

음악을 들었다. 

정말 행복했다.

이 행복을 커피집 아줌마에게도 전하려 팁을 놓고 나왔다.


카프리 섬에서 본 바다풍경



아나카프리를 먼저 갔다가 카프리로 와서 

곳을 돌아다니다 찍은 사진이다. 


보통 여행가기 전에 이 블로그 저 책을 보며

꼭 가봐야 할 곳, 먹어야 할 곳을 리스트해간다

허나 그 곳을 찾는 동안은 여행이 아닌 것이 된다.

그냥 내가 아름답다고 느낀 곳이 아름다운 곳이고

내가 먹은 곳이 맛집이다. 찾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그냥 시간을 거리를 사람을 풍경을 즐기자

위에 사진도 어느 로마 황제가 왔었다는 전망대를 가며 찍은 사진인데

전망대보다 가는 길이 더 좋았다. 

전망대를 찾느라 주변을 놓치지 말고

온통의 시간을 누리는 것이 좋은 여행같다. 

길을 잃으면 그곳에서 여행을 하라.



로마 황제의 정원이었다나황제 엄마의 정원이었다나 하는 곳에서 본 카프리 바다



허나 난 카프리에서 길만 잃은 것이 아니었다.

그 거금을 들여서 산 일일권을 잃어버렸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넣었다 하다 흘린 모양이었다.

사실은 누가 떨어뜨린 일일권을 보며

"쯧쯧, 어느 칠칠치 못한 사람이 저걸 흘렸을까"

했는데 그 칠칠치 못한 사람이 바로 나였다.

그래서 다시 그 곳을 찾아갔으나 

없었다.


프랑스 노부부. 옷도 멋있게 입고 보기 좋았다.




돌아오는 배에서 본 외국인 관광객들

오른쪽 두 사람은 프랑스어를 하는 걸 보니 프랑스 관광객인데

옷도 아주 세련되게 입고 멋있었다.

오른쪽 두 여인은 친구인 모양인데

배에 타더니 해변가 레스토랑을 향해

휘파람을 휘익 불었다.

레스토랑 웨이터가 마구 손을 흔드는게 보였다.

마구 키스를 날리며 인사를 하는데 

자유로운 아줌마들이었다. 

유쾌했다.


노년에 부부가 떠나는 여행

중년에 친구와 함께하는 여행

어느 것이든 좋다



케이블카에서 본 카프리 바다



아나카프리 넘어가는 길에서 찍은 풍경




돌아오는 배를 타려는데

아저씨보고 마이오리?

그랬더니 

"폼페이"

한다. 이 동네 대중교통 관련 아저씨들은

목적지를 물어보면 조크를 한다.

배에서 내리면서 

아저씨에게

"폼페이?"

했다. 아저씨가 웃었다.

근데 미스테리

그 아저씨가 니네 여기서 7일있어?

한다. 그걸 우찌 알았을까?

아마 좁은 동네에서 동양여자 4명이 7일동안 머문다는 소문이

널리널리 퍼졌나보다.

내가 잘못 알아들었을지 몰라도 아저씨가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버스표 아저씨가 어제 배시간 확인해주러

이 아저씨에게 전화하면서 이야기했나?

근데 우리가 버스표 아저씨한데 여기 7일 머문다고 이야기했던가 안했던가 

헷갈린다.

여튼 문단속을 단디하고 자야하리.


우리 숙소 입구다.

무사히 돌아오니 동행이 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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