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ipei, TAIWAN 2017. 01. 01 00:04
지금 생각해도 참 어리둥절한 순간이었다.
나는 왜 1년의 마지막 날, 한번 와본 적도 없는 타이베이의 101 타워 앞에서 한해의 마지막을 기념하는 카운트다운을 생면부지의 대만인들과 함께 외치고 있었을까.
갑자기 비행기 티켓을 끊고, 후다닥 짐을 싸서 시작하는 야반도주 식의 여행을 후회해본 적 없는 사람인지라, 이때도 누구보다 신난 세모 입을 하고 연신 웃으며 사진을 찍고, 불꽃놀이를 향해 환호성을 질렀다.
'그때의 나'를 아는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를 이제는 안다. 아마 무엇인가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치다 보니 저곳까지 간 거겠지.
매캐한 연기 내음과 잘 모르는 사람들의 채취가 섞인 거리에서 떠밀리듯 숙소로 향하던 새해 첫날 새벽으로 가는 그 밤의 나는 허무했던가, 희망으로 부풀었던가.
지나고 보니 기억에 남는 건 거진 100층이 되는 빌딩의 외벽을 수없이 많은 폭죽으로 둘렀을 사람들조차, 색색깔 불꽃의 화려한 빛깔보다 연소 후의 자욱한 연기가 밤하늘에 오래 또 멀리 남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을 거라는 거.
차가 끊어진 타이베이의 밤거리를 느적느적 걸으며, 그냥 올해도 이렇게 또 걷자. 걸으며 살자. 그러다 생각나면 웃고 울고 화내고 다시 웃자고 다짐했던 것 같다. 이렇게 맞이한 새해가 벌써 5년 전이다. 올해의 마지막 날의 나는 또 어느 밤거리를 어떤 마음으로 걷고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