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라 임보 일기 13
반려견 무늬와 임보견 펠라를 데리고 집 근처 공원에 갔다. 무슨 용기가 생겼는지 왠지 둘을 함께 산책시킬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남편과 넷이 함께 왔던 경험도 여러 차례라서 남편 하나 없는 것만 다를 뿐이라 생각하고 도전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무늬의 하네스와 리드 줄이 단단하게 매져 있는지 계속 확인했고 펠라는 하네스와 목줄을 이중으로 채웠다.
머릿속 시물레이션에선 분명 무늬와 펠라, 내가 삼각 편대를 형성하며 기가 막힌 팀워크를 발휘했는데 현실은 냉혹했다.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두 강아지의 리드 줄이 교차하며 내 몸을 칭칭 감아 묶어서 넘어질 뻔했다. 소싯적 걸 스카우트할 때 배웠던 것보다 더 강하게 매듭이 생기기도 했다. 무늬가 무언가에 겁을 먹고 왼쪽으로 달려가려고 하면 펠라는 갑자기 날아오른 까치를 쫓으려 오른쪽으로 달려갔다. 왼쪽 오른쪽 손이 양쪽으로 벌어졌다. 능지처참 초반의 기분을 체험했다고 말하면 과장이겠지만 겨드랑이가 찢어지는 느낌은 들었다. 뜻밖의 고난 미션을 수행하고 아이들의 산책을 마치려 하니 고작 10분가량 지나 있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손바닥도 흥건했다. 아이 둘을 잡고 있는 데서 오는 긴장감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무사히 산책을 마무리하려 주차장 근처에 왔을 때였다.
"어머, 두 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하시다니 너무 멋지시네요."
누군가 서늘한 땀이 흐르는 내 등에 대고 말씀하셨다. 겨우 돌아보니 우리 엄마 뻘 되는 여성 분이셨다. 펠라와 무늬를 번갈아 바라보시며 밝게 웃으셨다. 애들이 너무 착하고 예쁘다며(아까 산책할 때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튀어나가던 해맑은 모습을 못 보셔서 그렇다.), 당신의 댁에는 다 자란 리트리버가 있는데 힘이 무척 세서 산책할 때마다 끌려 다니지 않으려 애를 쓰신다고 하셨다. 귀여운 인절미 아이를 상상하며 한 편으로 문득 무늬와 펠라의 현재 거취에 대해 말해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하면 무늬와 펠라를 서툴게 컨트롤하는 내 모습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얄팍한 생각에서 이기도 했다.
"사실 (펠라를 보여드리며) 이 아이는 동물보호단체에서 구조한 구조견인데 잠시 임시보호 중이에요. 좋은 가족을 만나서 입양 갈 때까지 데리고 있어요."
말하고 아차 싶었다. 어르신들은 임시보호라는 개념에 대해 잘 모르실 텐데 그게 뭐냐고 여쭈어 보시면 어떻게 조리 있게 설명해 드리지 싶어 머릿속이 복잡해지려는 찰나.
"임보라니 정말 좋은 일 하시네요."
"....?"
"아이가 예뻐서 금방 가족을 찾겠는데요? 감사합니다. 너무너무 복 받으실 거예요."
"...??????"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대화로 인해 감사하다는 말도 드리지 못하고 벙쪄있는 나를 두고 어르신은 하실 말씀을 다 마치셨는지 호호호 웃음을 날리며 잰걸음으로 사라지셨다. 임시보호를 임보로 줄여서 말씀하신 것부터 감동이었는 데다 오가며 처음 만난 사람에게 부담스럽지 않게 적당히 자애롭고 따스하게 격려하시는 태도라니. 이런 게 어른의 품격인 걸까. 잠시 아득한 남쪽 나라의 따스한 햇살 아래 있는 기분으로 멍 해 있었다.
오늘의 운세를 봤다면 '공원에서 귀인을 만난다.' 쯤이었으려나. 방금 산책하며 느꼈던 고생뿐 아니라 지금까지 무늬와 펠라를 반려하며 녹록지 않았던 모든 순간이 어르신의 말씀 한 마디로 보상받는 듯했다. 어떤 경우엔 그저 따뜻한 말 한마디가 많은 일을 해결하는 것 같다. 단언컨대 누군가의 인정과 칭찬을 바라고 시작한 임시보호는 아니었다. 그저 같은 마음, 공감이란 감정이 주는 위안 덕에 더 씩씩하고 단단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확신했다. 우리 가족은 생각보다 훨씬 멋진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무늬와 펠라는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앞으로 더 행복할 자격이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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