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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광머리 앤 Feb 06. 2018

엄만 왜 나한테 백 살까지 살라고 해?

울 엄마는 

노인들이 그렇듯 

자다가 죽었으면 좋겠다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하신다.


나는 들은 척도 안 하는데 


하루는 차를 타고 오다가 뒷좌석에서 

내가 어디가 아프다고 했더니(건강검진 한 즈음)

딱히 아픈 건 아니고 몸무게를 줄여야 하고 

살을 빼야 하고(같은 말이구나)

콜레스테롤이 있고(이건 태생임)

어쩌고 하니 엄마는,


"걱정마라, 넌 백 살까지 살 거다."

하신다.


화가 발끈 나서 


"엄마나 백 살까지 살아!"

그랬더니 


끔찍한 소리 하지 말라 신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엄만 엄마한테도 끔찍한 걸 왜 나한테 하라고 그래!!"

그랬더니 


"아니, 너희 때는 다 백 살까지 살 거라는 거지."

하며 말을 교묘하게 돌린다.


 울 엄마 주특기

하지만 그 말발에 50년 넘게 당했으니 그냥 넘어갈 내가 아니다.


"왜 엄마도 하기 싫은 걸 나한테 좋은 거라고 하라고 그래? 

엄마가 하기 싫은 건 나도 하기 싫은 거야. 나한테 백 살까지 살아라 마라 하지 마."

했다.


과도한 한국식 모성에 세뇌당한 여인들은

자기의 욕구와 자식의 욕구를 구분하지 못한다.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욕구를 자식에게 투영한다. 강요한다.

대표적인 예가 우리 엄마다.


예전에 피시통신 시절에 동호회에서 알던 

소띠 여인이 있었다.

갑자기 식당에서 접시 닦이 알바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이상하다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좀 있다 이혼을 했다.

초등 딸 하나를 두고.


딸은 시골 할머니 댁으로 보내졌다가 해외로 유학을 갔다.

잠시 한국에 돌아온 딸이 엄마를 찾겠다고 

동호회 사람들이 만나서 서로 주고받던 엄마의 닉을 기억해

엄마를 찾았다.


우여곡절 끝에 엄마와 통화가 되었을 때,

엄마는 딸에게 무리해서 만나자고 하지 않았고,

엄마는 네가 엄마를 사랑하는 만큼 너를 사랑해

라고 했단다.


딸에게 사랑의 짐을 지워주지 않으려는 그녀의 마음이 숭고했다.

과도하게 사랑하는 것도 상대에게는 짐이다.

자신이 원하는 걸 좋은 거라며 상대에게 주는 것도 짐이다


짐은 남이 지워주는 게 짐이다.

남에게 짐 지우지 말자.

 아무리 사랑이라도

아무리 좋은 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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