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신문로 안성또순이
보쌈을 먹을 생각을 하고 식당을 간 건 아닐 때, 메뉴에 보쌈이 있으면 괜히 기분이 좋다. 예상도 못하고 갔을 때 보쌈이 있으면 최대한 보쌈을 시킬 수 있게 노력해 본다. 그리고 보쌈을 먹게 되면 또 어떤 맛일지 설레고 행복하다.
대게 보쌈은 막국수집이나 칼국수집, 한정식집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의외로 이상한 가게에서 등장할 때가 있다. 오늘 소개할 보쌈도 정말 상상치도 못한 곳에서 등장한 보쌈이다. 그것도 매우 비싼 가격으로. 바로 '안성또순이'다.
이 집은 생태탕집이다. 종로에서 무척 유명한 곳인데, 신문로 복판에 있다. 경희궁 바로 옆에 있으며 광화문역에선 걸어서 7~8분 정도 걸린다. 광화문역 8번 출구로 나와서 주한오만대사관과 내일신문 건물을 끼고 돌아가면 찾을 수 있다.
마치 가정집같이 생긴 이곳은 점심때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곳이다. 한 때 모 정치인의 생태탕 관련 이슈로 인해 생태탕의 인기가 치솟을 때는 물론이거니와, 요새도 사람이 항상 가득 차있다.
가게 내부는 꽤나 널찍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생태탕 끓이는 냄새가 솔솔 난다. 옷에 냄새가 밸까 걱정도 되는데, 창가 쪽에 자리가 있어서 문을 열고 먹어도 된다.
본래 생태탕(정확히는 생태찌개)을 먹을 생각으로 왔고, 기존에도 생태탕만 먹었기에 이 집에 보쌈이 있을 거란 기대감은 없었다. 한 번도 메뉴판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날 처음으로 저녁을 먹으러 와서 메뉴판을 열어봤는데 보쌈이 있었다. 그것도 '저녁메뉴'라는 타이틀로.
설레는 마음으로 보쌈을 시켰고, 또 다른 저녁메뉴인 해물파전과 생태찌개를 주문해 본다.
주문을 하면 밑반찬이 세팅되는데 사진처럼 다양한 반찬이 나온다. 콩나물무침, 도토리묵, 시금치무침, 김치 등 집에서 해 먹기는 힘들지만, 엄마가 해주면 먹는 반찬들이다. 꽤 맛있다.
그리고 조금 더 기다리면 생태찌개가 더 끓여야 하는 상태로 나오고, 보쌈도 등장한다.
이제부터 고기와 김치의 시간이다.
우선 이 사진은 단 한 점도 먹지 않은 상태다. 보자마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양이 이렇게 적다니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물론 양이 저어도 가격이 싸다면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이 집 보쌈의 가격은 위에서 공개했듯 5만5000원이다. 5만5000원에 이 정도의 양이라니. 진짜 실망감이 엄청나게 몰려왔다.
일례로 5만5000원짜리 보쌈이라면 남도집의 보쌈이 떠오른다. 남도집의 보쌈이 6만원이었는데, 30점 조금 안 되게 나온다. 그런데 여기는 두께도 남도집보다 얇고 20점 정도 나온다. 고기 크기도 남도집보다 작다는 의미다. 독박골 맛있는 집의 보쌈도 이거보다 양이 많다.
남도집의 보쌈은 사진처럼 대충 봐도 이 집의 보쌈보다 훨씬 양이 많다. 심지어 예약제로 운영되고, 예약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고퀄리티의 보쌈이다.
그런데 이 집의 보쌈은 비주얼만 봤을 때 정말 형편없다. 양도 적고, 두께도 얇다. 보쌈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맛이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하지만 이 집의 고기는 그렇게 맛있지 않다.
우선 외관만 봐도 고기가 퍽퍽해 보인다. 실제로 먹었을 때 보이는 것만큼 엄청 퍽퍽하진 않지만, 부드러움은 딱히 없다. 그렇다고 쫄깃함이 있지도 않다. 그냥 평범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그런 보쌈의 맛이다. 된장과 마늘 정도 넣었으려나. 아쉬움이 가득 남는 고기다. 맛없진 않은데, 그렇다고 이 돈 주고 먹을 맛은 절대 아니다.
그래도 이 집 김치는 나름대로 먹을만하다. 보쌈김치는 아니다. 그리고 겉절이도 아니고 엄청 특출 난 맛은 아니다. 시원하고 아삭한 그런 맛이다. 그냥 반찬으로 나왔다면 맛있게 먹을 정도다.
아쉽게도 고기와 잘 어울리고, 고기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그런 맛은 아니다.
5만5000원에 이 보쌈을 다시 먹는다? 그건 내 돈 주고는 절대 안 할 행동이다.
역시 생태집에 왔으면 생태찌개를 먹어야 한다. 그래도 이 집의 생태찌개는 훌륭하다.
국물이 칼칼하고 시원하다. MSG로 채운 맛이 아니라, 깊이 있게 만든 맛이다. 살코기도 실하니 맛있다. 굳이 보쌈이나 다른 음식을 시켜서 먹기보단 생태찌개를 먹는 게 낫다.
파전은 그냥 그렇다. 개인적으로 얇고 바삭한 전을 좋아하는데, 이 전은 그렇진 않았다. 그냥 쏘쏘.
이 집은 그래도 생태찌개집이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긴 한다. 그래서 '맛없는 집'이라고 규정하고 싶진 않다. 보쌈이 좀 아쉽고, 굳이 보쌈을 만들 자리에 다른 음식을 넣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가격까지 올려가면서 이 가격에 저 정도 양의 보쌈을 내놓을 거면 생태찌개에 집중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생태찌개집에서 발견한 초고가 보쌈, 안성또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