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라 임보 일기 16
펠라를 구조한 단체인 위액트 담당자 분께는 필요할 때 말고는 자주 연락하지 않았다. 펠라 말고도 신경써야 할 아이들이 많은데다 모두 생업이 있는 봉사자 분들이라 사소한 일에서부터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더욱이 궁금한 것은 먼저 말씀해주시기도 하고 답변도 빠른 편이라 늘 수월하게 소통할 수 있었다. 두 번의 임보를 하며 단체 담당자와 긴밀하고 신속하게 소통하는 것도 임보견에게 매우 중요한 일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느 날, 한 가지 긴히 물어볼 게 있어 단톡방에서 대화를 나눴다. 펠라는 아직 접종 중이었는데 병원에서 국내 버전으로 맞추고 난 뒤 아차 싶었다. 혹시 펠라가 해외로 입양을 갈 가능성이 있는지 여쭤봐야 했다. 그러다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임보자님. 펠라 입양신청서가 쏟아지고 있어요. 소형 믹스견으로서 최초의 일이라 저희도 놀라고 있어요."
임시보호 초반, 두 세분의 입양 신청자 분이 계셨지만 모두 펠라를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은 분들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처음 듣는 펠라의 입양신청 상황이었다. 입양 신청서가 많아도 펠라에게 맞는 가족분이 없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펠라가 가족으로 품기에 과분할 만큼 얼마나 멋지고 훌륭한 아이인지 알아봐주신 분들이 많다는 뜻 같아서 매우 기뻤다. 솔직히 펠라가 너무 귀엽고 예쁘긴 하지만, 그렇다고 가족을 기다리는 다른 강아지들도 못지 않다. 단체 관계자 분께서는 노하우가 있으시다면 다른 임보 가족분들과 나눠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럼 가족을 기다리는 다른 아이들도 펠라처럼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라며. 맞는 말씀이지만 어쩐지 쑥스럽고 더욱이 다른 분들에 비해 특별하게 무언갈 한 게 없는 것 같아 생각해 보겠다 말씀 드리고 우물쭈물 넘겼다. 그렇게 넘어갈 줄 알았는데 며칠 뒤 단톡방에서 직접 말을 걸어 부탁을 하시는 분들이 계셨다. 급히 정리해 다른 분들께 여기저기에 펠라를 알리기 위해 한 일들에 대해 말씀드리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건 펠라의 얼굴공격!ㅎㅎㅎ 귀여운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파파라치 처럼 늘 사진찍을 준비하고 있다가 찍어서 인스타에 바로바로 올려요.
-인스타 게시물을 올릴 때 태그를 입양을 고려하는 분들이 자주 볼 만한 걸로 붙여서 올리고 있어요. (#임시보호 #강아지입양 #유기견입양 #평생가족을찾아요#사지마세요입양하세요 #유기견 #믹스견 #입양해주세요 #입양홍보 #임보일기 #임보중 #임보 등!!!)
-브런치 라는 곳에 펠라 임보일기를 써서 올리고 있어요. 다음에서 운영하는 글쓰기 블로그인데 글에 펠라 인스타와 위액트 입양공고 링크를 함께 올리고 있어요.
-포인핸드 '입양해주세요' 게시판에 위액트 펠라의 구조 스토리와 펠라에 현 모습에 대해 올리고 하루 1회씩 끌어올려서 펠라 글이 상위에 올라가게 하고 있어요.
-직장 동료, 가족, 지인들에게 펠라 인스타 주소를 단톡방에 올려달라고 부탁 했어요.
써놓고 보니 정말 별 거 아니었지만, 임시보호를 처음 했을 때 허둥댔던 내 모습을 떠올리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무엇보다 길에서, 학대에서, 생명의 위협에서 가까스로 벗어나 따뜻한 임시보호 가정에서 평생 가족을 찾는 임보견에게도 작은 힘을 보탤 수 있겠지 라는 마음으로 공유했다.
펠라에게는 누가봐도 똑 닮은 동배 남매견이 둘 더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펠라가 가장 먼저 우리집 임시보호견으로 오게 되었다. 다행히 얼마 뒤 두 강아지도 임보처를 찾았다.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두 강아지를 임시보호 하시는 분들이 펠라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단체의 소식을 알게 되었고, 동배 아이들까지 알게 되어 결국 임시보호까지 하시게 되었다고 했다. 펠라 덕분에 예쁜 아이들을 알게 되었고 임시보호의 연이 닿았다고 내게 감사하다는 따뜻한 댓글을 남겨주셨다. 구조견 임시보호를 결심하는 것도 어려운데 실행까지 해 주신 분들의 용기가 더 감사하다.
많은 신청서들을 일일이 체크하시고 인터뷰를 진행하신 위액트의 노고 덕에 결국 펠라는 펠라에게 딱 맞는 가족을 찾게 되었다. 단체 관계자분, 임시보호 가정, 유기견과 구조견 입양을 희망하는 예비 입양가족 모두의 진심이 닿아 쉽지 않지만 결코 깨지지 않을 단단한 반려 가족을 만들고 있다. 펠라의 임시보호는 끝났지만 아직 가족을 찾아야 할 임보견과 구조견이 많다. 그 아이들의 가족분들도 신중한 걸음으로 오고 계시느라 조금 시간이 걸리는 거라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