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맛이 없어진 서대문 보쌈집

서울 서대문구 충현동 종로보쌈, 두 번째 방문

by 가위바위보쌈

최근 2년, 3년 전에 방문했던 가게들을 다시 찾고 있다. 오래된 만큼 맛이 잊히기도 했고 세월이 흐르는 사이 그 가게들이 얼마나 변했는지, 얼마나 맛있어졌는지 살펴보기 위한 의도도 있다. 보쌈을 사랑하는 내게는 보쌈집들이 오래오래 잘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요 근래 찾았던 집들은 가격이 적게는 2000원에서 많게는 5000원까지 올랐다. 오늘 방문할 집 역시 가격이 2000원 정도 오른, 3년여 전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충현동 종로보쌈이다.


종로보쌈이란 이름은 생각보다 몇 군데 더 있다. 걔 중에는 보쌈골목 근처에 있는 종로보쌈이 최근 많이 알려진 편이데, 그 집이랑 이 집은 같은 곳이다. 일전에 무교동에 있는 같은 상호의 종로보쌈을 간 적이 있는데, 그 집은 지금 없어진 듯하고 아마 보쌈골목 근처로 옮긴 듯하다.


어쨌든 내 생각엔 충현동에 있는 이 집이 원조 같다. 적어도 내가 아는 선에선 이 집이 먼저 있었고,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려 20년 넘게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KakaoTalk_20260305_225640594.jpg 서울 서대문구 충현동 종로보쌈 전경

충현동 종로보쌈은 점심시간이 되면 직장인들로 붐빈다. 저녁시간에도 사람들이 꽤 몰리는 편이다. 오랜만에 찾은 충현동 종로보쌈은 생각보다 사람이 많진 않았다. 꽉 차긴 했지만, 12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웨이팅은 없었다.


이 집의 가장 큰 장점은 역 바로 앞에 있다는 건데, 그만큼 목이 좋은 곳에 있어서 사람들이 쉽게 찾는다. 이전에 이 집에 대해 썼을 때도 쉽고 친숙하게 보쌈을 접할 수 있는 곳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redlyy/23

오랜만에 찾았지만, 여전히 이 집은 쉽고 친숙했다. 접근성은 당연히 같은 자리에 있으니 좋았고, 가게에 앉아 주문하는 것도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KakaoTalk_20260305_225640594_01.jpg 서울 서대문구 충현동 종로보쌈 메뉴판

가게에 들어서면 이렇게 곳곳에 메뉴판이 있는데, 가격은 아까 언급했듯 2000원가량 올랐다. 그래도 1만1000원이면 서울 보쌈집에서 생각보다 싸게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자리에 앉아서 주문을 하고 싶은데, 이 날따라 가게 내부가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가장 기분이 찝찝했던 점은 냄새가 심하게 났다는 것이다. 음식점의 냄새가 아니라 비가 온 후 빨래 덜 마른 냄새랄까. 뭔가 쿰쿰하고 좋지 않은 냄새가 계속 코를 찔렀다. 솔직히 다른 가게 같았으면 바로 나갔을 정도로 심하게 냄새가 나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평소보다 불친절함, 코를 찌르는 냄새, 산만함까지 가미가 되니깐 음식이 아무리 맛있어도 맛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보쌈을 주문하고 참을 인을 마음속으로 여러 번 새겼다.


지인을 내가 사주는 자리였기에 이날은 보쌈 특으로 주문했다. 조금 기다리니 반찬부터 세팅됐다.

KakaoTalk_20260305_225640594_04.jpg 서울 서대문구 충현동 종로보쌈 반찬

이 집의 별미들이다. 콩나물 무침은 평범하고, 저 젓갈과 떡볶이다. 그런데 이 반찬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자세한 건 마지막 부분에 다루려고 한다.


어쨌든 보쌈을 시켰으니 이제 차분히 기다려야 하는 시간. 조금 기다리면 보쌈이 등장한다.

이제부터 고기와 김치의 시간이다.


KakaoTalk_20260305_225640594_05.jpg 서울 서대문구 충현동 종로보쌈 특정식

우선 양으로 따지면 약간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렇게 크게 차이는 안 난다. 부위가 조금 다르긴 해도 양 자체는 큰 차이가 없다. 어떻게 보면 더 많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맛이 좀 달라졌다. 가장 실망스러운 건 비계 부분에서 잡내가 난다는 것이다. 원래 이 집은 잡내 같은 게 나지 않았다. 이 집을 정말 수 차례 먹었었다. 배달로도 여러 차례 먹었고, 방문해서도 5번 이상은 먹었다. 그런데 한 번도 잡내가 나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방문한 이 날, 잡내가 너무 심하게 났다. 솔직히 김치가 없었으면 먹고 싶지 않을 정도로 별로였다.


다행인 점은 식감이었다. 살코기가 여전히 부드러웠다. 살코기와 비계의 비율이 적절했으며 쫄깃함도 살짝 있었다. 예전처럼 살코기와 비계가 잘 조화를 이뤘고 서로를 잡아주는 느낌이 있었다.


다만 고기가 입에서 사르르 녹는 느낌이 덜했다. 부위가 그렇게 느껴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드는 방식에서 뭔가 달라진 거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남았다.

KakaoTalk_20260305_225640594_08.jpg 서울 서대문구 충현동 종로보쌈 한상차림

김치는 어떨까. 다행히 김치는 고춧가루 향이 살아있고 맛있었다. 고춧가루가 너무 맵지 않고 적당히 매콤해서 양념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달거나 자극적이지 않았기에 먹기에 불편함은 없었다.


그러나 다르게 말하면 약간은 어설펐다. 이전에 왔을 때도 김치가 좀 부족한 느낌이 있었는데 여전히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기엔 부족함이 남았다. 약간은 더 자극적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남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자극적인 젓갈을 집어 먹게 되고 편마늘을 씹게 됐다.


전반적으로 이전보다 고기는 맛이 없어졌고 김치는 비슷한, 그러나 한상차림으로 본다면 가성비도 그렇고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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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충현동 종로보쌈 반찬

이 집의 킥은 원래 떡볶이와 국물이었다. 국물은 정말 평범하지만 고기와 김치에 질렸을 때쯤 시원하게 먹기 편했다. 지금도 이 집의 된장국물은 맛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아쉬운 건 떡볶이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지만, 이 집의 떡볶이는 꽤나 유명하다. 예전엔 월, 수, 금만 나왔는데(혹은 그렇다고 아줌마가 장난치신 것 같기도) 지금은 매일 나온다고 한다. 이때도 떡볶이가 나왔는데 맛이 조금 밍밍했다. 예전엔 감칠맛도 강하고 맛있었는데, 약간 아쉬웠다.


가격이 어설프게 오른 탓일까, 아니면 이날 가게에서 났던 냄새처럼 가게가 변한 걸까. 혹은 이날만 무슨 문제가 있어서 음식 맛이 달라졌던 걸까. 또는 내 입맛이 변했을까.


여러 가지 생각들이 남는, 종로보쌈 재방문이었다. 가게를 나서서 뒷골목으로 들어가면 카페도 있고 저녁에 왔다면 2차를 갈 곳도 많다. 종로보쌈의 접근성 하나는 정말 최고다.


어쨌든 아쉬움이 남는 조금은 맛이 없어진 서대문 보쌈집, 종로보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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