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아이가 커서 소풍을 처음 가게 되자
몇날며칠을 맛있는 김밥을 싸겠다는 일념으로
인터넷 서치를 했다. 당시는 피시통신 시절이었다.
맛있다는 김밥의 공통점은 우엉을 졸여서 넣는 것이었다.
소풍 전날, 전전날, 그 전날 삼일어 걸쳐 김밥 재료 쇼핑을 마치고
딱 전날 모든 준비가 끝났다.
밤새 꿈을 꾸었다.
꿈에 김밥을 싸는데
여기가 터지고
저기가 터지고
밤새도록 김밥을 싸는데 모조리 다 터졌다.
꿈에서도 꿈인줄 아는데
'차라리 깨서 싸자.'
란 자각이 들었다.
일어나서 김밥을 싸서
아이 손에 들려 보냈다.
그 이후로 나는 아이가 소풍갈 때,
현장학습 갈 때마다 김밥을 쌌다.
새벽에도 일어나서 김밥을 쌌다.
그 김밥을 아이는 잊어버리고 두고 가기도 했다.
그걸 본 나는 세상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아이는 친구 김밥을 뺏어먹었다고 햇다.
이 모든 김밥을 싼 후,
이제는 안다.
그 김밥은 어린 나에게 싸주는 것이었다는 걸.
그 김밥을 다 먹은 나는
이제 ...
다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