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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도 Sep 17. 2021

사랑받는다는 것에 대해 써라

친할머니께서 주신 사랑에 대해 말하고 싶다.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까지 나는 할머니와 영등포 단칸방에서 살았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이젠 거의 흐릿한 기억들이 대부분이지만  시절을 떠올릴 때마다 얼마나 넘치게 사랑받았는지 마음으로 느낀다.


그녀 앞에서 나는 오롯이 나 자신일 수 있었다. 그녀는 항상 나를 존중해줬다. 아무리 부족한 의견을 말해도 인정해주고 공감해주신 덕분에 내가 느끼는 것들을 믿고 표현할 수 있었다. 필요할 때마다 단호한 훈계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할머니의 목소리는 항상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올바른 사람으로 키우고자 했다. 기억조차 나지 않는 아주 어린 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알 수 있었다.


사랑이 관찰과 존중, 인정과 신뢰의  다른 이름이라면 나는 그녀에게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할  있다. 그녀로부터 배운 사랑이란 존재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와 사랑하는 것이다. 그런 사랑의 어법 안에서는 어떤 종류의 강압이나 폭력도 존재하기 어렵다. 그녀는 유년시절의 나에게 사랑하고 사랑받는 법을 가르쳐준 유일한 인물이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그런 사랑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통감한다. 그녀는  톨의 여지없이 나를 사랑했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흔들림 없을 사랑을 받은 덕분에 여지껏 생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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