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이노베이션 실무 매뉴얼
☕안녕하세요, Dr. Jin입니다.
오늘은 조금 특별한 주제로 여러분을 찾아왔습니다. 바로 협력 파트너 선정과 NDA 체결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이걸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한 가지 비유를 떠올렸습니다. 바로 "연애"입니다.
생각해보세요. 비즈니스 파트너십이란 건 결국 두 조직이 만나서 서로를 알아가고, 신뢰를 쌓고, 결국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 아닙니까? 이게 연애에서 결혼으로 이어지는 과정과 참 많이 닮아있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MOU(양해각서), LOI(의향서), NDA(비밀유지계약)를 연애의 단계에 빗대어 설명해드리려 합니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요?
소개팅을 나간다고 생각해봅시다. 누군가 좋은 사람이 있다며 소개를 시켜줬어요. 처음 만난 자리에서 어떻게 하시나요? 대부분은 서로를 탐색하죠. 취미는 뭔지, 어떤 일을 하는지, 가치관은 어떤지. 조심스럽게 질문도 던지고, 내 이야기도 살짝씩 꺼내면서요.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만난 두 회사는 서로를 탐색합니다. 우리 회사의 니즈와 저쪽의 역량이 맞아떨어지는지, 함께 하면 시너지가 날 수 있을지. 이 단계에서 중요한 건 과도하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이 흥미를 가질 만한 힌트는 던져야 한다는 거예요.
제가 오픈이노베이션 실무 강의를 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비유가 바로 이겁니다. "소개팅 당일에 고백하는 사람 있어요?" 없죠. 만약 소개팅 당일에 "저랑 결혼해주세요"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열에 아홉은 도망가겠죠.
그런데 놀랍게도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이런 일이 심심찮게 벌어집니다. 첫 미팅에서 NDA를 들이미는 경우 말이죠. 특히 스타트업 대표님들 중에 "대기업이 우리 기술 뺏어갈까봐" 걱정되어서 첫 미팅부터 몸을 굳히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해는 갑니다. 정말로요. 하지만 그렇게 하면 좋은 파트너십으로 발전하기가 어렵습니다.
단계별로 깊어지는 관계
연애도 단계가 있습니다. 소개팅 → 호감 확인 → 고백 → 사귐 → 결혼. 각 단계마다 적절한 행동과 약속이 있죠.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첫 만남 단계: 서로의 관심사를 확인합니다. 공개 가능한 정보만 주고받으면서 "우리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감을 잡는 거죠. 이때는 NDA도, MOU도 필요 없습니다. 그냥 명함 주고받고, 회사 홈페이지 주소 정도 공유하면 됩니다.
관심 확인 단계: "오, 이거 진짜 뭔가 될 것 같은데?"라는 확신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때 등장하는 게 LOI(Letter of Intent, 의향서)입니다. 말 그대로 "우리 이거 한번 진지하게 검토해볼 의향이 있어요"라고 일방적으로, 또는 쌍방이 표현하는 거죠. 연애로 치면 "저 당신한테 관심 있어요"라고 살짝 던지는 신호 같은 겁니다.
고백 단계: 어느 정도 서로를 알았고, "이 사람이랑 뭔가 해볼 만하다"는 확신이 들면 이제 진지해져야 합니다. 이때가 바로 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 양해각서)를 체결할 타이밍입니다. "우리 이런이런 방향으로 협력해보자"고 서로 양해한 내용을 문서화하는 거죠. 연애로 치면 "우리 사귀자"는 고백과 같습니다.
본격 사귐 단계: 이제 진짜 깊은 이야기를 나눠야 합니다. 기술의 세부 내용, 사업 계획, 재무 정보 등 민감한 정보들을 공유해야 하는 시점이죠. 이때 필요한 게 NDA(Non-Disclosure Agreement, 비밀유지계약)입니다. "우리 이제 진지하니까, 서로의 비밀을 지켜주자"는 약속이죠.
결혼 단계: 마지막은 본계약입니다. 구체적인 권리와 의무, 돈 이야기, 지분 이야기 등등 모든 걸 명확하게 정하는 거죠. 연애로 치면 결혼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NDA는 다른 문서들과 시점이 조금 다릅니다. LOI나 MOU는 "협의를 하고 나서" 작성하지만, NDA는 "본격적인 협의를 하기 전에" 작성하거든요.
왜냐하면 NDA는 "이제부터 우리가 주고받을 민감한 정보를 보호하자"는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먼저 "비밀 지키기로 약속하자"고 하는 거죠. 연애로 치면... 음, "우리 이제 사귀기 시작했으니, 내가 이런 내 속 얘기와 옛 이야기를 털어놓을께"는 접근 정도 될까요?
자, 이제 각 문서들이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뭐가 들어가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LOI의 특징
한쪽이 일방적으로 의사를 표현할 수도 있고, 양쪽이 함께 작성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법적 구속력이 약합니다 (Non-binding LOI)
내부 결재용이나 인허가 절차에 활용되기도 합니다
본격적인 협상 전에 "우리 이렇게 할 의향 있어요"를 표현하는 문서
LOI에 들어가는 내용
당사자 정보: 누가 누구에게 제안하는가
거래의 개요: 대략 뭘 하려고 하는가 (구체적이지 않아도 됨)
주요 조건: 대략적인 조건들 (가격 범위, 일정 등)
배타적 협상권: 일정 기간 동안 다른 데랑 얘기 안 하기로 약속
유효기간: 언제까지 이 의향이 유효한가
주의할 점 LOI는 문구에 따라 법적 효력이 달라집니다. "agree to"라고 쓰면 구속력이 생기고, "intend to" 또는 "cooperate to"라고 쓰면 구속력이 약해집니다. 그래서 LOI를 작성할 때는 정확히 어느 정도의 구속력을 원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실제 활용 사례 M&A에서 LOI가 많이 쓰입니다. 공개 입찰에서 입찰 참가자들이 LOI를 통해 "저희가 이 정도 조건으로 인수할 의향 있습니다"라고 공식적으로 밝히는 거죠. 그러면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쪽이 우선 협상대상자가 됩니다.

MOU의 특징
쌍방의 합의가 필수입니다 (일방적인 LOI와 다른 점)
협력의 방향성과 큰 그림을 담습니다
일반적으로 법적 구속력이 약하지만,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도덕적 구속력은 있어서 함부로 위반하면 비난받습니다
MOU에 들어가는 내용
협력의 목적: 왜 손을 잡는가
협력의 범위: 어떤 분야에서 협력할 것인가
각자의 역할: 갑은 뭐 하고, 을은 뭐 할 것인가
협력 기간: 언제부터 언제까지
비용 분담: 돈은 어떻게 낼 것인가 (대략적으로)
비밀유지 조항: 간단한 비밀유지 약속 (간단한 경우)
분쟁 해결: 문제 생기면 어떻게 해결할까
법적 구속력 배제 조항: "이건 법적으로 구속하는 거 아니에요" (넣고 싶으면)
MOU의 딜레마: 구속력 있게? 없게?
MOU를 작성할 때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 바로 이겁니다. "법적 구속력을 줄까, 말까?"
구속력을 배제하고 싶다면:
"본 양해각서 상의 내용은 상대방을 법적으로 구속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명시
"갑의 역할, 을의 역할"처럼 '역할'이라는 용어 사용
구속력을 주고 싶다면:
위 문구를 생략
"갑의 권리, 을의 의무"처럼 '권리, 의무'라는 용어 사용
손해배상 조항 포함
주의사항 제목이 '양해각서'라고 해서 무조건 법적 구속력이 없는 건 아닙니다. 내용을 봐야 합니다. 법원은 제목이 아니라 내용으로 판단하거든요. 손해배상 조항이 있으면 대부분 법적 구속력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MOA와의 차이
가끔 MOA(Memorandum of Agreement, 합의각서)라는 것도 있습니다. MOU보다 좀 더 구체적이고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죠. 요즘은 MOU 내용 그대로 MOA를 체결하는 경우도 많아서 둘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긴 합니다.

NDA의 특징
명확한 법적 구속력이 있습니다
위반하면 손해배상 청구할 수 있습니다
본격적인 협의나 실사 전에 체결합니다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NDA의 유형
일방적 NDA (Unilateral NDA) - 한쪽만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 예: 스타트업이 VC에게 사업계획서 제출
쌍방적 NDA (Mutual NDA, MNDA) - 양쪽이 서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 예: 두 회사가 공동 개발을 위해 기술 정보 교환
다자 NDA (Multilateral NDA) - 3명 이상이 참여하는 경우
- 예: 컨소시엄 형태의 프로젝트
NDA에 꼭 들어가야 할 내용
비밀정보의 정의 - 어떤 정보를 비밀정보로 볼 것인가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정의 서면으로 제공된 정보만 포함할지, 구두로 전달된 것도 포함할지 NDA 체결 전에 제공된 정보도 포함할지 "'비밀정보' 또는 'Confidential'로 표시된 정보에 한한다"는 조항 추가 예시: "본 계약에서 비밀정보란 갑이 을에게 제공하는 기술정보, 영업정보, 재무정보 중 서면으로 '비밀정보' 또는 'Confidential'로 명시된 정보를 말한다. 구두로 제공된 정보의 경우, 제공 후 7일 이내에 서면으로 비밀정보임을 명시하여야 한다."
공개의 목적 - 왜 이 정보를 공유하는가를 가능한 구체적으로 명시
예: "AI 기반 자율주행 시스템의 공동 개발을 위한 기술 검토 목적"
비밀유지 의무 - 비밀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지 않을 것 / 제3자에게 공개하지 않을 것 / 필요 최소한의 인원에게만 공개하고, 그들에게도 비밀유지 의무 부과
제3자 공개 - 제3자에게 공개하려면 상대방의 사전 서면 동의 필요 / 제3자와도 별도의 NDA 체결 후 제공
예외 조항(비밀정보에 포함되지 않는 것) - 이미 알고 있던 정보로, 공지의 사실이 된 정보, (자신의 귀책 없이) 제3자로부터 합법적으로 취득한 정보, 독자적으로 개발한 정보, 법원이나 정부기관의 요청으로 공개해야 하는 정보
유효 기간 / 계약 기간 - 얼마나 비밀로 유지할 것인가 / 일반적으로 2-5년 / 계약 종료 후에도 일정 기간 비밀유지 의무 지속되도록 규정
위반 시 책임 손해배상액 예정 - "위반 시 ○○억 원 배상" / 위약벌: 손해배상과 별도로 부과하는 벌금 구체적 금액 명시하는 게 실효성 있음 예시: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하여 정보를 외부로 유출한 자는 그로 인한 손해배상금으로 금 1억 원을 지급하여야 하며, 이와 별도로 위약벌로 금 5천만 원을 지급하여야 한다."
정보의 반환 및 폐기 - 계약 종료 시 모든 자료 반환 또는 폐기 증명서 제출
잔존정보 (Residual Information) 조항 - 주의! 이 조항이 있으면 "기억에 남은 정보는 자유롭게 사용 가능"하다는 의미. 정보 제공자 입장에서는 위험한 조항으로 가능하면 삭제하거나, 최소한으로 제한
IP 라이선스 부여 아님을 명시 - NDA는 단순히 정보를 비밀로 유지하겠다는 약속일 뿐 그 정보를 사용할 권리를 주는 게 아님을 명확히
실제 NDA의 간단한 예시
비밀유지계약서 주식회사 ABC (이하 "갑")와 주식회사 XYZ (이하 "을")은 AI 기반 헬스케어 솔루션 공동 개발 검토(이하 "본 목적")를 위하여 다음과 같이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한다.
제1조 (비밀정보의 정의) 본 계약에서 "비밀정보"란 본 목적과 관련하여 일방이 상대방에게 제공하는 기술정보, 영업정보, 재무정보로서 "Confidential" 또는 "비밀정보"로 명시된 정보를 말한다.
제2조 (비밀유지의무) ① 수령자는 비밀정보를 본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다. ② 수령자는 제공자의 사전 서면 동의 없이 비밀정보를 제3자에게 공개하지 않는다.
제3조 (예외사항) 다음 각 호의 정보는 비밀정보에서 제외된다. 1. 이미 알고 있던 정보 2. 공지의 사실이 된 정보 3. 독자적으로 개발한 정보
제4조 (손해배상) 비밀유지의무 위반 시 금 1억 원의 손해배상금 및 금 5천만 원의 위약벌을 지급한다.
제5조 (계약기간) 본 계약은 체결일로부터 3년간 유효하며, 종료 후에도 2년간 비밀유지의무는 존속한다.
2025년 12월 6일
갑: 주식회사 ABC (인) 을: 주식회사 XYZ (인)

자, 이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대기업이나 협력사로부터 NDA를 받았을 때 어떻게 검토해야 할까요?
먼저 마인드셋부터 잡고 가겠습니다. 제가 오픈이노베이션 실무 강의를 하면서 가장 많이 만나는 두 가지 극단적인 태도가 있습니다.
첫 번째 극단: 과도한 경계 "대기업이 우리 기술 다 뺏어갈 거야!" "NDA 써도 소용없어, 어차피 기술 탈취당해!" 몸을 잔뜩 굳히고 첫 미팅부터 NDA부터 들이미는 분들이죠.
두 번째 극단: 무방비 상태 "뭐 별거 있겠어? 그냥 사인하면 되지" 아무 검토 없이 덥석 사인부터 하는 분들입니다.
둘 다 위험합니다. 적절한 균형이 필요합니다.
대기업이 제시한 정형화된 NDA
대기업들은 대부분 자기들만의 표준 NDA 포맷을 가지고 있습니다. 법무팀에서 검토하고, 수십 수백 번 사용해본 검증된 양식이죠. 이런 경우:
기본적으로 신뢰해도 됩니다
굳이 문구 하나하나 바꾸려고 하지 마세요
정 불안하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제공하는 공식 포맷과 비교해보세요

"이거 좀 바꿔주시면 안 되나요?"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최소 1-2개월은 걸립니다. 왜냐하면 그 대기업 법무팀에 다시 올라가서 검토받아야 하거든요. 그 사이에 협력 기회를 날릴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질문 하나만 던지세요

"혹시 특약이 있습니까?"
이 질문 하나면 됩니다. 대부분의 대기업 NDA는 일반적인 조항들로 이루어져 있고, 만약 그 회사만의 특별한 조항이 있다면 그걸 '특약'이라고 부릅니다. 그 특약 부분만 집중적으로 검토하면 됩니다.
담당자가 "아, 우리 회사는 다른 건 다 일반적인데, 요런 요런 부분은 특약이 있습니다"라고 하면, 그 부분만 꼼꼼히 보면 되는 거죠.
가장 중요한 건 "뭘 비밀정보로 볼 것인가"입니다.
너무 넓으면 안 됩니다 "갑이 을에게 제공하는 모든 정보"라고만 되어 있으면? 위험합니다. 심지어 미팅 중에 잡담으로 한 얘기까지 비밀정보가 될 수 있거든요.
적절한 수준 "'비밀정보' 또는 'Confidential'로 표시된 정보에 한한다"는 조항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여러분이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표시해서 주고, 아닌 건 표시 안 하고 주면 되니까요.
이게 제일 중요합니다. 실무 강의에서 제가 누누이 강조하는 부분인데요.
NDA 전에는 구설수에 오르지 마세요
첫 미팅, 두 번째 미팅까지는 공개 가능한 정보만 주세요.
회사 홈페이지 주소
한 줄 소개 정도
공개된 보도자료
일반적인 산업 트렌드
피칭덱 (말 그대로, 10~20페이지 이내의, 밋밋하지만 우릴 잘 알리는 정보)
여기서 피칭덱에 실릴 만한, 공개 가능한 정보는, 말 그대로, 우리의 아이디어나 솔루션에 대해 이해는 할 수 있으나, 그걸 따라서 구현하기에는 중요한 핵심이 숨겨지거나 일부만 드러난 자료 정도로 볼 수 있겠습니다.
이 정도만 가지고도 "우리 궁합이 맞는지"는 충분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궁합이 맞으면 그때 NDA 체결하고 더 깊은 이야기를 하면 됩니다.
"일단 덱 한번 보내주세요"라고 하는데 비밀정보가 포함된 IR용 덱을 덥석 보내시면, 안 됩니다. 이 때 던지는 덱은 말그대로, 피칭덱(Pitching Deck), 비밀정보가 포함되지 않은 소개자료입니다. 큰 흐름과 목차, 주요 디테일은 IR용 덱과 차이가 없을 수도 있으나, 이를 실행하고 구현하는데 필요한 핵심 정보는 모두 빠져 있는 자료이죠. 그렇기에 공개/비공개 덱을 구분해 만들어두고, 평소에는 공개용 피칭덱을 공유하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NDA에 이런 조항이 있는지 확인하세요:
"수령자는 비밀정보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게 된 정보(Residual Information)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이거 위험한 조항입니다. "기억에 남은 건 써도 된다"는 거거든요. 이게 있으면 실질적으로 비밀유지가 안 됩니다. 꼭 삭제하거나 최소한으로 제한하세요.
"위반 시 모든 민형사상의 책임을 진다" "발생한 모든 손해를 배상한다"
이런 조항은 실효성이 약합니다. 막상 위반했을 때 손해액을 입증하기가 너무 어렵거든요.
좋은 조항 "위반 시 금 ○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한다" "위반 시 금 ○천만 원의 위약벌을 추가로 지급한다"
구체적인 금액이 명시되어 있어야 실제로 청구할 수 있고, 상대방도 함부로 위반하지 않습니다.
NDA는 단지 "비밀을 지키자"는 약속일 뿐입니다. 그 정보를 사용할 권리를 주는 게 아니에요. 이게 명확히 명시되어 있는지 확인하세요.
"본 계약은 어떠한 지식재산권의 라이선스도 부여하지 않는다"
이런 문구가 있어야 합니다.
너무 짧으면: 금방 비밀이 풀려버립니다 너무 길면: 지나치게 오래 속박됩니다
적절한 기간
일반적인 사업 협력: 2-3년
중요한 기술 정보: 5년
계약 종료 후 추가 기간: 1-2년
NDA를 받으면 이것만 확인하세요:
비밀정보의 정의가 명확한가? (너무 넓지 않은가?)
'비밀정보' 표시 요구 조항이 있는가?
잔존정보 조항이 있는가? (있으면 삭제 요청)
손해배상 금액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는가?
IP 라이선스가 아님이 명시되어 있는가?
계약 기간이 적절한가?
특약이 있다면 그 내용은 무엇인가?
이 정도만 체크하면 됩니다. 나머지는 대부분 표준적인 내용들입니다.
마지막으로 실무에서 정말 중요한 노하우들을 공유하겠습니다.
제가 강의에서 항상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법적 장치만으로는 여러분의 기술을 지킬 수 없습니다.
NDA는 보험입니다. 있으면 좋지만, 그것만 믿고 있으면 안 됩니다. 진짜 보호는 다른 데서 나옵니다.
진짜 보호 방법들
특허: 핵심 기술은 특허로 보호하세요
영업비밀 관리: 사내에서부터 철저히 관리하세요
핵심 인력: 핵심 인력과도 경업금지 약정을 맺으세요
단계적 공개: 처음부터 다 보여주지 마세요
빠른 실행: 아이디어보다 실행 속도가 중요합니다
롯데헬스케어-알고케어 사건 같은 불행한 일들이 왜 생길까요? 중개 조직 없이 독자적으로 진행하다가, NDA 체결도 제대로 안 하고, 해자도 없이 모든 걸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대부분의 미국 VC들은 스타트업과 NDA를 체결하지 않습니다. 거부합니다.
왜 그럴까요? VC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사업계획을 봅니다. 모든 회사랑 NDA를 맺으면 나중에 "저 회사 아이디어 우리가 먼저 제안했는데 투자한 다른 회사에 넘겼다"는 소송이 쏟아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제약, 바이오처럼 특허가 정말 민감한 분야가 아니면 VC들은 NDA 잘 안 합니다.
그럼 어떡하죠?
진짜 핵심 영업비밀은 피칭 덱에 넣지 마세요
대신 "우리가 이런 걸 가지고 있다"는 힌트만 주세요
관심 보이면 그때 더 깊은 대화를 하는 거죠
VC가 NDA 거부한다고 낙담하지 마세요.
NDA는 외부 사람들과만 맺는 게 아닙니다. 제일 먼저 맺어야 할 사람들:
직원들: 입사할 때 비밀유지 서약서
프리랜서: 일을 맡기기 전에 NDA
인턴: 단기 근무자일수록 더 철저히
파트너사 직원들: 공동 작업하는 사람 전원
외부와 NDA 맺기 전에 내부부터 단단히 하세요. 그게 연습도 되고, 실제로 가장 많이 정보가 새는 곳도 내부입니다.
제가 경험한 재미있는 사례를 하나 공유하겠습니다. 유럽의 어떤 명품 대기업과 협력할 때였는데, 이 회사가 이색적인 요구를 했습니다.
"NDA는 체결하되, 우리 회사 이름은 절대 밝히지 마세요."
처음엔 이해가 안 갔죠. 아니, 상대방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스타트업을 소싱하냐고요.
그런데 이유를 들어보니 이해가 되더라고요. "우리 경쟁사가 우리가 어떤 분야에 관심 있는지 알면 안 된다"는 거였습니다. 명품 브랜드들끼리는 서로가 어떤 신기술에 관심 있는지 알면 바로 벤치마킹하거든요.
그래서 결국:
중개기관(저희)과 대기업만 NDA 체결
스타트업들에게는 "럭셔리 브랜드 A사"로만 소개
관심 있는 스타트업을 추려서 그때 실명 공개
이런 식으로 진행했습니다. 항공사 같은 곳도 비슷하게 합니다.
교훈: 모든 NDA가 똑같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산업 특성과 포지션에 따라 요구사항이 다를 수 있습니다. 유연하게 대응하되, 본질은 지키세요.
오픈이노베이션 챌린지나 공모전을 할 때 항상 나오는 딜레마입니다.
- 공공기관/중개조직 입장: "우리 이렇게 좋은 일 하고 있다고 홍보해야지!" - 수요기업 입장: "이거 우리 핵심 전략인데 경쟁사가 알면 안 되는데..."
어떻게 균형을 잡을까요?
우리가 필요시 병행하는 방법 (꼭 이렇게 하진 않습니다)
대략적인 수준에서만 공개: "A사와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 추진"
성과 공유회는 하되, 구체적인 스타트업 이름은 비공개
보도자료 가이드라인을 미리 만들어두기
홍보팀/사업부서와 사전 협의 (필히!)
최근에는 문화가 많이 좋아져서 공개하는 쪽으로 가고 있긴 합니다. 옛날에 비하면요.
기술 탈취. 모든 스타트업의 악몽이죠. 그런데 이거, 제 솔직한 의견을 말씀드리면:
"예방을 많이 할수록 더 나빠질 수도 있다"
무슨 말이냐면, 기술 탈취를 너무 무서워해서 아무 것도 안 하면 기회도 없어집니다. 그리고 할 놈은 어차피 하고, 오해할 놈은 어차피 오해합니다.
현실적인 태도
기본적인 법적 장치(NDA)는 갖추되
과도하게 겁먹지는 말 것
진짜 보호는 해자(특허, 속도, 실행력)로
신뢰할 수 있는 중개 조직을 통해 협력
공개해도 되는 것만 공개하되, 그걸 여러 차례 명확히
롯데헬스케어-알고케어 사건 같은 불행한 일들은 대부분 중개 조직이 없이 직접 진행하다가 생겼습니다. 믿을 만한 중개자가 있으면 이런 일이 훨씬 줄어듭니다.
인터넷에서 "NDA 템플릿" 검색해서 그대로 쓰는 분들 많습니다. 이해는 합니다. 변호사 비용도 부담스럽고요.
하지만 NDA는 상황마다 달라야 합니다.
VC에게 투자 받을 때 NDA
간단하게
핵심만 보호
또는 아예 안 맺기
M&A 실사 때 NDA
아주 상세하게
전문가 검토 필수
손해배상 조항 구체적으로
공동 개발 프로젝트 NDA
쌍방적 NDA
양쪽 모두 보호받도록
공동 소유 IP 처리 방안 포함
상황에 맞게 커스터마이즈하세요. 적어도 핵심 조항들은 검토하고요.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비밀유지협약체결가이드'를 제공합니다. 여기에 웬만한 내용은 다 들어있습니다. (다운로드 링크)
활용 방법
가이드를 먼저 읽어보기
샘플 양식 확인하기
받은 NDA와 비교해보기
차이나는 부분 중심으로 검토하기
이것만 해도 80%는 커버됩니다.
NDA에 "비밀정보로 표시된 것에 한한다"는 조항이 있다면, 정말로 표시하세요.
제가 본 실제 사례:
이메일로 중요한 기술 정보 전송
"Confidential" 표시 안 함
나중에 분쟁 발생
법원: "표시 안 했으니 비밀정보 아님"
억울하죠? 하지만 법원은 계약서대로 판단합니다.
제대로 표시하는 법
이메일 제목: [Confidential] ○○ 기술 자료
문서 모든 페이지: 헤더에 "CONFIDENTIAL" 워터마크
구두 전달 시: 7일 내 서면으로 "○월 ○일 구두로 전달한 ○○ 정보는 비밀정보임" 통지
귀찮아도 이렇게 하세요. 나중에 여러분을 구해줄 겁니다.
만약 상대방이 NDA를 위반했다면?
1단계: 증거 확보
위반 사실을 문서화
날짜, 내용, 경위 기록
관련 이메일, 문서 보관
2단계: 경고장 발송
내용증명으로 위반 사실 통보
즉시 중단 요구
손해배상 청구 예고
3단계: 법적 조치
가처분 신청 (긴급한 경우)
손해배상 청구 소송
형사 고소 (영업비밀 침해)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소송은 최후의 수단입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고, 손해 입증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애초에 안 당하는 게 최선입니다.
길게 설명했지만, 결국 핵심은 이겁니다.
NDA는 신뢰를 법으로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처음부터 못 믿겠으면 아예 같이 일하지 마세요. NDA 백 개 맺어도 소용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신뢰가 있어야 하고, 그 위에 법적 안전장치를 하나 더하는 거죠.
연애도 마찬가지잖아요. 서로 믿지 못하면서 "우리 사귀자"고 하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기본적인 신뢰와 호감이 있고, 그 위에 "우리 이제 공식적으로 사귀는 거 맞지?"라고 확인하는 게 고백이죠.
MOU, LOI, NDA도 그렇습니다. 서로 믿을 수 있는 파트너인지 충분히 검증하고, 단계적으로 관계를 발전시키세요. 조급하게 굴지 말고요.
그리고 기억하세요:
소개팅 당일에 고백하지 마세요
공개 가능한 정보로 먼저 궁합을 보세요
NDA는 진지해질 때 맺으세요
하지만 NDA가 만능은 아닙니다.
진짜 보호는 우리만의 해자가 지켜줍니다.
여러분의 비즈니스 파트너십이 행복한 결혼처럼 오래 가기를 바랍니다.
다음에 또 재미있는 주제로 찾아뵙겠습니다.
이상 Dr. Jin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