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이노베이션 실무 매뉴얼
☕안녕하세요, Dr. Jin입니다.
오늘은 오픈이노베이션 현장에서 가장 머리 아픈 순간 중 하나인 1대1 밋업 후보 업체 선정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공모를 열면 수십, 수백 개의 스타트업이 몰려들죠. 하지만 실제로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입니다. 누구를 만나고, 누구를 거를 것인가?
예민한 평가에 대한 얘기입니다. 저도 중개자인만큼, 실제 평가와 1대1 밋업 선정의 판단은 수요기업이 하기에, 저도 그 속을 다 알 수는 없고, 사람마다, 과제마다, 사례마다, 수요처마다 그 기준은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일반적인 예선 기준으로 Fit과 역량을 보는 법을 정리해봅니다.
1대1 밋업, 이것은 혁신 소개팅입니다. 밋업에 선정됐다 자체가 어떤 성과를 보장하거나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의미가 있다면, 실제 수요처인 대기업 담당자의 정성적인 평가 기준에 따라 선정되었다는 의미가 있죠. 그래서 그 의미는 챙기되, 1대1 밋업 신청에 너무 공을 많이 들이는 것은 비추합니다. 힘 빼고 툭툭 치듯 신청한다면, 차라리 가성비와 성공율도 올라가게 될 것입니다.
- 1대1 밋업, 소개팅에 임하는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조언은 이 글 참고
대략, 통계적으로 어떤지 2020년 저희 사업의 샘플을 통해 보죠. 고객사인 수요처 입장을 감안해, 수요기업 이름은 모두 익명으로 처리했습니다.
위 실제 통계를 보면, 대략 한 자리수, 후할 경우 두 자리수의 선정자들이 나오는데 모수가 5~10배 내외로 나오네요. 상당한 경쟁을 뚫고 선발되어야 한다는 뜻이나, 또 실제 사례들로 보면 상당한 허수들이 많아 실 경쟁율은 2~3배수로 좁혀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수요처의 발굴 분야가 뾰족한 소분류에 가까울수록 전체 신청자 수도 적어지고, 선정율도 대체로 조금 올라갑니다.
위와 같이 박한 선정율을 뚫고 내가 뽑히려면 어떤 기준이 중요할까요?
IR덱 수십 페이지에 담긴 디테일보다 당장 수십개사 중 내가 돋보일 한 줄 소개가 더 중요합니다. "우리는 ~~한 문제를 ~~한 방식으로 해결합니다" 이게 명확하지 않으면, 이미 거기서 끝입니다. 가장 안타까운 사례는, 수십페이지 덱의 디테일에는 골몰하면서, 막상 신청서 상의 자사 소개 1줄에는 적당히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미래 뷰티 디바이스의 선도기업" 등 두리뭉실하게 적어버리는 경우입니다.
특히 Fit 판단에 있어, 1줄 소개만으로도 최소 확실한 합격기업과 탈락기업은 알아볼 수 있기에, 수십개의 기업 중 자사가 뚜렷하게 각인될 수 있는 1줄 소개는 10초 피칭, 30초 피칭이라 생각하고 아무리 다듬고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 일반적인 취준생 자기소개서 기법에 나오는 소위 STAR 기법을 응용해, 문제와 해결을 소개해도 되고, 어떤 서술 형태든, 들으면 자사의 솔루션과 비즈니스아이템을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는 소개여야 합니다.
사람마다, 기관마다 다양한 방식이 있겠지만, 오픈이노베이션 상대로 판단하는데 있어 공통적으로 다음 두 가지 조건만큼은 안 볼 수가 없습니다.
적합도 (Fit) : 해당 스타트업과 우리 대기업의 과제나 혁신 방향과의 궁합
역량 (Capability) : 그 스타트업이 실제로 해낼 수 있는 능력
이 두 축으로 2x2 매트릭스를 그려보면, 네 가지 유형이 나옵니다.
S-A-B-C 등급 분류 프레임워크
둘 다 높은 경우입니다. 당연히 최우선 순위죠. 우리가 원하는 방향과 딱 맞고, 실제로 그걸 해낼 능력도 검증된 스타트업. 이런 곳은 바로 밋업 확정입니다.
여기서부터 주관의 영역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Fit이 높은 쪽을 A등급으로 봅니다.
왜냐하면, 역량은 키울 수 있습니다. 우리가 엑셀레이팅을 하든, POC를 함께 돌리든, 방법이 있어요. 하지만 Fit이 안 맞으면? 아무리 뛰어난 스타트업이라도 우리와는 인연이 아닙니다.
소개팅에 비유하자면, 스펙은 좋은데 결이 안 맞는 사람이랑 억지로 만나봤자 서로 시간 낭비입니다.
Fit은 안 맞는데 역량이 뛰어난 경우입니다.
이건 조금 애매한 케이스예요. "와, 여기 정말 잘하는 곳인데..." 하면서 마음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우리 과제와 맞지 않는다면, 지금은 타이밍이 아닌 거죠.
다만, 이런 곳들은 리스트에 담아두세요. 나중에 다른 과제가 생겼을 때, 혹은 우리 전략 방향이 바뀌었을 때 다시 꺼내볼 수 있습니다.
허수 지원자입니다. 과감하게 거르세요.
이런 곳들은 보통 "일단 지원해보자" 마인드로 들어온 경우가 많아요. IR덱도 대충, 한 줄 소개도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정도로 뭉뚱그려 놓고요. 시간 낭비하지 마시고 빠르게 다음으로 넘어가는 게 답입니다.
우리가 "스마트 팩토리를 위한 AI 기반 품질 검사 솔루션"을 찾고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S등급 사례]
ㄱ사 : 제조 공장에서 AI 비전 검사 3년 경력, 현대모비스·LG전자 레퍼런스 보유, 정확도 98% 이상의 검증된 솔루션, 잘 알려진 Top-tier 투자자의 Series A 투자 유치
왜 S인가? Fit 완벽 + 역량 검증됨. 바로 만나야 할 후보.
[A등급 사례]
ㄴ사 : 우리 과제에 딱 필요한 AI 비전 알고리즘 보유, 하지만 아직 시드 단계로 실제 양산 레퍼런스 없음
왜 A인가? Fit은 높지만 역량은 아직 증명 단계. 그러나 우리가 POC를 통해 함께 키울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음.
[B등급 사례]
ㄷ사: 독일 자동차 부품사 다수 레퍼런스,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 하지만 우리가 필요한 건 식품 제조라인용인데, 이 회사는 정밀기계 특화
왜 B인가? 역량은 S급이지만 Fit이 애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리스트에 보관.
[C등급 사례]
ㄹ사: "AI로 모든 것을 해결합니다" 라는 뭉뚱그린 소개, 레퍼런스 불분명, 홈페이지도 제대로 안 되어 있음
왜 C인가? Fit도 불분명, 역량도 검증 안 됨. 허수.
물론 주관적이지만, 저는 Fit을 더 봅니다. Fit을 평가한다면 역량은 그 다음입니다. 역량은 함께 키울 수 있지만, 생각한 협업 방향, 업종, 과제와 적합성이 다르면 아무 의미 없으니까요.
허수는 빠르게 걸러내세요. 100개를 봐야 한다면, C등급은 10초 안도 판단 가능합니다. 그래야 S와 A의 보다 면밀한 검토에 시간을 쓸 수 있습니다.
역량평가에 정답은 따로 없습니다. 하지만 간략히 훑어보며 역량을 판단하는데 많이 참고되는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Fit이 좋은 두 기업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할 때 이 역량 평가는 유의미하게 작용합니다.
- 제3자의 신뢰할만한 추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 어떤 벤처투자자가 투자했는지 (글로벌기업들도 가장 많이 보는 평가 기준 중 하나입니다)
- 실행력을 담보할 스펙 및 배경을 갖춘 팀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는지 (해당 분야 전문성과 실행력을 볼 수 있습니다)
- 언론 보도 및 브랜딩 등으로 알려진 평판 (적절한 홍보와 입소문 관리를 할 필요는 이부분 때문입니다)
-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했거나 훌륭한 ARR(연간반복매출)이나 Retention을 보여주는지
물론 이보다 훨씬 다양하고 복잡한 지표와 버티컬 전문성을 담보할 여러 증거들을 동시에 검토하지만, 이는 심층 검토 단계에서 그렇고, 선발 / 재검토 / 탈락 그룹 중 하나를 배치하는데에는 위 내용 정도로도 왠만하면 충분합니다. 그렇기에 심한 경우는 Deck을 다 읽어보지 않고도 판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희 같은 중개자의 경우에는 평가 자체를 하지는 않으나, 내부적으로 위와 같은 가이드로 분류해본 뒤, 수요기관에서 의견을 물어볼 때 한하여, 저희 의견을 주로 유망/일반 여부 등을 그룹들로 제시합니다.

앞서, 대략적인 신청자와 선정자간 숫자 비율 통계를 보았습니다. 다만 이 비율은 주로 선발 분야와 그 때 그 때 모집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합니다. 아래 표와 그림을 보시면, 대략적으로 1 Tier부터 4 Tier까지의 평균적인 숫자, 그리고 최종 밋업이 정해질 구간을 감으로 잡을 수 있을 겁니다.
1대1 밋업 후보 선정은 정성적인 관점이 주를 이룹니다. 하지만 이 S-A-B-C 프레임워크가 여러분의 의사결정에 조금이나마 명확한 기준을 제공했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명료한 1줄 소개, 10초 피칭의 중요성은 제가 거듭 강조하겠습니다.
냉정하게 거를 건 거르고, 집중할 곳에 집중하세요.
그게 여러분의 시간을 아끼고, 스타트업의 시간도 아끼고, 결국 좋은 혁신의 결과를 만드는 길입니다.
그리고, 힘 빼고 치세요. ^^ 오픈이노베이션 소개팅도 결국 궁합 맞는 곳과의 만남을 정해가는 과정이니, 여러 가벼운 시도 끝에 밋업이 성사된다면, 이를 바탕으로, 사업화가 실제로 진행될 때 좀더 긴장하고 바짝 매달리시지요.
이상 Dr. Jin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