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에 대하여_

'Le Festin', Camille & Giacchino

by 레드오렌지

청소를 생각하면 꽤 사소하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하고 많은 주제중에 굳이 청소를 고르다니, 쓸 주제가 없어도 이렇게나 없었나라는 시선을 받기에 충분하지만, 그런 이유로 쓰게 되는 글은 아니다. 청소는 단순히 쓰레기를 버리고, 먼지를 털고 하는 행위를 의미하면서 동시에 분위기를 전환시키기 위한 행동이다. 대체로 어두운 분위기를 밝게 전환시킨다. 겉으로 보면 엉망진창으로 어질러진 장소를 청소를 통해 깔끔하고 깨끗하게 만드는, 마치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듯한 모습으로 만들어 주는것이 청소다. 엔트로피가 감소한다니, 이게 무슨 말도안되는 소리인가. 하지만 그렇게 보인다. 그렇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 청소가 가진 매력이다.




막상 청소를 하려하면 어렵다. 난장판이 되어있는 집을 보고 이걸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감도 안잡히기 떄문이다. 정리할 곳을 정하는 것부터 난제다. 이런 난감한 상황을 마주하면 나는 일단 쓰레기통부터 마련한다. 이곳은 일반쓰레기 버리는 곳, 이곳은 플라스틱, 이곳은 종이. 청소해야하는 장소에 쓰레기통을 마련하고 일단 눈에 보이는 곳의 쓰레기부터 쓰레기통으로 옮겨담는다.


눈에 보이는 쓰레기가 어느정도 치워지면 그때부터는 한곳을 집중적으로 정리한다. 책상을 보니 책이 어지럽게 꽂혀있다면 책부터 정리하는 방식이다. 그러다 책 사이에 끼워져있는 종이쪼가리를 발견하면 이걸 버릴지 보관할지 결정한다. 책장을 정리하다가 책꽂이 뒤쪽에 먼지가 수북히 쌓여있다면 물티슈를 가져와 먼지를 쓸어담는다. 물티슈를 가득 채운 검은색 먼지에 놀라면서 이런것을 마시면서 살아왔구나, 청소 열심히 자주 해야겠다는 반성도 조금 한다.


그렇게 청소를 하다보면 순간순간 즐거운 구석이 생긴다. 오랫동안 묵혀두어서 한번도 꺼내보지 않았지만, 꽤나 추억이었던 물건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어렸을때 사용했던 필통이라던지, 부모님이 선물해준 장난감, 또는 좋아했던 짝꿍에게 보냈던 편지의 일부분 같은 것들. 그런 것들이 눈에 보이면 슬며시 의자에 앉아 혼자만의 추억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어렸을때 취미삼아 썼던 판타지 소설의 첫장을 읽고 으악, 내가 이런걸 썼다니 하며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미술시간에 만들었던 나만의 실내화를 한번 발에 대보며 이렇게나 발이 작았구나, 하는 사소하고 짤막한 순간순간이 청소가 즐거운 시점이다.


그렇게 집안 구석구석을 정리하고 쓰레기까지 완전히 분류하고 나면 남는것이 방바닥 청소다. 당연하게도 청소기를 꺼내든다. 청소기를 들고 이리저리 움직이면 바닥에 쌓인 먼지는 싹 정리되는데, 이때쯤 드는 생각이 청소기의 위대함이다. 빗자루로 암만 쓸어봐야 큰 먼지만 정리될 뿐, 자잘한 먼지는 바닥에 그대로 남아있다. 청소기가 인류를 가사노동에서 해방시켰다는게 새삼 느껴질때쯤 청소가 마무리 된다.




보통 주말에 청소를 한다. 주중에 어질러 놓은걸 주말에 한번에 정리하는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쓰레기 배출 주기에 맞추어 청소 습관이 잡힌 것이긴 한데, 그냥 평소에 정리를 하고 살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 집안이 더러운걸 원체 못참지만, 그 어려운걸 매주 참아낸다. 그렇다고 온갖 물건들이 날아다니고, 쓰레기통은 뒤집혀있고, 입은 옷은 바닥에 깔려있는 그런 상태라는 것은 아니다. 다 마른 빨래를 걷지 않고 놔둔다거나, 읽던 책을 책상위에 아무렇게나 팽개쳐 둔다 혹은 뜯어둔 택배 상자를 접어서 정리해두지 않고 그대로 쌓아두는 정도. 누가보면 이야, 저게 더러운거야? 하겠지만 뭐 사람마다 청결에 대한 기준은 다른게 아니겠는가.


주중에는 청소를 거의 안하지만 잠을 자는 장소만큼은 시기를 막론하고 깨끗하게 관리하려 애쓴다. 침대 옆에 놓인 상에서 친구들과 술자리가 끝났을 때의 일이다. 친구들이 떠난 자리에는 과자 부스러기가 바닥에 떨어져있고 쏟아진 맥주가 상에 엎어져있으며 고기를 찍어 먹었던 소스 방울이 군데군데 묻어있는 상황. 술에 잔뜩 취해 피곤했던 그와중에도 깨끗한 상태로 잠을 자기 위해 청소를 했다. 쓰레기를 모두 배출하고 사용한 식기를 설겆이했으며, 청소기를 돌리고 바닥을 걸레로 슥슥 닦은 후 샤워까지 마치고 침대에 누웠다. 잠에 들면서도 참 깨끗하게 자려는 내 의지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청소만큼 사람의 성향이 드러나는 행동은 드물다. 그 사람의 심리와 문제해결 방식을 모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방은 그곳에 사는 사람의 심리상태를 반영한다고 한다. 깔끔하고 정리정돈이 잘 되어있는 방은 그만큼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어질러져있고 더러운 방은 정신적으로 아프다는 뜻이다. 저는 원래 제 방을 안치우는데요? 라고 말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으나 내 경험에 비추어보았을때 방의 상태가 사람의 상태를 반영한다는 것에 완전히 동의한다.


내 방이 그랬다. 마음에 여유가 있고 삶이 좀 살만할 시기에는 집안 상태에까지 관심을 가질 수 있으니 당연히 청소를 하게 된다.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리되어있다. 반대로 마음에 여유가 없고 삶이 팍팍하면 집안 청소 따위에 쏟을 정신이 없다. 당장 먹고살 걱정을 해야하고 복잡한 인간관계에 온 정신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집안 구석에 쓰레기가 쌓이고 빨랫감은 쌓여간다. 책상 위에 책들이 어질러져 있을 뿐 아니라 입었던 옷들도 이곳 저곳 널려있게 된다. 당연히 정리하고 깨끗하게 살고는 싶지만, 쉽게 손이 안간다.


이런 환경에 사람이 갇혀버리면 벗어나기 쉽지 않다. 환경이 사람을 만들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어지럽혀지는 방, 그에 맞추어 어두워지는 마음. 밝아지려 해도 돌아온 집에 남아있는 어두운 분위기가 연쇄적인 음성 피드백으로 작용한다.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환경을 만들어야한다. 자신의 손으로 어두운 환경을 깨부숴야한다. 분위기를 전환하는 것이다. 일부러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고, 일부러 아침에 일어나 이불을 갠다. 천천히 환경를 깨부숴 나가다보면 어느샌가 마음에 변곡점이 생기게 될 것이다.


변곡점을 지난 내 마음이 아직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 지금 내 방의 정돈상태는 꽤 마음에 든다. 옷장, 옷들이 내 나름의 구별법으로 잘 정돈되어있다. 책상, 왼편에는 블루투스 스피커와 양키캔들 방향제, 화장품이 있으며 오른편에는 짤막한 책장 하나가 놓여있다. 가운데에는 노트북와 아이패드 정도, 동시에 스탠드도 켜져있다. 침대, 머리맡에는 스탠드형 옷걸이에 옷이 걸려있으며 이불은 음, 정리가 안되어있네? 이건 옥에티. 발 밑에는 TV와 플레이스테이션, 아래에는 다리미와 쌀통정도가 놓여있군. 베란다, 왼편에는 각종 식기류와 나름의 저장식 창고가 마련되어있고 오른편에는 쓰레기장. 짐이 좀 많다 싶은것을 제외하고 마음에든다. 사실 엊그제 청소를 싹 하고 정리까지 끝냈다. 마음에 안들래야 안들 수가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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