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발광머리 앤 Apr 11. 2018

친정엄마와 꽃구경

4월이다.

벚꽃은 지고 이제 청도 시골에 복사꽃이 필 때다. 밀양에서 청도 가는 길은 복사꽃 천지다.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라는 노랫말이 딱 맞는, 그래서 내 고향은 아니지만 진짜 이상적인 고향의 봄 같은 곳이 바로 거기에 있다. 


작년 사진을 보니 4월 11일 날 갔었는데 어제는 10일이었다. 올 겨울 춥고, 며칠 전까지 추워서 그런지 작년처럼 복숭아꽃이 활짝 피지 않았다. 울산을 떠날 때는 배꽃이 한창이었는데 얼음골의 사과꽃은 피지 않았다. 청도에도 복사꽃이 이제 시작이었다. 



아직 진한 분홍색으로 올라오지 않았다. 

목적지는 이서국 궁궐 터였다. 삼국시대 바로 직전 청도에 있었던 부족 국가가 바로 이서국이다. 뒷동산에 가보면 풍수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아, 여기 풍수 정말 좋다는 게 팍팍 느껴질 정도로 명당자리이다.


이 궁궐터 초입에는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모를 느티나무가 서 있다. 나무 밑 평상에 앉아 한 나라의 흥망성쇠에 대해서 생각해야 할 것 같으나, 그런 걸 내 머리에 담았다가는 머리가 너무 복잡해질 터, 그냥 바람을 느끼고 하늘을 쳐다보니 바로 위의 사진 모습이다.


점심으로 묵채를 먹고, 오다가 밭딸기를 사 가지고 오는데, 가는 곳마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엄마랑 나한테 묻는다.

"딸 이유, 며느리유?"

나는 딸이라고 대답하다가 불현듯 엄마한테 말했다. 

"담에 누가 물어보면 며느리라고 해야지."

"그러면 며느리랑 어떻게 그렇게 닮았느냐고 하며 안 믿을 걸?"


볕 좋은 어느 봄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만 왜 나한테 백 살까지 살라고 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