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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광머리 앤 May 31. 2018

엄마와 내 만두

정월이면 만두를 빚는다.

꼭 한 번은 빚는데 

기운 좋으면 두 번도 한다.


신 김치를 종종 썰어서 꼭 짜고

(이게 젤 힘들다. 할 때마다 요리용 짤순이를 사야 하나 고민이다)

두부를 짜고

부추랑 숙주, 당면은 다지고 짜기 귀찮아서 엔간히 힘이 뻗치지 않는 한 절대 안 넣는다)

갈은 돼지고기를  넣고 

냉동 만두피는 안 되고

냉장해서 파는 큼지막한 찰만두피를 넣고 

만든다.


식구들이 도와주면 

한쪽에선 만들고 

나는 찌고, 식혀서 예닐곱개 정도씩

봉지에 넣어 냉동실에 쟁인다.


그러면 양이 꽤 되는데

이걸 일년동안 일요일 아침에 

사골국물에 넣어 만두국을 

만들 때도 있고 

혼자 다시 쪄먹을 때도 있고 

김치찌개에 넣어 먹을 때도 있다.


이렇게 쓰니 내가 엄청 요리를 혹은 살림을 잘하는 

여인 같으나, 절대 그렇지 않다. 


그런데 일년내 먹을 만두가 

지금 없다.


어느날 보니 냉동실 만두가 다 사라졌다!

엄마가 다 먹었다고 자백했다. 

엄마가 

산책다니시며 가지고 나가 

다 드셨다고 한다. 


오! 마이 만두!


냉동실을 열 때마다 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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