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현 행복코치 Mar 24. 2017

구조조정의 폭풍 속에서

LG Soft, 2년 간의 기억

LG Soft로 이동한 1998년 한 해는 계속 일이 많았다. 급여체계를 연봉제로 변경 운영하고, 교육팀을 만들어서 교육을 진행하고, 인사업무 전체에 대한 계획과 조정 등을 계속해 나갔다. 인사 전 부분에 대해 책임을 지고 진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겨우 1년 정도 정규인사를 경험한 나에게는 버거운 일이었으나 워낙 인복이 많은 덕분인지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하나씩 해결해 갈 수 있었다.


그렇게 1년을 보낸 뒤부터는 99년부터는 정말 폭풍의 한가운데에서 생활했다.


IMF체제를 겪으면서 LG에서는 그룹 전체의 사업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어느 날 갑자기 LG Soft와 LG히다찌를 합병하는 TFT 활동을 했고, 돌연 듯 그 활동은 중단되었다. 그리고 얼마 뒤 LG Soft에 LG전자의 LCD사업을 이전시켰다. 500명이 안되던 LG Soft에 몇 천명의 디스플레이 인원이 넘어왔고, IMF종료와 함께 반납했던 급여를 원상 복귀하고, 작은 위로금을 요청하는 품의서를 들고 사장님이 있는 구미까지 내려가서 한 시간 넘도록 기다려 단 5분의 결재를 받고 올라오기도 했다.


몇 개월 뒤 LG Soft 조직만 LG전자로 이관되었다. LG전자와 우리 회사의 처우를 맞추려고 몇 번의 조정 회의를 하고 우리 조직은 아무런 변경 없이 그대로 LG전자의 OBU가 되었다. 그런데 그때 조직을 깨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그로부터 6개월이 되지 않은 99년 10월 LG-EDS시스템으로 전 사업, 전 인원이 분산 흡수되었다. 조직단위의 이동은 부서가 이동하지만 분산 흡수는 말 그대로 각 부서에 한두 사람씩 발령을 한다. 전체 인원 리스트를 두고 배치가 되는 사람, 안 되는 사람을 가려내고 배치가 되지 않는 사람을 억지로 부서에 발령 내는 작업도 했다. 끝까지 안 받겠다는 조직과 배치하려는  인사팀 간의 신경전도 쉽지 않았다. 


그동안에도 직속적으로 인원감축은 진행되었다. 인원감축에 대한 목표가 내려왔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처음  LG Soft로 이동했을 때 구성원은 거의 600명에 가까운 규모였으나 최종 LG-EDS시스템으로 이동한 숫자는 375명 남짓이었다. 사업구조조정으로 사업권이나 기술을 가지고 회사를 설립해서 나간 인력도 있었고,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한 사람도 있었고, 이도 저도 아니게 그냥 회사를 떠난 사람도 많았다. 

디스플레이 조직이 합병되고, LG전자로 이관, 마지막 LG-EDS시스템으로 이동하는 몇 개월 동안 회사 분위기는 폭풍전야였다. 당시 LG Soft가 있던 곳은 당시는 LG반도체 빌딩으로 불리던 현재 테헤란로에 있는 SK하이닉스 빌딩이다. LG의 반도체 사업을 현대로 이관하는 상황이라 빌딩 전체 분위기는 엉망이었다. 문화가 다른 두 조직 간의 합병이었으니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 벌어졌다. 현대에서 온 사람들을 "점령군"이라고 칭하고 교묘하게 일을 방해하는 등 조직적인 거부 분위기가 연출되었다고 들었다. 그런 상황에 우리 회사까지 럭비공처럼 이런저런 조직으로 이관되는 터에 사람들은 갈팡질팡했다. 게다가 LG-EDS시스템에서 현장설명회를 하러 오신 책임자분은 "모든 인원을 수용할 수 없다"는 말을 해서 조직 분위기를 폭발 일보직전까지 몰고 가기도 했다. 덕분에 사람들을 돌보아야 했던 인사 등 관리지원부서만 더 어렵게 되었던 기억이 있다.


기존 LG전자와는 인사제도 등이 비슷해서 전환에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LG-EDS시스템은 승진, 급여 체계 등이 많이 달랐다. 그 처우를 맞추려고 몇 번의 회의를 하고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전환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인사체계는 모든 사람들 만족시키지는 못한다. 결국 어떤 이는 혜택을 받았지만 어떤 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혜택으로 돌아와서 실망하는 경우도 있었다. 혹자는 대놓고 잘한 게 뭐냐고 삿대질을 하기도 했다. 


짧은 기간 동안 사업조정 업무를 집중적으로 담당해서였는지, LG-EDS시스템으로 이동하고 나서도 LG그룹 내 IT조직의 이관 시 담당자가 되었다. LG전자의 S/W조직, LG정보통신의 IT조직, LG화학의 IT 조직 등등 다양한 IT조직의 M&A를 진행했다.


LG Soft 이관에 대해서는 지금도 난 최선을 다 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의 처우를 맞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얼마나 논쟁을 하고, 협상을 했는지. 많은 노력을 했다는 걸 나 자신은 잘 안다. 지금 다시 하라고 해도 그만큼 하지는 못할 것 같다. 물론 그 결과로 칭찬보다는 질타를 당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은 없듯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인사제도는 없다는 말에 조금의 위안을 얻을 뿐이다.


그렇게 약 2년의 시간이 지났다.

매거진의 이전글 만만치 않은 회사생활, 살길은 내가 찾아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