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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도 Oct 09. 2019

자살 예방 정책들의 실효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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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2003년부터 2018년까지 15년 동안 OECD 1위를 달렸다. 2위로 내려온 현재에도 다른 국가들에 비해 여전히 높은 자살률을 보이고 있다.


  2004년 자살예방법이 재정된 이후로 정부는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 청소년 자살예방 핫라인 1388 등 다양한 대책들을 고안해왔다.


  2016년 국내 자살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이후로 전체적인 자살자 수와 자살률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평균인 12.1명의 2.4배 수준이다.


  자살예방법이 재정된 지 15년이 지났다.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자살 예방 정책들이 커다란 실효를 발휘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첫 번째로, 사람들이 병원에 가지 않는다. 정신과에 대한 보수적인 사회적 인식 때문이다. 전보다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신질환이 밝혀질 경우 사회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보건복지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 중 정신과 의사를 비롯한 전문가에게 치료를 받은 비율은 22.2%에 불과하다. 이는 정신건강 선진국인 캐나다, 미국, 호주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정신 질환이 발생해도 이를 숨기거나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적절한 치료 방법을 찾지 못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곤 한다.


  OECD의 '한눈에 보는 보건의료 2015'에 따르면 한국의 항우울제 소비량은 1천 명당 20DDD(1일 사용량 단위)로 28개국 가운데 칠레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고, OECD 하루 평균 소비량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자살률 2위라는 타이틀에 비해 분명 턱없이 낮은 치료율이다.


  또한, 제대로 된 국가 자살 예방 사업이 갓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벌써부터 큰 실효성을 기대하긴 이르다. 2004년 재정된 자살 예방법에 따라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5년 계획 자살 문제 종합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법적으로 규정해왔음에도 불구하고 2014-2015년 사이엔 국가 예방 대책이 실종되는 등 지난 정부는 본 문제를 해결하는데 태만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2017년 본 정부에 들어서면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확산'을 국정 과제에 포함시키고, '자살은 막을 수 있는 사회문제'라는 인식하에 역대 정부 최초로 자살 예방 사업을 국가사업으로 지정하였다. 정부는 자살률에 대한 대대적인 원인 분석을 통해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고 자살의 발생 단계별로 개입해 자살을 차단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그리하여 지난 2018년  1월 23일 자살예방 국가 행동 계획을 발표했고, 곧이어 2월 6일엔 이를 실행할 자살 예방 정책과가 보건복지부 산하에 신설되었다. 또한 5월 10일엔 경찰청과 협력하여 지난 5년간 발생한 자살 사망자 7만 명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해 본 사업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한 과학적인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시작하였다.


  이 외에도 국가건강검진 상 우울증 검진 확대, 찾아가는 마음 버스, 자살률을 크게 감소시킨 일본, 핀란드의 사례를 참고한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100만 명 양성 사업까지 정부는 자살률 OECD 최고 수준을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단기적으로 이행 가능한 과제들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처럼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체계적인 예방안 시행은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수준이기 때문에 실효성을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






  사실 자살의 본질적인 원인은 지나친 경쟁 문화, 소득 불평등, 과도한 개인주의 등 현 대한민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점들과 맞닿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자살예방대책들은 근시안적인 해결 방안들로 주를 이뤘다. 자살을 선택한 이유는 각각 다르겠지만 그들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을 분석해본다면 분명 큰 줄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줄기는 어디서 왔는가? 어느 문제로부터 파생되었는가? 사람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갈 수 있는 우리 사회의 특징은 무엇이며 앞으로 우리는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하는가?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 우리가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할 긴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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