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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마을아파트 Nov 20. 2023

4화 마법의 약

앗차, 아니구나!


2023 1027


일주일 만에 다시 동물병원에 다.

수의사 선생님이 나와 녀석을 보자,

바로 물어보신다.

"그동안 어떠셨어요? 안 그래도 전화가 없으셔서 괜찮구나~ 생각하고 있었어요"


"네, 선생님께서 주신 약 먹고 일주일 동안 정말 잘 지냈어요. 밥도 잘 먹고 물도 잘 먹고, 다리에 힘도 생기고, 산책도 했어요.

다 나은 것 같아요!"


다 나은 것 같다고 말하며 웃는

나를 보는 선생님의 눈빛이

순간 깊어지고, 표정이 굳는다.


'앗차, 아니구나. 낫게 하는 약이 아니구나.

죽어가고 있는 거구나'

 

난 겸연쩍게 웃으며,

녀석의 상태를 더 자세히 말씀드린다.


"컴퓨터가 렉 걸린 것처럼 머리를  왼쪽으로 15도 정도 올리고, 앞다리도 한쪽만 들고, 움직이질 못하며 비틀거리던 증상이

지난 일주일 동안 두 번 아주 잠깐 나왔지만,

금방 괜찮아졌어요. 증상의 강도도 훨씬 약하고요.

스테로이드약 때문인지,

물을 계속 먹고, 계속 배고파하고, 소변양과 횟수가 아주 많아졌지만,

밥을 먹으니 기운이 나나 봐요. 

너무 많이 먹어서 어제는 한번 토하설사도 했지만,

그래도 약 먹은 후 일주일 동안 정말 잘 지냈어요.

몸무게도 늘고, 거짓말처럼 증상이 확 좋아졌어요. 마법의 약인가 봐요. 선생님"


나의 긴 이야기를 듣고

수의사 선생님은 미소 짓는다.


"과 물을 계속 달라고 하고, 소변양이 많아지는 것은 스테로이드약의 부작용이에요,

간수치가 걱정되네요.

그래도 일주일을 잘 지냈으니,

이번에는 스테로이드 용량을 조금 줄여볼게요.

2주 치 약을 드릴 테니, 복용해 보면서 괜찮으면 2주 후에 오세요."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쏘피를 안고 진료실을 나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어? 뭐지?'


내 허벅지가 살짝 축축하고 뜨끈한 것 같다.

진료실 의자에 물이 묻어 있었나?

바로 처방약이 나와서 나는 계산을 하고

급히 병원문을 나섰다.


이번에 가슴팍이 뜨겁고 축축해진다.

"어? 어! 쏘피?!

쌌어?

으악!

하하하하하! 나한테 선물 준 거야?

너 이 자식 급했구나!

미안해! 생각을 못했어."


수의사 선생님이 무서웠던 걸까?

부작용이 있다는 마법의 약 때문인 걸까?

깔끔쟁이 녀석이

아무 예고도 없이 내 가슴팍에 쉬를 왕창 해버렸다.

마냥 예쁘다.


녀석의 뜨거운 체온이 느껴져서,

그리고 복실복실한 털과

아직은 촉촉한 코가

고맙다.





집에 와서 난 처음으로 강아지용 기저귀를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녀석의 축축하고 따뜻한 선물이 참 고마웠지만,

그래도...

♡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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