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니? 네가 잘 자는 게 곧 나의 행복이야.

펠라 임보 일기 10

by 홍지이

[1,2주차 이야기]

https://brunch.co.kr/@redmanteau/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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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구성원]

남편, 나, 반려견 무늬, 임시보호견 펠라


다음은 사랑하는 우리 가족이 서로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정도로 가깝게 누워 평화롭게 잠들기 위해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보낸 한 달 간의 시간을 주별로 총 4번에 걸쳐 기록한 것이다. 과연 두 인간과 두 강아지는 한 자리에 누워 새근새근 평화롭게 잠들 수 있었을까? (힌트, 네니오)



3주차) 펠라의 진도 빼기에 (기쁘게) 당해버린 우리 셋

VideoCapture_20220930-185920.jpg 빠방 타고 함께 산책 가요!

3차 접종을 마치고부터 펠라와 가볍게 산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집 반려견 무늬는 아침, 점심, 저녁 꼬박 3번 산책을 하는 아이라 자연스럽게 펠라도 함께 나갔다. 집 근처 산책로에서 연습을 한 뒤 리드 줄에 익숙해질 무렵부터는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공원에도 갔다. 흥미로운 풀냄새, 땅 냄새를 잔뜩 맡고 숨이 찰 때까지 뛰기도 했다. 산책에 힘을 써서 그런지 펠라는 집에서 보다 안정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아늑한 자신만의 스폿도 여러 군데 찾아서 편하게 늘어져 낮잠을 잤다. 밤이 되어서도 잠들기 전 혼자만 신나게 놀던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다.


집에서 무늬와 펠라가 투닥거리며 노는 시간이 는 것도 숙면으로 가는 길목이었나 보다. 펠라에게 무관심했던 무늬도 점차 펠라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듯 펠라의 장난에 장단을 맞춰 주었다. 둘 사이가 가까워질수록 무늬의 행동 이모저모를 펠라가 유심히 살펴볼 때가 많았다. 우리와 한 자리에 누워서도 잘 자고,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도 잘 자는 무늬의 잠버릇을 펠라가 받아들이는 듯했다. 거실에 누운 나와 남편의 옆으로 와 누워서 자기 시작했다. 새벽에 깨서 보면 펠라는 조금 더 편하게 자고 싶어 그런지 약간 떨어진 곳에서 대자로 뻗어서 자고 있었다. 어느 날 새벽, 도롱 도롱 거리는 소리가 났다. 가만히 들어보니 펠라의 작고 까만 코에 숨이 드나드는 소리였다. 펠라가 나지막이 코 고는 소리에 맞춰 숨을 쉬며 다시 잠들었다.


20221004_182033.jpg 투닥거리다가도 꼭 모여서 자는 무늬와 펠라

3주 차부터는 아침에 일어나면 배 쓰담쓰담과 눈 맞춤을 넘어 분홍 혓바닥을 이용해 나와 남편의 턱과 입술을 열정적으로 핥아 주었다. 눈 뜨자마자 습기 가득한 모닝 뽀뽀 세례라니. 펠라의 리드가 조금 빨라 본의 아니게 우리의 진도가 급속도로 전개되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매일 아침 배시시 웃으며 펠라의 뽀뽀를 받아내는 것뿐이었다.


스크린샷 2022-10-06 오후 9.31.29.png 모닝 뽀뽀 받고 기분 좋아서 올린 그 날의 인스타 피드


4주차) 이제 우리의 새벽은 낮보다 행복하다! 우.새.낮.행


우리의 하반신 쪽 남은 공간에 누워 자는 걸 좋아하는 무늬를 보고 배운 건지, 펠라는 머리맡에 자리를 잡았다. 똑똑한 아이답게 본 건 있어가지고 하루는 내 베개를, 하루는 남편의 베개를 번갈아 베고 잠들었다. 경추 베개라 납작하고 큼지막해서 펠라의 높이에도 적당히 맞았고 함께 베고 있는 줄도 모를 만큼 나눠 베기 좋은 사이즈였다. 어느 날엔 조용히 다가와 나와 남편 머리 사이 공간에 슬며시 누웠다. 테트리스 게임에서 딱 맞는 블록이 제자리를 찾듯, 좁을 줄 알았던 그 공간에 펠라가 누우니 딱 맞았다. 펠라에게 너무너무 잘했다고 손길에 칭찬을 가득 담아 쓰다듬어 주었다. 그럴 때마다 펠라는 당연한 일이라는 듯 지그시 눈을 감고 잠들었다.

20221004_220609.jpg 엉덩이를 붙이고 자는 걸 좋아하게 된 펠라

무늬와 펠라 모두 새벽에 보면 우리가 누운 곳에서 두세 발자국 떨어져 있는 소파나 반려견용 침대에 누워서 자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보면 어김없이 자고 있는 우리 주변에 와 누워 있었다. 어느 날엔 밤새 우리와 함께 누워 한 자리에서 계속 자기도 한다. 강아지의 체온은 사람보다 조금 높다. 새벽 기온이 떨어진 요즘엔 펠라와 무늬의 온기가 더욱 선명해졌다. 아이들은 우리의 다리나 옆구리 같은 곳에 슬며시 등을 기대고 누웠고, 우린 그런 아이들의 체온에 기대 가만히 따스함을 느껴본다.


서로의 숨을 맞추고 체온을 나눠가며 우리들 만의 고요한 밤을 만들어 나갔다. 펠라, 그리고 우리의 제각각 똑딱이던 시계가 어느 덧 정각이 맞아가기 시작했다. 아니, 펠라가 기꺼이 자신의 시계 시침과 분침을 돌려 우리 시계에 맞춰줬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무늬와 펠라는 늘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아침에 먼저 깨어 있어도 가만히 누워 있다가 우리가 일어난 것 같으면 그제야 아는 척하며 다가와 뽀뽀를 한다. 밥을 먹을 때도 칭얼거리긴 하지만 줄 때까지 참아준다. 집에 두고 외출을 하면 자거나 노는 것 같지만 결국 내가 올 때까지 시간을 보내는 것 뿐이다. 나처럼 누군가를 기다리며 핸드폰을 만지작 거릴 수 없으니, 반려견에겐 크고 작은 기다림마저 보호자와 함께해서 소중한 일상이 된다.

20220927_181407.jpg 거실 한복판에서 잠들어버린 펠라

공간과 시간 둘을 함께 공유하고 나니 펠라와 더욱 가까워진 기분이다. 한편으로는 언젠가 평생 가족을 만나러 갈 펠라를 생각하며 가족처럼 익숙해진 우리 관계의 마무리가 떠올라 코끝이 찡해진다. 우리 가족과 공유했던 지금이, 훗날 펠라가 평생 가족과 발맞춰 갈 때 편안하게 그들의 삶에 스며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20221004_060923.jpg 좌 펠라 우 무늬 나는 다 가졌다!

더 많은 펠라의 사진과 소식은 이 곳에서!

https://www.instagram.com/dearest_p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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