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외양간 방치견, 우리집에 오다.

펠라 임보 일기 2

by 홍지이
펠라 (5개월, 여아, 3.5kg) 출처 : 위액트 공식 인스타그램


[임보일기 1탄]


임시보호 신청서가 통과되어 위액트 쪽에서 인터뷰 약속을 잡자는 연락이 왔다. 다른 곳도 비슷하지만 위액트의 임시보호 절차가 꼼꼼해서 통과하기 어렵다고 했는데 다행이었다. 임시보호 확정을 위한 일정이 늘어질수록 펠라에겐 좋을 게 없을 것 같아서 일정을 정리해 인터뷰를 최대한 빠른 시간으로 잡았다. 인터뷰는 임시보호 업무 담당자 2분과 나까지 셋이 있는 카톡방에서 진행했다.


신청서에 적은 내용 중 부연설명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질문 후 펠라의 현 상태과 우리 집 환경이 적합한지를 가늠할 수 있는 추가 질문이 있었다. 반려견 무늬의 성향과 무늬를 반려하는 방식에 대해 꼼꼼하게 체크하는 질문을 받고, 펠라만큼 무늬도 배려해주고 있음을 느꼈다. 무늬가 조용하고 얌전한 성향이라 집에 임시로 머무는 강아지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나 역시 걱정하고 있었다. 기존 반려견과 임시 보호견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문제는 둘의 성향을 파악해 예상해볼 수는 있으나 확실한 건 둘을 합사 한 뒤에야 알 수 있기에 반려견이 있는 상태에서 임시보호를 하는 건 어쩔 수 없이 모험적 요소를 띄고 있다. 문제가 일어난 뒤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느냐, 혹은 감내할 수 있느냐에 대한 비교적 견고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카톡 인터뷰를 마치고 라이브톡으로 연결해 간단히 펠라가 머물 수도 있는 우리 집의 환경을 영상으로 보여줘야 했다. 모르는 사람에게 집을 보여주는 게 썩 익숙하진 않았다. 그렇지만 필요한 절차임에는 확실히 동의하기도 하고 휘리릭 훑는 수준으로 보여주는 거라 실제 영상을 보여주는 건 1~2분 남짓 걸린 것 같다. 환경 체크까지 하고 나니 1시간 반 가량이 지나 있었다.


추석 연휴가 끝나기 전날, 펠라의 임시 보호자로 지정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그리고 이동 봉사자님의 도움으로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저녁 펠라가 왔다. 생각보다 큰 켄넬을 건네받았다. 사진에서 본 어리둥절한 표정 그대로의 펠라는 처음 타 본 자동차의 흔들림의 고됨이 입가의 침과 토 자국으로 남아있었다. 고소하고 달큼한 냄새가 났다.


펠라와의 첫 만남.


남편이 조심스럽게 켄넬을 내려놓았다. 문을 열어주었더니 고개만 빼꼼 빼보고 나오려 하지 않았다. 어쩔 줄 몰라하는 나에 비해 역시나 듬직한 남편이 펠라를 살살 구슬려 조심스럽게 안았다. 겁쟁이답게 오줌을 살짝 지렸다. 남편이 내 무릎에 펠라를 내려놓았다. 3.5kg이라 했는데 직접 안아보니 훨씬 작아서 조금만 힘을 줘도 아플 것 같았다. 펠라가 와서 허둥지둥 대는 우리에 비해 반려견 무늬는 먼 곳에 엎드려서 심드렁한 얼굴로 바라보다 잠이 들었다. 우리 가족 중 가장 의젓한 녀석 다웠다. (하지만 며칠 후 무늬는 세상 호들갑을 떨게 되는데...)

눈치 보는 펠라와 왼쪽 뒤 심드렁한 무늬
작고 작은 펠라


의외로 바들바들 떨거나 헥헥거리지 않았다. 생각보다 대범한 타입인가 싶었다. 그래서 방심했나 보다. 당연히 얌전히 안겨있을 줄 알았더니 갑자기 휙 하고 점프를 해서 내 품에서 벗어나 거실의 끝으로 이동했다. 이런 식으로 집을 소개해주고 싶지 않았는데 펠라가 셀프로 거실 구석구석을 뛰어다니게 되어 우리 집은 순식간에 술래잡기 분위기가 되었다. 남편과 나는 펠라를 잡으려 허둥거렸지만 작고 빠른 펠라는 우리를 놀리듯 날렵하게 뛰어다녔다. 구석으로 몰아 겨우 잡았다. 작은 심장이 콩닥콩닥 거리고 있었다.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좋지 않은 첫인상을 주었을까 걱정이었다. 더구나 요 며칠 사이 너무 많은 변화를 겪었을 텐데 또 놀라게 한 것 같아 미안했다. 펠라를 위해 만들어놓은 펠라의 공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낮은 울타리를 쳐서 이 공간에서 만큼은 펠라가 아늑함을 느끼고 쉴 수 있게 했다. 급히 구입한 푹신한 동굴 하우스도 오른쪽 안쪽에 넣어 두었다. 목욕을 시키면 좋겠지만 간단히 펫 티슈로 토사물과 침이 뭍은 입 주변을 닦아주고 작고 쫀득한 발바닥도 닦아 주었다.


먹은 걸 토했으니 속이 휑할 것 같아 사료를 조금 주었다. 전염병 예방을 위해 약도 먹고 있는 아이여서 끼니를 거를 수 없었다. 낯선 공간인데 밥을 잘 먹을까 싶었는데 너무 잘 먹어서 놀라웠다. 건식과 습식 사료를 조금 섞어 주었는데 한 그릇을 금세 비우고 물도 촵촵거리며 마셨다. 생각보다 까다롭고 예민한 아이는 아닌 것 같았다.


펠라의 공간이 있는 거실에 매트를 깔았다. 당분간은 가족 모두 다 같이 거실에서 자기로 했다. 무늬는 쿨해도 너무 쿨했다. 마치 펠라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익숙하게 남편의 다리 근처에 자리를 잡고 누워 금세 잠들었다. 많은 일이 있었던 오늘 하루가 고단했는지 남편의 숨소리도 나직하게 잦아들었다. 펠라는 자고 있을까? 고개를 들어 보고 싶었지만 혹시나 자고 있는데 깨울지도 몰라 움직이지 않았다. 어디선가 훅 하고 낯선 지역의 흙냄새가 날아왔다. 펠라가 가져온 향이었을까. 조만간 펠라에 몸에서도 우리 가족과 비슷한 냄새가 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스며들어도 좋으니.


똥꼬발랄 펠라 사진 더 보기!


https://www.instagram.com/dearest_p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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