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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편 - 1대1 밋업 후보 업체 선정

오픈이노베이션 실무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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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Dr. Jin입니다.

오늘은 오픈이노베이션 현장에서 가장 머리 아픈 순간 중 하나인 1대1 밋업 후보 업체 선정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공모를 열면 수십, 수백 개의 스타트업이 몰려들죠. 하지만 실제로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입니다. 누구를 만나고, 누구를 거를 것인가?


예민한 평가에 대한 얘기입니다. 저도 중개자인만큼, 실제 평가와 1대1 밋업 선정의 판단은 수요기업이 하기에, 저도 그 속을 다 알 수는 없고, 사람마다, 과제마다, 사례마다, 수요처마다 그 기준은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일반적인 예선 기준으로 Fit과 역량을 보는 법을 정리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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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사가 살아남아 소개팅에 선정되는가?

1대1 밋업, 이것은 혁신 소개팅입니다. 밋업에 선정됐다 자체가 어떤 성과를 보장하거나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의미가 있다면, 실제 수요처인 대기업 담당자의 정성적인 평가 기준에 따라 선정되었다는 의미가 있죠. 그래서 그 의미는 챙기되, 1대1 밋업 신청에 너무 공을 많이 들이는 것은 비추합니다. 힘 빼고 툭툭 치듯 신청한다면, 차라리 가성비와 성공율도 올라가게 될 것입니다.

- 1대1 밋업, 소개팅에 임하는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조언은 이 글 참고


대략, 통계적으로 어떤지 2020년 저희 사업의 샘플을 통해 보죠. 고객사인 수요처 입장을 감안해, 수요기업 이름은 모두 익명으로 처리했습니다.

000.PNG 2020년 무역협회 주요 대기업 오픈이노베이션 사업별 실제 신청 스타트업과 최종 밋업/피칭 선정 결과 비교

위 실제 통계를 보면, 대략 한 자리수, 후할 경우 두 자리수의 선정자들이 나오는데 모수가 5~10배 내외로 나오네요. 상당한 경쟁을 뚫고 선발되어야 한다는 뜻이나, 또 실제 사례들로 보면 상당한 허수들이 많아 실 경쟁율은 2~3배수로 좁혀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수요처의 발굴 분야가 뾰족한 소분류에 가까울수록 전체 신청자 수도 적어지고, 선정율도 대체로 조금 올라갑니다.


실전 팁: 평가할 때 이것만은 기억하세요. 한 줄 소개가 90%를 결정합니다.


위와 같이 박한 선정율을 뚫고 내가 뽑히려면 어떤 기준이 중요할까요?


IR덱 수십 페이지에 담긴 디테일보다 당장 수십개사 중 내가 돋보일 한 줄 소개가 더 중요합니다. "우리는 ~~한 문제를 ~~한 방식으로 해결합니다" 이게 명확하지 않으면, 이미 거기서 끝입니다. 가장 안타까운 사례는, 수십페이지 덱의 디테일에는 골몰하면서, 막상 신청서 상의 자사 소개 1줄에는 적당히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미래 뷰티 디바이스의 선도기업" 등 두리뭉실하게 적어버리는 경우입니다.


특히 Fit 판단에 있어, 1줄 소개만으로도 최소 확실한 합격기업과 탈락기업은 알아볼 수 있기에, 수십개의 기업 중 자사가 뚜렷하게 각인될 수 있는 1줄 소개는 10초 피칭, 30초 피칭이라 생각하고 아무리 다듬고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소개자료.PNG 지원기업 리스팅의 기본 포맷, 회사명, 대표자명, 직함, 1줄 소개, 피칭덱이나 홈페이지 링크

- 일반적인 취준생 자기소개서 기법에 나오는 소위 STAR 기법을 응용해, 문제와 해결을 소개해도 되고, 어떤 서술 형태든, 들으면 자사의 솔루션과 비즈니스아이템을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는 소개여야 합니다.

1줄 소개.PNG 슬램덩크 강백호를 예로 1줄 소개 쪼개보기. 결국 나는 농구의 천재다, 라는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나는 리바운드 소질과~~ 농구의 천재다>로 1줄 소개 정리한다.


선택의 기준: 두 가지를 동시에 볼 수밖에 없다

사람마다, 기관마다 다양한 방식이 있겠지만, 오픈이노베이션 상대로 판단하는데 있어 공통적으로 다음 두 가지 조건만큼은 안 볼 수가 없습니다.

적합도 (Fit) : 해당 스타트업과 우리 대기업의 과제나 혁신 방향과의 궁합
역량 (Capability) : 그 스타트업이 실제로 해낼 수 있는 능력

이 두 축으로 2x2 매트릭스를 그려보면, 네 가지 유형이 나옵니다.


S-A-B-C 등급 분류 프레임워크


S등급: Fit ↑ + 역량 ↑

둘 다 높은 경우입니다. 당연히 최우선 순위죠. 우리가 원하는 방향과 딱 맞고, 실제로 그걸 해낼 능력도 검증된 스타트업. 이런 곳은 바로 밋업 확정입니다.


A등급: Fit ↑ + 역량 ↓

여기서부터 주관의 영역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Fit이 높은 쪽을 A등급으로 봅니다.

왜냐하면, 역량은 키울 수 있습니다. 우리가 엑셀레이팅을 하든, POC를 함께 돌리든, 방법이 있어요. 하지만 Fit이 안 맞으면? 아무리 뛰어난 스타트업이라도 우리와는 인연이 아닙니다.

소개팅에 비유하자면, 스펙은 좋은데 결이 안 맞는 사람이랑 억지로 만나봤자 서로 시간 낭비입니다.


B등급: Fit ↓ + 역량 ↑

Fit은 안 맞는데 역량이 뛰어난 경우입니다.

이건 조금 애매한 케이스예요. "와, 여기 정말 잘하는 곳인데..." 하면서 마음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우리 과제와 맞지 않는다면, 지금은 타이밍이 아닌 거죠.

다만, 이런 곳들은 리스트에 담아두세요. 나중에 다른 과제가 생겼을 때, 혹은 우리 전략 방향이 바뀌었을 때 다시 꺼내볼 수 있습니다.


C등급: Fit ↓ + 역량 ↓

허수 지원자입니다. 과감하게 거르세요.

이런 곳들은 보통 "일단 지원해보자" 마인드로 들어온 경우가 많아요. IR덱도 대충, 한 줄 소개도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정도로 뭉뚱그려 놓고요. 시간 낭비하지 마시고 빠르게 다음으로 넘어가는 게 답입니다.


실전 예시로 보는 S-A-B-C 분류

우리가 "스마트 팩토리를 위한 AI 기반 품질 검사 솔루션"을 찾고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S등급 사례]

ㄱ사 : 제조 공장에서 AI 비전 검사 3년 경력, 현대모비스·LG전자 레퍼런스 보유, 정확도 98% 이상의 검증된 솔루션, 잘 알려진 Top-tier 투자자의 Series A 투자 유치

왜 S인가? Fit 완벽 + 역량 검증됨. 바로 만나야 할 후보.


[A등급 사례]

ㄴ사 : 우리 과제에 딱 필요한 AI 비전 알고리즘 보유, 하지만 아직 시드 단계로 실제 양산 레퍼런스 없음

왜 A인가? Fit은 높지만 역량은 아직 증명 단계. 그러나 우리가 POC를 통해 함께 키울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음.


[B등급 사례]

ㄷ사: 독일 자동차 부품사 다수 레퍼런스,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 하지만 우리가 필요한 건 식품 제조라인용인데, 이 회사는 정밀기계 특화

왜 B인가? 역량은 S급이지만 Fit이 애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리스트에 보관.


[C등급 사례]

ㄹ사: "AI로 모든 것을 해결합니다" 라는 뭉뚱그린 소개, 레퍼런스 불분명, 홈페이지도 제대로 안 되어 있음

왜 C인가? Fit도 불분명, 역량도 검증 안 됨. 허수.


물론 주관적이지만, 저는 Fit을 더 봅니다. Fit을 평가한다면 역량은 그 다음입니다. 역량은 함께 키울 수 있지만, 생각한 협업 방향, 업종, 과제와 적합성이 다르면 아무 의미 없으니까요.


허수는 빠르게 걸러내세요. 100개를 봐야 한다면, C등급은 10초 안도 판단 가능합니다. 그래야 S와 A의 보다 면밀한 검토에 시간을 쓸 수 있습니다.


역량평가 기준

역량평가에 정답은 따로 없습니다. 하지만 간략히 훑어보며 역량을 판단하는데 많이 참고되는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Fit이 좋은 두 기업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할 때 이 역량 평가는 유의미하게 작용합니다.


- 제3자의 신뢰할만한 추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 어떤 벤처투자자가 투자했는지 (글로벌기업들도 가장 많이 보는 평가 기준 중 하나입니다)

- 실행력을 담보할 스펙 및 배경을 갖춘 팀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는지 (해당 분야 전문성과 실행력을 볼 수 있습니다)

- 언론 보도 및 브랜딩 등으로 알려진 평판 (적절한 홍보와 입소문 관리를 할 필요는 이부분 때문입니다)

-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했거나 훌륭한 ARR(연간반복매출)이나 Retention을 보여주는지


물론 이보다 훨씬 다양하고 복잡한 지표와 버티컬 전문성을 담보할 여러 증거들을 동시에 검토하지만, 이는 심층 검토 단계에서 그렇고, 선발 / 재검토 / 탈락 그룹 중 하나를 배치하는데에는 위 내용 정도로도 왠만하면 충분합니다. 그렇기에 심한 경우는 Deck을 다 읽어보지 않고도 판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희 같은 중개자의 경우에는 평가 자체를 하지는 않으나, 내부적으로 위와 같은 가이드로 분류해본 뒤, 수요기관에서 의견을 물어볼 때 한하여, 저희 의견을 주로 유망/일반 여부 등을 그룹들로 제시합니다.


최종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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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대략적인 신청자와 선정자간 숫자 비율 통계를 보았습니다. 다만 이 비율은 주로 선발 분야와 그 때 그 때 모집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합니다. 아래 표와 그림을 보시면, 대략적으로 1 Tier부터 4 Tier까지의 평균적인 숫자, 그리고 최종 밋업이 정해질 구간을 감으로 잡을 수 있을 겁니다.

평가 및 선정자가 정해지는 구간


마치며

1대1 밋업 후보 선정은 정성적인 관점이 주를 이룹니다. 하지만 이 S-A-B-C 프레임워크가 여러분의 의사결정에 조금이나마 명확한 기준을 제공했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명료한 1줄 소개, 10초 피칭의 중요성은 제가 거듭 강조하겠습니다.

냉정하게 거를 건 거르고, 집중할 곳에 집중하세요.

그게 여러분의 시간을 아끼고, 스타트업의 시간도 아끼고, 결국 좋은 혁신의 결과를 만드는 길입니다.

그리고, 힘 빼고 치세요. ^^ 오픈이노베이션 소개팅도 결국 궁합 맞는 곳과의 만남을 정해가는 과정이니, 여러 가벼운 시도 끝에 밋업이 성사된다면, 이를 바탕으로, 사업화가 실제로 진행될 때 좀더 긴장하고 바짝 매달리시지요.


이상 Dr. Jin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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