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있는 100년 전통 수육맛집

부산 동구 초량동 평산옥

by 가위바위보쌈

부산은 한국의 대표적인 항구도시다. 항구도시는 뱃사람들이 오가며 음식을 빠르게 먹어야 하는 곳이기에, 돼지국밥이 전통이 깊은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많은 사람이 그런 탓에 부산을 찾으면 돼지국밥을 먹으러 간다. 나도 여러 곳의 돼지국밥집을 가봤고, 물에 빠진 고기를 좋아하기에 돼지국밥 속 고기는 너무나도 맛있게 다가왔다.


돼지국밥이 유명한 만큼, 돼지 부속물도 많고 수육도 마찬가지로 다양하게 만들어지는 곳이 부산이다. 부산은 돼지국밥집에서 수육을 파는 곳이 많다. 유명한 몇몇 곳은 사람들이 다 알 정도인데, 오늘 소개할 집도 그런 곳이다.


이 집은 부산역 바로 앞에 있다. 부산역 고속철도와는 좀 거리가 있는데, 지하철 1번 출구에선 3~4분 정도 걸어가면 나타난다. 상해거리 한복판에 있는 이 집의 이름은 '평산옥'이다.

KakaoTalk_20260107_202812999.jpg 부산 동구 초량동 평산옥 전경

평산옥은 간판부터 수육에 진심이 느껴진다. '돼지수육 전문점'이라고 적혀있기 때문이다. 보쌈을 사랑하는 내게는 너무나도 행복한 어절이다.


오후 2시를 넘긴 시점. 점심시간을 훌쩍 넘겼음에도 사람들이 가게 안에 가득 들어차 있었다. 겨우 빈자리를 찾아 앉자마자 이모가 "수육 하나, 국수 하나?"라고 묻는다.


선택은 두 가지뿐이다. 수육은 필수로 시켜야 하기에, 국수를 먹거나 안 먹는 선택지 뿐이다. 메뉴에는 오직 수육과 국수만 있다.

KakaoTalk_20260107_202812999_02.jpg 부산 동구 초량동 평산옥 메뉴판

놀라운 건 수육과 국수의 가격이다. 단돈 1만원에 수육 한 접시를 맛볼 수 있는 것이다. 국수도 3000원인데,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 가격으로 한 끼를 든든히 채울 수 있는 곳이 있을까. 행복한 마음으로 이모에게 수육 하나와 국수 하나를 요청한다. 그리고 부산에 왔으면 부산 술을 먹어줘야 한다. 씨원도 한 병 주문한다.


장사가 잘되는 수육집의 특징은 갓 쪄서 나온 고기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질기지 않고 부드럽고 쫀쫀한 고기를 같은 가격으로 먹을 수 있다는 의미인데, 이 집은 그렇다. 고기가 잘 팔리니, 고기를 계속 만든다. 그러다 보니 고기가 나오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린다.


보통 보쌈집들이 고기가 빨리 나오는 편이지만, 이 집은 10분 넘게 걸린 것 같다. 나보다 늦게 온 사람들한테는 "자리 앉더라도 고기 나올 때까지 30분 걸린다"는 말을 계속하실 정도로, 고기가 잘 팔려 계속 다시 만든 느낌이었다.


그래도 국수보단 수육이 먼저 나온다. 그것도 아주 정갈하게 담긴 반찬들과 함께.


이제부터 고기의 시간이다.


KakaoTalk_20260107_202812999_01.jpg 부산 동구 초량동 평산옥 수육 한상

이 집의 고기는 쫄깃쫄깃하다. 그런데 얇게 썰어서 부드럽기까지 하다.


고기의 부위는 앞다리살로 추정된다. 이모한테 물어봤는데 본인은 주방이 아니라 모른다며 단호하게 말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부위의 모양으로 봤을 때 앞다리살일 가능성이 크다. 비계가 있는 부분은 앞다리살과 삼겹 또는 목살 사이의 어딘가인 것으로 보인다. 고기를 써는 것도 목격했는데, 두툼하니 다릿살 같은 느낌이었다.


고기의 부위가 앞다리살인만큼 쫀쫀한데, 질길 수 있는 걸 고려해 좀 더 얇게 썬듯하다. 앞다리살을 얇게 썰어서 양이 많아 보이는데, 그 덕에 1만원으로 이만큼을 선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식감은 그렇다 치고 맛은 또 어떤가. 우선 살코기의 육향이 정말 강하게 느껴진다. 돼지잡내보단 돼지의 깊은 향이 기분 좋게 느껴진다. 그리고 살코기 부위에선 순대 간을 먹을 때의 식감과 향이 느껴질 정도로 진득했다. 아무리 살코기가 진하게 느껴지더라도 돼지 간처럼 느낀 적은 처음이었다.

KakaoTalk_20260107_202812999_04.jpg 부산 동구 초량동 평산옥 수육

과한 양념이 없었던 점도 좋았다. 고기 색이 말해주듯 적당한 재료들로만 돼지수육을 끓여낸 느낌이었다. 양파, 마늘, 대파 정도 들어갔으려나. 색이 있는 양념 같은 건 덧대지 않아 보였다.


깔려 나온 반찬들도 고기와 잘 어울렸다. 특히 저 부추와 김치는 고기와 은근히 잘 어울렸다. 후술 할 국수와도 함께 어우러지면 쉬지 않고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킥은 바로 이 소스다.

KakaoTalk_20260107_202812999_07.jpg 부산 동구 초량동 평산옥 비법소스

이 소스는 아마도 전분을 통해 걸쭉하게 만들고 그 안에 식초, 레몬 등을 넣은 것 같다. 보이는 대로 고춧가루도 들어가 있다. 약간의 마늘향도 느껴졌는데, 아마 마늘을 갈아서 넣었은 듯하다. 이 소스는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돼지향을 잡아주면서 쉬지 않고 먹을 수 있게 하는 그야말로 '마법소스'였다.


덕분에 그 쓴 소주가 달달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소스 덕에 고기의 깊은 맛을 오래 느낄 수 있었다. 대충 삶지 않은 고기의 매력이 더 강해지는 느낌이었다. 가히 돼지수육 전문점이라는 이름을 붙일만하다.


솔직히 인정이다.


KakaoTalk_20260107_202812999_05.jpg 부산 동구 초량동 평산옥 국수

대미를 장식할 음식은 바로 국수다.


이 국수는 처음에 먹으면 "뭐야?" 싶을 정도로 맹물에 가깝다. 그러나 이모가 알려준 대로 부추와 새우젓을 더 넣으면 국수맛이 살아난다. 면도 소면이라 부담스럽지 않고, 고기와도 잘 어울린다.


KakaoTalk_20260107_202812999_06.jpg 부산 동구 초량동 평산옥 김치

여기서 바로 이 김치의 매력이 발산된다. 반찬은 셀프로 더 퍼올 수 있는데 사람들이 특히 이 김치를 많이 퍼서 다시 먹는다.


소면에 이 김치를 싸고 고기까지 같이 얹어서 먹으면 정말 환상적이다. 쉬지 않고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너무 맛있다.


사실 이 집에 대한 깊은 정보가 있는 상태로 방문한 건 아니다. 누군가가 추천을 해줬고, 저장해 둔 상태로 부산을 찾으면 가봐야겠다는 마음만 갖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번에 부산역 앞에서 시간이 나게 돼서 찾았다.


내 뒤로 사람들의 웨이팅이 길어졌다. 운이 좋은 상태로 맛있게 먹어서 더 깊이가 느껴졌을까. 그렇게 맛있게 먹고 찾아보니 이 집이 4대에 걸쳐 운영하는 100년 전통의 맛집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4대를 거치다 보면 맛이 변할 수도 있는데, 뭐 변해서 더 맛있어졌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남녀노소 불문하고 손님이 끊이질 않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한 곳이다.


부산 현지인들부터 관광객, 외국인까지 여러 사람이 찾을 이유가 있었다.


어쨌든 배부르게 먹고 나오면, 상해거리의 전경이 날 반겨준다. 돼지국밥의 본고장 부산에는 또 어떤 수육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부산에 가면 꼭 먹어야 할 100년 전통의 수육맛집, 평산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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