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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행복코치 Apr 10. 2016

지옥훈련, Super A 프로젝트 참가기(1/2)

인간이 어떻게 단련되는지를 체험한 10개월

20년 전 기억을 떠올리게 한 인도네시아 출장


인도네시아 출장 중에 문제 해결 프로젝트 정기점검 미팅을 참관했다. 인도네시아 인들이 문제를 찾아서 해결하는 프로젝트인데 많은 부분들이 충분하지는 않았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스킬부터 발표하는 방법, 문제를 찾아가는 프로세스까지 미흡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 본사에서 참석했다고 참관 소감을 이야기하란다. 인도네시아 말은 할 줄 모르니 짧은 영어로 잠깐의 소감을 이야기했다.


"잠시 소개를 들었지만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여러분들의 발표가 20년 전 처음으로 프로젝트에 참석했던 때를 생각나게 했습니다. 그때는 이런 어려운 프로젝트를 왜 나보고 하라고 하냐.. 하고 볼맨 소리를 했습니다. 하지만 약 10개월의 프로젝트 이후에 내 실력은 환상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아마 이번 프로젝트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이번 프로젝트로 능력을 키우는 기회를 만들기를 바랍니다."


회사는 늘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작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기 프로젝트는 수시로 진행하고, 전체 시스템을 바꾸는 큰 프로젝트도 부지기수다. 그런데 프로젝트 참여자를 선정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그냥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생각을 하는지 프로젝트 멤버로 참석하는 것을 기피한다.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현재의 업무를 하면서 하는 경우가 많고 프로젝트 주제는 언제나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하지만 성공적으로 끝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가끔은 회사에서 정책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프로젝트 참여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강제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 회사에서 중요한 프로젝트 참여자를 선정할 때는 가장 능력 있는 사람을 찍어서 하는 방법을 많이 쓴다. 프로젝트의 성공은 참여자가 결정되면 절반은 성공 여부를 알 수 있기도 했다. 그와는 반대로 아주 가끔은 부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차출해서 프로젝트를 하기도 하지만, 그 경우 성공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Super A 프로젝트


지금부터 20년 전 LG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멕킨지 컨설팅사로부터 컨설팅을 받았다. 향후 그룹의 비전과 사업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였는데 그 결과로 나온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그룹 전체 계열사를 대상으로 기술 경진대회를 실시했다. 나중에는 Super A 프로젝트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 프로젝트는 LG그룹 전체에 문제 해결기법을 파급하고 그 기법을 활용해서 각사의 문제를 해결하는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되었다. 프로젝트는 대부분 1년의 기간 동안 진행이 되었고, 전국에서 수십 개의 프로젝트 팀이 매년 활동을 했다. 일단 멤버로 선발이 되면 해당 조직에서 차출되어 프로젝트만을 수행했고 연말에 각 지역별 대표를 선발하고 최종적으로 그룹 발표대회에서 발표를 하는 수순으로 진행이 되었다.


Super A 프로젝트 첫 해에 세탁기설계실에서도 다기능팀을 주제로 한 통돌이세탁기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운 좋게도 나는 중간 즈음에 프로젝트의 멤버로 포함이 되었고 연말 서울 본선 발표에서 설계실장님과 함께 회장단 앞에서 발표를 하기도 했다. 서울 본선에서 메시지는 내가 읽고 내용 설명은 설계실장님이 하셨다. 씩씩한 목소리와는 달리 덜덜 떨리던 실장님의 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 프로젝트는 연말 대상을 받았고 서울에서 진행한 수상자 간담회에서 회장님으로부터 중식을 얻어먹기도 했다. Super A 대상에게는 승진 포인트와 상품이 주어졌다. 상품은 5돈 금메달이었다. 승진 포인트도 받고 상도 받았고 기분 좋게 연말을 보냈다. 덕분에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대리로 승진을 했다.


해가 바뀌자 전국적으로 여성인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화두가 되었다. LG전자 본사에 여성인력개발팀이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얼핏 들은 것 같았지만 내 코가 석자인지라 귓등으로 듣고 말았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은 3월 즈음 갑자기 프로젝트를 해야 하니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당시 분위기에 편승해서 LG그룹에서도 각 공장별 여사원만으로 Super A 팀을 만들라는 지시가 떨어졌던 거다. 그룹의 지시는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 근무했던 LG전자 창원 2 공장에서도 당연히 프로젝트가 만들어졌다. 그 멤버로 차출이 된 것이었다. 그것도 프로젝트 팀장으로...



프로젝트 리더가 되고 첫마디 "뭐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당시 창원 2 공장 여사원 중 가장 높은 직급은 대리였는데, 그게 대리로 막 승진을 한 나였다. 그 이유로 프로젝트 리더가 되었으니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싶다.


프로젝트 멤버는 단 4명, 세탁기 설계실에 근무했던 대리인 나, 공장 서무로 자재 출고, 회계를 담당했던 두 명의 여사원, 그리고 현장 라인에서 TV 브라운관 생산을 직접 했던 여사원 1명. 이렇게 4명이었다. 여성이고 창원 2 공장에 근무한다는 것, 그리고 나름 일을 좀 한다는 평을 듣는다는 것 이외에 아무런 공통점도 없는 네 명이 인사팀의 한 구석에 만들어진 프로젝트 룸에서 올망졸망 모여 앉아서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면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보통의 경우 프로젝트마다 주제가 주어지거나 해당 조직의 일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을 주제로 잡아서 진행을 했는데 전혀 공통점이 없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토론을 하다가 시간만 보냈다. 회사에서는 아무래도 안 되겠는지 인사팀 과장 한 분과 대리 한 분을 매니저라는 명칭을 붙여서 투입을 했다. 덕분에 프로젝트는 자연스럽게 인사 부분에 대한 내용으로 전개되었다.


to be continued...

https://brunch.co.kr/@redica/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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