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누가 정말 좋다. 그래서 마트에 가면 늘 비누 코너에 들린다. 몇 년이 지나도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그래서 안정감이 넘치는 패키지들을 종종 살핀다. 숯을 넣었다는 때밀이 비누부터 사우나에서 종종 보이는 오이 비누와 우유 비누, 보기만 해도 세제 향이 확 나는 듯 한 이십개들이 쌩비누들과 쑥과 장미와 벌꿀과 벚꽃과 블루베리와 레몬을 거쳐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비누까지 보고 있으면 아무 이유 없이 마음이 편안해지며 아, 오늘 마트 잘 왔네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 서너 개 들이 에 삼사천 원 정도 하는 비누를 사들고 집에 돌아온다. 사온 비누는 옷장에 보관한다. 패키지에서 나는 향기가 옷에 은근히 배지 않을까 싶어서다. 옷장 구석에 차곡차곡 쌓인 비누들을 볼 때마다 맘 한 구석이 든든하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진다. 왜 대부분의 샤워부스에 설치된 비누대는 손바닥만 할까? 마음 같아선 한 벽면에 오직 비누들을 위한 기다란 비누대를 걸어놓고 여러 가지 향이 나는 그들을 모조리 올려놓고 싶은데 말이다. 그럼 매일 아침 샤워를 할 때마다 내 기분에 맞는 비누를 골라서 사용할 수 있을 것이고 하루종일 내 살에서 나는 비누 향을 킁킁대며 간간히 웃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바라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세상에 익숙해지기가 쉽지 않다. 욕심이 많아서 그런가. 무력함에 우울해질랑말랑 할 땐 얼른 내 팔에 코를 묻고 오늘 아침 내가 선택한 향을 맡으며 안정감을 찾는다. 좋은 향이 나는데 깨끗해지기까지 한다니. 거기다 하루 종일 몸에 밴 잔향으로 사람을 기분 좋게 할 수도 있다니 이건 정말 멋져. 될 수 있다면 비누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이 글을 쓰는 내내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