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라 임보 일기 12
반려견 무늬와 임보견 펠라와 내 일상을 함께 돌보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무늬와 펠라를 반려하는 능력에 비해 욕심이 많아서였을지도 모르지만 주 2회 가던 요가 수업을 잠시 정지했고 지인들과의 만남도 되도록 미뤘다. 그래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가며 무늬와 펠라는 서서히 성장해갔고, 아이들이 찾아낸 질서 덕에 나와 남편 또한 균형을 찾아갔다.
가을 냄새가 실린 아침이었다. 이제 남편이 두 아이들의 새벽 산책을 함께 해주고도 허둥대지 않고 출근할 수 있는 적당한 시간을 찾았다. 산책을 마친 뒤 남편의 출근을 배웅한 무늬와 펠라는 거실 소파에 편하게 자리 잡고 쪽잠을 잤다. 나 또한 서재방에 가 좋아하는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하며 잠시 숨을 돌렸다. 펠라와 무늬의 인스타그램의 DM과 댓글을 확인하고, 페이스북으로 기사를 잠시 보고 자주 들어가는 커뮤니티의 인기 게시글을 읽고 나면 아이들이 기지개를 켜며 슬슬 배고픈 듯한 표정으로 눈을 껌뻑인다.
방에서 살며시 나와 주방으로 갔다. 이젠 내가 같은 공간에 있던지 없던지 둘이 잘 있는다. 레시피가 다른 두 아이의 아침밥을 능숙하게 만들어 주었다. 펠라는 하우스 훈련을 위해 켄넬에서 먹고, 무늬는 좋아하는 자리에서 먹었다. 서로의 밥에 관심을 두지 않게 되었기에 평화로운 아침 식사시간을 갖게 되었다. 빈 밥그릇을 치우고 나 역시 오늘 하루를 힘차게 보낸다는 명목 하에 든든하게 아침을 먹었다. 배가 부르니 몸을 움직일 시간이다. 창문을 열고, 소파와 쿠션, 이런저런 패브릭을 턴다. 아이들의 털은 모서리와 테이블 아래 등에 특히 잘 모인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 곳을 신경 써가며 청소기를 돌리고, 분무기로 편백수를 뿌려 가며 물걸레 질을 했다.
점심 산책 시간이다. 처음엔 두 아이의 리드 줄에 걸려 넘어질 뻔하기도 했지만 어느덧 제법 능숙하게 펠라와 무늬 둘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다. 한 손으로는 펠라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무늬의 리드 줄을 잡고 집을 나섰다. 점심 산책은 아파트 뒤쪽 벤치와 잔디가 있는 곳이다. 두 아이가 편안하게 산책하기 위해 그 공간이 거짓말처럼 조용해지는 시간도 찾았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아이들이 등원을 위해 차에 탈 때는 피하면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하교하기 전이 그 순간이었다. 무사히 산책을 마치고 집에 올라와 아이들 발을 씻기고 차를 한 잔 마셨다. 여유롭다. 이제야 루틴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카톡!'
오랜만에 임시보호 담당자에게 메신저가 왔다. 심장이 두근두근거렸다. 혹시?
"온도차님!!!! 펠라 엄마를 찾은 것 같아요. 인터뷰를 했는데 너무너무 좋은 분이셨어요....."
이 분이 유력했지만 아직 절차가 남긴 했다. 입양 신청자로 확정되면 펠라를 집으로 데려간 뒤 3주 간의 트라이얼 기간을 거치며 단체에서 제시하는 미션을 수행한다. 실전에서 아이를 잘 돌볼 수 있는지 여러 가지를 체크한 뒤 적합한 가정이라 판단되면 최종 입양 가정으로 확정된다. 이 모든 과정을 이미 알고 있었고, 펠라를 임시보호 하기 시작할 때부터 줄곳 염원하던 일인데도 기분이 묘했다.
점심 산책이 마음에 들었던지 어느 때보다 만족스러운 얼굴로 편히 자고 있는 펠라를 바라봤다. 작은 소리에도 눈을 번쩍 뜨고 짖던 아이였는데 내가 돌아다녀도 잠에서 깨지 않을 정도로 우리 집에서 마음을 많이 내려놓았다. 새로운 집에 가서 한 번 더 적응해야 할 펠라의 수고스러움을 생각하니 안쓰러웠다. 하지만 그곳이 평생 집이 되면 마지막 한 번의 적응기일 테니 오히려 임보집을 빨리 떠나는 게 더 나은 거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 집에서도 멋지게 해 냈으니 분명 더 빠르고 능숙하게 해낼 것 같기도 했다.
우리와 펠라의 이별 카운트다운이자 펠라와 평생 가족의 만남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이별과 만남이 맞닿아있는 임시보호의 모순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지만 막상 내게 닥치니 마음이 마음대로 요동쳤다. 펠라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 남편과 상의했다. 유난스럽지 않지만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계획을 짰다. 남편은 펠라가 가기로 한 전 날 휴가를 썼다. 그렇게 우리는 아름다운 이별을 향해, 펠라는 소중한 만남을 향해 뚜벅뚜벅 걷기 시작했다.
글을 업로드한 현재, 펠라는 이미 따뜻하신 입양 신청자 분의 집으로 이동한 상태입니다.
펠라의 임시보호는 끝났지만 펠라와의 마무리를 준비하며 쓴 일기를 몇 편을 더 올릴 예정입니다. :-)
https://www.instagram.com/p/CjvGsLsJe9A/?utm_source=ig_web_copy_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