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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도 May 04. 2022

커피향이 배는 일

무카페인 커피를 발명하실 분 찾습니다

더는 커피를 못(안) 마시는 몸이 되었다. 카페인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걸 먹은 날엔 아무리 몸이 피곤해도 아예 잠을 못 이룬다는 사실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일을 하며 하루에 기본 다섯 여섯 잔을 마시던 예전의 내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이렇게 카페인에 아주 민감한 몸이 되어버렸다. 기상 직후 마시는 커피 한 잔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는데! 따뜻한 머그잔의 온기를 느끼며, 방 안 가득 커피 향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하루의 첫 입을 마시는 일이 일종의 알람처럼 내 하루를 깨워주는 루틴이었는데 말이다.


까페 다니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까페에 오래 앉아있다 오면  몸에  까페의 커피 향이 밴다. 커피 향을 즐기기 위해 이젠 부러 커피샵에 가서   권을 읽거나  시간 일을 하고 온다. 자연스럽게  옷과 머리카락에  원두 향을 맡으며 나는 속으로 씨익 웃는다. 조금 궁상맞은가? 어쩔  없다. 디카페인에  아주 미량의 카페인에마저 반응해버리는 나에겐 요즘  일상에 이만한 만족감을 주는 행위가 없기 때문이다. 커피 대신 커피 향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어떻게든 삶에 붙잡고 있겠다는 의지이자 변해가는 몸에 대한 작은 반항이다.


이렇게 사는 것도 생각보다 나쁘진 않겠다 싶지만 그래도 누군가 일반 커피 맛과 또옥같은 무카페인 커피를 발명해준다면 매일 아침 그 방향으로 절을 하며 일어날 것이다. 이 글을 쓰며 내가 이렇게나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아가고 있다. 모쪼록 다들 건강을 챙기시며 오래오래 행복한 커피 라이프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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