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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광머리 앤 Jan 04. 2018

나의 김밥

그래서 나는 아이가 커서 소풍을 처음 가게 되자

몇날며칠을 맛있는 김밥을 싸겠다는 일념으로 


인터넷 서치를 했다. 당시는 피시통신 시절이었다.

맛있다는 김밥의 공통점은 우엉을 졸여서 넣는 것이었다.

소풍 전날, 전전날, 그 전날 삼일어 걸쳐 김밥 재료 쇼핑을 마치고

딱 전날 모든 준비가 끝났다.


밤새 꿈을 꾸었다.


꿈에 김밥을 싸는데

여기가 터지고

저기가 터지고 

밤새도록 김밥을 싸는데 모조리 다 터졌다.

꿈에서도 꿈인줄 아는데 

'차라리 깨서 싸자.'

란 자각이 들었다.


일어나서 김밥을 싸서

아이 손에 들려 보냈다. 


그 이후로 나는 아이가 소풍갈 때,

현장학습 갈 때마다 김밥을 쌌다. 

새벽에도 일어나서 김밥을 쌌다. 

그 김밥을 아이는 잊어버리고 두고 가기도 했다.

그걸 본 나는 세상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아이는 친구 김밥을 뺏어먹었다고 햇다.


이 모든 김밥을 싼 후,

이제는 안다.

그 김밥은 어린 나에게 싸주는 것이었다는 걸.

그 김밥을 다 먹은 나는 

이제 ...

다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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