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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도 Oct 25. 2020

싱겁게 탄 핫초코를 맛있게 먹는 법

리빙 포인트 : 핫초코가 싱거울 땐 한 포를 더 넣으면 좋다

삶에 작은 낙이 생겼다. 매일 밤 마시는 핫초코 한 잔이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핫초코나 한 잔 마셔볼까 했던 것이 시작이었다. 퇴근 후 따뜻한 물에 샤워를 마치고서 노곤 노곤해진 몸에 따끈한 핫초코 한잔을 마시면 세상 남 부러울 것 없이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 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이 소소한 낙에는 작은 문제가 하나 있었다. 내가 탄 핫초코는 참 밍밍하다는 거다. 예전에 이렇게 타 마셨을 땐 적당히 달콤했는데! 하며 물을 붓다 보면 오늘도 어제와 같은 초코탕이 연성된다. 며칠 적당한 물 양을 찾다가 이런 심심한 맛도 나쁘진 않다며 적응해나갈 무렵, 지나가다 들른 친구가 한 마디를 던졌다.


- 그냥 한 포를 더 넣으면 되지.


잉? 그러네. 왠지 모를 자존심에 못 이기는 척 한 포를 새로 까 넣는다. 휘휘 저어 맛을 보니 헐, 맛있어. 표정 관리를 하고 싶은데 이미 광대는 씰룩씰룩, 몸은 방방 뛰고 있다(*나는 맛있는 걸 먹으면 춤을 추는 버릇이 있다). 태어나서 핫초코를 처음 마셔본 아이마냥 맛있어! 를 잔뜩 외치곤 온 몸으로 오두방정을 떨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친구와 함께 웃었다. 뭘 그렇게 빙 돌아가려 했을까? 맛이 밍밍하면 그냥 한 포를 더 까넣으면 되는데 말이다.


달콤한 핫초코를 다시 찾은 나의 모습


문득 리빙포인트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음식이 싱거울  소금을 뿌리면 좋다'처럼 생의 문제들을 심플하게 바라볼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돌이켜보면 뭐든 해결 방법 자체는 단순할 때가 많았다. 가고 싶으면 간다, 자고 싶으면 잔다, 부족하면 더 넣는다, 너무 많으면 덜어낸다... 밤낮으로 머리 싸매고 복잡하게 생각할 때보다 온몸에 힘을 빼고 생각할 때 훨씬 더 좋은 아이디어들이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많은 것들이 엮여있는 세상을 너무 단순하게만 바라봐도 안 되겠지만, 그래도 덕분에 나는 매 저녁마다 초코 두 포를 까넣은 세상 맛있는 핫초코를 즐길 수 있게 되었으니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제 저녁 퇴근길에 들린 마트에서 그동안 왜 내 핫초코가 밍밍했는지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기존에 타 먹던 스위스미스 한 포는 새로 산 네스퀵 두 포와 양이 같았던 것이다! 혹시라도 스위스미스 드시다가 네스퀵으로 옮겨가실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네스퀵 스틱 2포=스위스미스 1포에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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