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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마을아파트 Dec 23. 2023

21화 쏘피야, 캠핑 가자! 일어나!

럭셔리 우중 캠핑


2023 1214


두둑 두둑 두둑 두둑!

빗방울이 천막을 치는 소리가 참 좋다.

이런 럭셔리 캠핑은 처음이다. 정확히 말하면 럭셔리 글램핑? 아니 럭셔리 카라반이다.

녀석 덕분에 한겨울에 이런 호사를 누린다.


천막 아래에서 연탄불에 고기를 신나게 구워 먹고, 캠핑의자에 앉아서 겨울 빗소리를 들으니 나름 운치 있다.

쏘피는 집에서 챙겨간 강아지용 밥에 구운 고기를 토핑처럼 얹어줬다. 캬아~ 이 녀석도 연탄불에 구운 고기맛이 끝내주는 것을 아는지, 신나게 먹는다.


캠핑의자에 앉아 안에 쏘피를 안고서,

두둑 두둑 두둑 겨울비 소리를 들으니

참 행복하다.

비는 오지만, 다행히 기온은 춥지 않다.


아직 꺼지지 않은 연탄불이 온기를 전해준다. 그리고 조용한 노래가 흐른다.



아쉬워 이 밤이 가는 게

가지 마라 붙잡고 싶어요

            ~~~~

이 밤을 우리 어떻게 할까요

반짝이는 은하수를 건널까요

게으른 저 가로등도 졸고 있는 밤에

이 밤에 말이죠~~》

                            -첸 <우리 어떻게 할까요>




녀석도 편안한지 눈을 껌벅껌벅거리다가 온몸을 맡기고 나에게 안겨있다.


'아! 그냥 떠나 오길 정말 잘했다.'







떠나기 3일 전,


제기랄! 한겨울에 비가 많이도 내린다.

열흘 전부터 예약한 날이 곧 다가오는데,

이번주 기상청의 예보는 죄다 비구름과 우산이다. 

고딩 딸이 기말고사가 끝나는 다음날로, 담임선생님께 허락을 받고, 성적확인 포기각서도 쓰고, 교내 대회도 포기하고, 체험학습을 제출하고 가는 여행이다. 쏘피와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여행이기 때문에 한마음으로 두 날짜를 비웠다.

그런데 이놈의 비가 계속 내린다.

잠깐 고민을 했다. 연기해야 하나? 취소할까? 하지만, 매주 달라지는 녀석을 보니 취소나 연기는 안된다.


그래! 이까짓 비 따위 뭐가 문제냐!

녀석에게는 겨울비 냄새도 젖은 흙냄새도 겨울바람마지막일 수 있다.

그냥 떠나자!





캠핑의 ''도 모르는 내가 쏘피와 재수생 아들, 고딩 딸을 데리고 한겨울 캠핑을 가려니 고민이 많다.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찾아보니, 세상 참 좋다!

캠핑 장비 하나 필요 없이 몸만 가면 된다.

카라반 안에 침대도 있고, 화장실도 있고, 난방도 된단다.

우와! 이건 뭐 캠핑이 아니고, 호텔 같다.

인터넷으로 찾은 곳 중에 집에서 멀지 않고, 강아지들이 뛰어놀 수 있는 럭셔리 글램핑장을 발견했다.


'여기다! 목줄 따위는 빼버리고,

쏘피가 마음껏 돌아다니게 해야지!'


 

비를 맞으면서도 쏘피는 해가 질 때까지 신나게 냄새를 맡고 다녔다.




녀석은 노견이 된 후로 많은 시간을 누워서 지냈다.  아프고 난 후로는 더 기운 없이 누워있거나, 힘없는 뒷다리로 천천히 걸어 다닌다.


그런데 그런 녀석이 지금 여행 온 것을 아는지, 비를 맞으면서도 신나게 다닌다.

해가 질 때까지 냄새를 맡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더 많이 내리기 시작한다.

 젖으면 감기에 걸릴 것 같아서 우리는 쏘피를 안고 카라반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 하루 힘들었을 텐데 녀석은 오랜만에 제법 기운이 있어 보인다. 행이다.

젖은 녀석을 잘 닦여주고, 우리도 따뜻한 차를 마시며 몸을 녹였다.

바짝 세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날 쳐다보는 녀석을 보니,

참 즐겁다.


잘 왔다! 더 늦기 전에 잘 왔다!


우리는 난생처음 카라반 구경도 하고, 겨울비 소리를 들으며 겨울의 낭만을 실컷 즐겼다.

바쁜 재수생 아들, 고딩 딸과 이렇게 시간을 맞춰서 여행을 온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녀석 덕분에 제대로 호강한다!

.

.

.

"넌 항상 그랬듯이

오늘도 우리에게 이런 행복한 시간을 주는구나.

고마워! 쏘피야!"



신나게 놀더니 카라반 안에 들어와 뻗어버린 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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