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샛별성의 어둠 속으로
우주정거장 까마귀호에는 짐들이 실리고 있었고, 그중에는 거대한 원통형 모듈이 장착되고 있었다. 이 모듈에는 자이언트 파인 나무 목재가 실려 있었는데, 이는 선공주에게 보내는 유신 백작의 선물이었다. 고리 은하제국의 화폐는 은화였지만, 대부분의 자치령, 상회, 조합 등에서는 별도의 화폐를 사용하고 있어 결국 자원의 물물 교환 형태로 거래가 이루어졌다. 거래 기준은 라이온급 함선 1척 비용이 통상적인 기준이 되었다. 고리 은하제국에서 가장 귀한 자원인 대형 목재는 그 가격이 함선 10척에 달하는 비싼 자원이었다. 일반적인 나무는 테라포밍 된 행성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30m가 넘는 거대한 나무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처럼 까마귀호 크기와 비슷한 목재는 라 행성의 특산품이라 할 수 있었고, 푸른 숲 행성 조합의 주력 거래 물품이기도 했다.
리엘의 통신이 들어왔다.
"본부에서 연락 왔고요, 라 행성 문서 받았다고 합니다. 제국 수도인 태양의 길 행성 선공주님 우주항에 짐 내리고 오라네요. 그리고 연장근무 승인해 주세요! 초과수당이요~ 이번에 여행 가려고 했단 말이에요. 여행사 취소해야 돼서 손해가 막심해요~~"
리엘이 푸념을 늘어놓았다.
"손해 비용도 청구해요." 케이가 웃으며 이야기했다.
"알겠습니다!" 리엘은 즐거워하며 통신을 끊었다.
케이는 오영우 창고장을 찾아갔다.
"케이, 오랜만이야. 이제야 얼굴을 보네."
오영우 창고장은 오 기관장과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오 기관장보다는 젊고 활발한 이미지였다.
"오 창고장님, 오 기관장님이랑 친척이신가요?" 케이가 슬쩍 물어보았다.
"음… 난 오리지널 오 씨이고, 오 기관장은 '고'씨에서 오 씨로 바꾼 것이고. ㅋㅋㅋ 모르지, 조상 중에 고씨가 있었는지. 하하하." 항상 즐거운 오영우 창고장은 웃으며 까마귀호 갑판에 달린 레일 발칸포를 보며 이야기했다. "저건 어떻게 찾아낸 거야? 아주 오래전에 창고 구석에 있던 것을. 사정거리도 짧고 탄환도 많이 먹어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애물단지를 블러스터 포를 떼고 달았어. 원거리에서 저격하는 해적들을 어쩌려고?"
케이는 오영우 창고장의 너스레에 웃으며 말했다. "그럼 도망가야죠. 그리고 워프 엔진 창고에 있지요? 단거리 엔진 2개."
오영우 창고장은 갸우뚱하며 말했다. "저번에 해적들한테 포획한 거 증거품으로 쓴다고 하다가 처박아둔 거 있지? 그건 왜?"
"그거 오 기관장님에게 다 보내주세요. 워프 엔진 추가로 달아달라고요. 블러스터 포 동력선들이 남아있어서 워프 엔진 추가 설치가 될 거예요."
"아니, 단거리 워프를 3개나 달려고? 위험할 텐데?"
"네, 우리에겐 좋은 항해사가 있어서요." 케이는 옆에서 이리저리 구경하고 있던 지은을 쳐다보았다. 지은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레일 발칸포의 탄환도 가득 채워주세요."
케이는 손을 흔들며 한 손으로는 지은을 잡아끌며 까마귀호 함교로 올라갔다.
케이와 지은이 자리에 앉자 젠이 항로 수정에 대해 브리핑했다. "1시간 후 수도인 태양의 길 행성으로 출발합니다. 단거리 워프 20포 거리 중간에 3번의 정비 시간이 있습니다. 크리스털 엔진 재충전 시간으로 정비 시간은 하루 24시간 소요될 예정입니다. 해적 발생 빈도는 30%, 2개의 위험 지역을 지날 예정이고 화물에 대한 정보는 보안으로 처리되어 있습니다.
선공주 우주항은 태양의 길 행성의 위성 행성 3번째에 있는 불가사리 우주 요새에 있고, 이곳은 우주선 제조창 불가사의 공사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불가사리 공사는 쇠를 먹는 불가사리를 로고로 사용하고 있으며, 선공주가 6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우주함 제조 공사입니다. 까마귀호도 이곳 불가사리 공사에서 제작된 우주함으로 라이온급 우주선으로 제작되었으나, 오래된 기체로 라이온급에서 퇴역하고 제외되어 연락선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불가사리 공사에 들르는 김에 정비를 받을 수 있도록 푸른 숲 행성 조합 본사에 승인을 받아두었습니다."
브리핑이 끝나고 화물들도 다 실렸다는 사인이 들어왔다.
지은은 모니터를 이리저리 돌려보고 케이에게 말했다. "나도 토우 한 대 마련해 줘라."
케이는 신기한 듯 지은을 보았다. "토우를? 토우 비싸요. 유신 백작한테 사달라고 해요."
"케이는 진우가 준 거 좋은 거 있으니까 그러는 거지? 나도 토우 달라고!" 지은이 때를 쓰기 시작했다. 케이는 어이가 없다는 듯 지은을 보았지만, 지은은 아랑곳하지 않고 모니터에 불가사의 공사 카탈로그를 띄워놓고 토우들을 화면에 보이기 시작했다.
젠과 리엘은 지은과 케이를 보면서 웃기 시작했다.
케이가 계속 말리지만 지은은 지지 않고 계속 토우를 사달라고 졸랐다. 계속 지은이 이야기하자 케이는 젠에게 물었다. "저번에 해적에게 빼앗은 토우 있지 않나요? 그거 어디 있지요?"
젠은 모니터를 검색하더니 "소나무 요새에 있네요. 5대 정도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거 다음에 까마귀호 제조 모듈과 같이 담에 실어줘요."
"나는 해적들 거 싫어!" 지은이 계속 때를 쓰자 케이는 "새것으로 만들어 줄게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모니터를 함교 중앙에 띄웠다. 푸른색의 토우 설계도와 외관이 3D로 그려지더니 함교 중앙에서 360도 돌아가면서 보였다.
"와~~ 멋있네요! 색상을 붉은색으로 바꿔줘요." 지은의 요청에 케이는 토우의 색상을 붉은색으로 바꿔줬다. 그러더니 여러 가지 세부 내용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케이는 화면을 내리고 리엘에게 조용히 출항하라고 손짓했다. 리엘은 알았다는 표정을 하고는 조용히 까마귀호를 출항시켰다.
까마귀호는 두 번째 워프를 마치고 정비 시간을 갖고 있었다. 먼저 보낸 워프 탐사기의 내용을 확인하고 있었다. 예상 워프 지역은 빈 공간으로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어 보였다. 주위에 중력장이나 에너지 반응도 없고 소행성이나 우주 먼지도 없는 깨끗한 공간이었다. 바로 워프 해도 문제가 없었지만, 위급 상황이 아닌 이상 절차대로 충분한 시간을 갖은 후 워프를 진행했다.
"지은, 부탁이 있다. 지금 까마귀호 워프 엔진이 3개인데, 3번 연속 워프를 가능하게 최적화해 줄 수 있어?" 케이가 지은을 보며 이야기하자, 심심해하던 지은은 눈이 번쩍하면서 모니터를 두드리며 "좋아!"라고 했다.
신나 하는 지은을 보고 케이는 진우에게 연락을 했다. 진우 소령은 체력 단련실에서 해병대원들과 함께 운동을 하고 있었다.
"복돌이 함장, 무슨 일이야?"
"토우 무장을 블러스터에서 레일건으로 바꾸면 어떤가 해서?"
"레일건으로? 블러스터가 좋은데. 요즘 나노 실드를 미친 듯이 뿌려놔서 괜찮은 듯해."
"블러스터 건 출력이 나노 실드 영향으로 20% 정도밖에 되지 않아. 토우 출력으로는 고속 연사나 장거리 저격이 힘들지."
"좋아, 레일건도 한번 써보지. 정비팀에 연락해 줘." 진우는 통신을 끊었다.
케이는 정비팀에 연락하고 토우들의 무장을 레일건으로 교체하라고 지시했다. 리엘의 목소리가 함 내에 퍼졌다. "잠시 후 3차 워프 진행입니다. 3, 2, 1, 워프!"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케이는 함장석에 앉아 있었다. 함교 밖에는 불가사리 로고가 거대한 우주항 벽에 그려져 있었다. 젠이 우주항과 통신을 시작했다.
"까마귀호, 불가사리 우주항에 정박합니다. 정박 프로세스 375-4 실행." 젠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리고, 까마귀호는 불가사리 우주항의 유도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갑자기 불가사리 우주항 앞에 나노 실드가 펼쳐지고 불가사리 그림이 보이지 않게 되면서 글씨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노 실드가 반짝이며 그림과 글자들이 우주 공간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선공주는 약탈적 행위를 중지해라!", "선공주님 억울합니다!" 등 다양한 문구와 그림, 영상들이 그 앞에 펼쳐졌다. 형형색색의 그림과 영상들이 펼쳐지고 다양한 내용의 광고, 시위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그려지고 있었다.
케이는 1년간 수도 행성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하늘에 쓰이는 각종 내용들을 본 적이 있었다. 금방 제국 수비대나 공안에 의해 지워지긴 했으나, 하늘에 많은 글과 그림, 영상이 계속해서 지워지고 그려지기를 반복했다. 내용 중에는 푸른 숲 행성 조합 이야기와 유신 백작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그때는 별로 관심 없이 보았지만, 지금은 여러 글과 그림을 관심 있게 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