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포인트 : 핫초코가 싱거울 땐 한 포를 더 넣으면 좋다
삶에 작은 낙이 생겼다. 매일 밤 마시는 핫초코 한 잔이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핫초코나 한 잔 마셔볼까 했던 것이 시작이었다. 퇴근 후 따뜻한 물에 샤워를 마치고서 노곤 노곤해진 몸에 따끈한 핫초코 한잔을 마시면 세상 남 부러울 것 없이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 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이 소소한 낙에는 작은 문제가 하나 있었다. 내가 탄 핫초코는 참 밍밍하다는 거다. 예전에 이렇게 타 마셨을 땐 적당히 달콤했는데! 하며 물을 붓다 보면 오늘도 어제와 같은 초코탕이 연성된다. 며칠 적당한 물 양을 찾다가 이런 심심한 맛도 나쁘진 않다며 적응해나갈 무렵, 지나가다 들른 친구가 한 마디를 던졌다.
- 그냥 한 포를 더 넣으면 되지.
잉? 그러네. 왠지 모를 자존심에 못 이기는 척 한 포를 새로 까 넣는다. 휘휘 저어 맛을 보니 헐, 맛있어. 표정 관리를 하고 싶은데 이미 광대는 씰룩씰룩, 몸은 방방 뛰고 있다(*나는 맛있는 걸 먹으면 춤을 추는 버릇이 있다). 태어나서 핫초코를 처음 마셔본 아이마냥 맛있어! 를 잔뜩 외치곤 온 몸으로 오두방정을 떨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친구와 함께 웃었다. 뭘 그렇게 빙 돌아가려 했을까? 맛이 밍밍하면 그냥 한 포를 더 까넣으면 되는데 말이다.
문득 리빙포인트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음식이 싱거울 땐 소금을 뿌리면 좋다'처럼 생의 문제들을 심플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돌이켜보면 뭐든 해결 방법 자체는 단순할 때가 많았다. 가고 싶으면 간다, 자고 싶으면 잔다, 부족하면 더 넣는다, 너무 많으면 덜어낸다... 밤낮으로 머리 싸매고 복잡하게 생각할 때보다 온몸에 힘을 빼고 생각할 때 훨씬 더 좋은 아이디어들이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많은 것들이 엮여있는 세상을 너무 단순하게만 바라봐도 안 되겠지만, 그래도 덕분에 나는 매 저녁마다 초코 두 포를 까넣은 세상 맛있는 핫초코를 즐길 수 있게 되었으니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제 저녁 퇴근길에 들린 마트에서 그동안 왜 내 핫초코가 밍밍했는지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기존에 타 먹던 스위스미스 한 포는 새로 산 네스퀵 두 포와 양이 같았던 것이다! 혹시라도 스위스미스 드시다가 네스퀵으로 옮겨가실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네스퀵 스틱 2포=스위스미스 1포에요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