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 강아지 입양가던 날

펠라 임보 일기 15

by 홍지이

당연하게도 잠을 잘 못 잤다. 전 날의 나들이로 몸은 피곤했는데 정신은 각성된 상태로 새벽녘에 겨우 잠들었다. 나에 비해 펠라는 너무도 잘 잤다. 머리맡에 누웠다가 내가 잠들 무렵엔 다리 아래 폭신한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그 자리에서 아침까지 내리 잤다.


펠라의 가족 되실 분들이 우리 집까지 펠라를 데리러 오신다고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데려다 드리면 어떻겠냐 여쭤보니 흔쾌히 그래 주시면 감사하다고 하셔서 우리가 움직이기로 했다. 펠라가 살게 될 곳은 친인척이 사는 동네라 자주 가서 잘 아는 곳이기도 했고, 위액트의 보호소에서 우리 집에 올 때 약간의 장거리다 보니 멀미를 했던 기억이 있어, 넉넉히 출발해 펠라의 상태를 보며 쉬엄쉬엄 가기로 했다.

20220912_185506 (1).jpg 바로 이 켄넬!

펠라가 우리 집에 처음 올 때 썼던 켄넬을 싹 닦은 뒤 햇빛에 바짝 말렸다. 출발하는 아침에 허둥대서 펠라가 불안해하면 안 되니까 켄넬은 어젯밤에 미리 차에 실어놓았다. 구조견과 유기견이 입양되는 때, 의외로 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때가 입양처에 처음 도착하는 순간이라고 한다. 개는 변화에 민감하다. 바뀐 환경을 금방 눈치채고 다양하게 반응한다. 입양자가 자신의 가족이 되기 위해 만난 거란 걸 개는 알지 못한다. 그저 처음 보는 낯선 사람과 처음 가보는 무서운 공간다. 그래서 켄넬에 넣어 옮기는 게 가장 안전하다. 그마저도 자칫 외부 공간에서 켄넬 문을 열면 놀란 강아지가 갑자기 튀어나와 잃어버리는 일도 많다. 꼭 켄넬 채로 옮긴 뒤 문이 다 닫힌 안전한 실내에서 켄넬 문을 열어야 한다. 심지어 목줄이나 하네스를 하지 않고 맨 몸의 강아지를 안아서 옮기다 놓친 경우도 들었다. 이제야 가족을 만나는 기쁜 순간인데 그런 사고가 난다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펠라의 켄넬 문이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다시 살폈다.

20221015_100212.jpg 날씨도 참 좋았다. 펠라 입양가는 날.

입양처 근처의 공원에 들러서 펠라와 무늬와 함께 우리들의 마지막 산책을 했다. 펠라가 살 동네에는 반려 가족이 함께 산책하기 좋은 공원이 많았다. 그날도 아침부터 많은 반려견이 가족과 함께 나와서 행복한 표정으로 뛰거나 걷고 있었다. 앞으로 펠라도 이곳에 자주 나와 산책하는 행복한 강아지로 자라겠지 생각하니 내심 마음이 놓였다.


약속한 시간에 얼추 맞춰서 도착하게 되었다. 위액트를 통해 전달받은 입양 신청자(3주간 입양 전제 임시보호를 거친 후 정식 입양자가 될 분) 분께 연락해 곧 도착한다고 말했다. 이제야 우리의 이별을 실감했다. 그때부터 머리가 띵 하고 가슴이 크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침을 삼키듯 눈물을 삼켜 숨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눈물이 흐르지 않게 눈에 담아두려 했지만 잘 되지 않고 금방이라도 넘쳐흐르려 했다. 눈에서 흘러내리기 직전에 잽싸게 닦아 없애서 울지 않은 거라 해보려 빠르게 눈물을 닦았다.


입양 신청자님의 집 앞에 도착했다. 뒷자리에 앉아 무릎에 안고 있었던 펠라를 "펠라, 하우스!"라고 말하고 자연스럽게 켄넬에 넣었다. 켄넬을 '하우스'라는 명령어로 인지하게 하고, 켄넬에 들어가서 밥을 먹고 간식을 먹으며 쉴 수 있게 교육을 해왔었다. 펠라는 왜 차에서 자길 안아주지 않고 하우스에 들어가라고 했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듯 어리둥절해 보였지만 이내 편하게 엎드렸다.


좋은 분들 같았다. 함께 온 무늬의 안부도 여쭤보셔서 차에 타 있는 무늬를 보여드렸더니 펠라의 인스타그램에서 자주 봐서 어딘지 낯설지 않다고 하셨다. 펠라를 위해 산 새 옷과 잘 먹던 간식, 좋아하던 장난감 등을 담은 쇼핑백과 켄넬을 드린 뒤 집 안에서 여셔야 한다고 최대한 밝고 즐겁게 말씀드렸다.


"감사합니다. 펠라 잘 부탁드려요."


차에 타자마자 엉엉 울었다. 바로 직전까지 안고 있었던 따뜻하고 작은 펠라와 다시는 함께 집에 갈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펠라의 선택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자신의 집이라 믿고 용기 내 모든 마음을 내어주고 훌륭하게 적응해나가던 펠라를 집 밖으로 밀어냈다. 스스로의 차가움에 놀라 실망해서, 차 안에 가득했던 펠라의 냄새가 벌써 흐릿해지고 있어서, 그럼에도 여전히 무릎에 안겨있던 펠라의 무게가 느껴져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남편은 그분들 앞에서는 새삼 어른스럽게 굴더니 타자마자 우는 거냐 놀리듯 말하며 내가 그만 울도록 멋쩍게 농담을 했다.

20221015_092753.jpg 무릎 강아지 펠라

임시보호가 (3주 간의 트라이얼 기간을 잘 마무리 한다는 전제 하에)입양으로 마무리 되는 건 너무나 잘된 일이고 좋은 일이었다. 단체에서 엄정한 과정을 거쳐 선별한 입양 신청자 분들이었는 데다 직접 뵈니 한눈에 봐도 펠라와의 만남을 손꼽아 기다리신 기색이 역력했다. 그럼에도 이별의 슬픔이 이성을 잠식했는지 머릿속이 슬픔으로 범람했다. 남편과 이야기를 하며 마음의 갈피를 가다듬으며 차츰 안정을 찾아가던 중이었다. 한 시간쯤 지나 집에 거의 다 와갈 무렵에 '띠링' 하고 메시지가 왔다.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펠라가 냄새도 잘 맡고 간식도 먹었으며 보호자에게 다가왔다는 메시지와 함께 귀여운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 침대에 똬리를 틀고 앉은 뒤 당당한 눈빛으로 돌아보는 영상이었다. 그 순간 거짓말처럼 해사한 웃음이 나왔고 기분이 좋아졌다. 펠라는 행복을 찾아 밝은 곳으로 씩씩하게 잘 걸어가고 있구나. 펠라가 가는 그 길이 곧 꽃길이기를.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스크린샷 2022-10-28 오전 11.32.06.png 영상 하나에 거짓말처럼 좋아진 기분!


집에 와서 미처 치우지 않은 펠라의 배변패드를 보고 조금 울적해졌지만, 집에 오자 이상하리만치 신나서 이 방 저 방 뛰어다니며 마치 이제 혼자임을 자축하는 듯한 무늬를 보며 금방 웃음이 나와서 다행히 우울해질 틈을 놓쳤다. 펠라의 보호자 가족과 저녁에도 짧게 대화를 나눴다. 저녁밥도 잘 먹었고 생각보다 붙임성도 있어 쓰다듬고 스킨십도 짧게 자주 하셨다고 했다. 펠라가 편히 쉬고 적응할 수 있도록 살뜰히 준비해 놓으신 것도 충분한데, 펠라를 더 배려하기 위해 이것저것 고민하고 계셨다.


헤어질 때 경황이 없어서 펠라에게 인사를 제대로 못 했다. 하지만 왠지 그럴 것 같아서 아침에 집에서 출발할 때 아무도 몰래 펠라에게만 진지하게 작별 인사를 했다. 영상으로 남겨두길 잘했다. 펠라는 이제 집에 없고 좋은 분들의 품에 안긴 것 같지만, 아직 마음에서만큼은 다 보내지 못했다. 생각보다 긴 작별이 될 것 같다.


펠라야 펠라야 안녕



"펠라야.

건강하게 잘 살아. 알았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해.

우린 널 영원히 사랑할거야. 너는 멋지고 대단한 강아지니까 어디서나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

가서도 사랑 많이 많이 받고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쑥쑥 자라서 다음에 무늬언니 만나면 더 커져 있어라! 무늬언니한테 지지말고~ 알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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