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 Depapepe
일상이 뭐 특별할 게 있겠어? 그저 아침에 일어나 적당히 씻고 출근해서 동료들과 일하다 보면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뭐 먹을까? 열띤 토론 끝에 결정된 근처 음식점에 들어가 사장님 여기 OOO 주세요! 하고 기다리는 그런 삶이 일상이지. 맛있게 먹고 나와 잠시 쉬다가 다시 일을 하고, 어느새 퇴근시간이 되어 내일 봐요! 하고 집에 돌아가 저녁을 해 먹고. 오늘은 밀린 드라마를 볼까, 밀린 게임을 할까, 아니지 그래도 책을 읽어야지, 하는 그런 게 일상이지. 가끔은 퇴근시간이 늦어져 저녁도 거르고 사무실에 앉아 컴퓨터만 뚫어지게 쳐다볼 때도 있지만, 그조차도 이 기나긴 삶 속 찰나의 일상이지.
다만 주말의 일상은 평일과는 좀 달라. 주말은 그야말로 주말, 쉬는 날. 평일에 치여 살던 날들과는 달리 온전히 나에게 줄 수 있는 그런 시간. 대체로 늦잠을 자고 일어나면 어느새 해는 떠있고 대충 9~10시가 되버려. 음 오늘도 역시 늦잠을 자버렸네, 하며 간단하게 물을 마시고 창문을 열면, 차가워진 바람이 훅 들어오고 동시에 기분이 상쾌해지며 아직 잠을 자고 있던 정신도 함께 말똥말똥해지곤 하지. 아, 알레르기 약을 먹어야지. 하고 다시 물과 함께 약을 먹고 나서는 책상에 앉아 이제 뭐하지 고민하기 시작해. 그래 일단 점심을 먹고 생각해보자, 하고 점심 먹을 때까지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놀러 나갈까? 날씨가 너무 좋은데.
이런 일상이 가끔은 지겨운 쳇바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언제까지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해야 할까, 언제쯤 쉬는 날이 올까를 생각하는 평일은 전 세계의 인간이 경험하고 공감 가는 일상의 지루함일 테다. 맨날 보는 똑같은 출근길, 매일같이 바쁠 때도 모처럼 한가할 때도 있는 그런 평범한 하루. 오늘은 좀 특별한 일이 벌어졌으면 좋겠다 싶지만 그런 일은 드물다. 언제나 그랬듯 평범한 하루가 지나면 평범한 밤이 찾아오고 평범한 밤이 지나 다시 평범한 새벽이 온다.
주말도 마찬가지다. 아니, 휴일이 그렇다. 쳇바퀴 같은 일상의 휴식처로서 휴일은 그 기능을 충분히 하고 있으나 그 휴일이 장기화되면 뭔가 지겹다. 처음 하루 이틀은 평일에 못해봤던 것들을 해야지 마음먹고 열심히 놀러 다니고 열심히 먹고 즐긴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그런 휴일조차 길어지면 평범한 일상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다시 챗바퀴에 들어간 기분이다. 사람 마음이 이렇게나 간사할 수 있을까, 평범한 일상을 떠나 특별한 휴일을 보내고 싶었을 뿐인데 그 휴일조차 평범한 일상이 되어버리다니.
남들은 경험하지 못하는 특별한 삶을 보내고 있을 때에는 그 자체로 이상야릇한 느낌을 받는다. 아무나 올 수 없는 곳에 들어갈 때, 아무나 들을 수 없는 정보를 접할 때와 같은 순간. 기분이 좋다고는 할 수 없고 그렇다고 나쁜 건 아니고. 약간의 부담감과 공명심이 섞인 그 간지러운 느낌 말이다. 그래서 그 순간에는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난 기분이다. 나는 남들관 달라, 남들처럼 평범하지 않고 특별한 순간을 살아가고 있어.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하지만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런 기분과 느낌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놀랍고 이상야릇한 느낌을 주는 ‘특별한’ 삶에 익숙해지다 보면 다시 그게 평범한 일상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역설적으로 ‘특별해 보였던 평범한 삶’에서 벗어나 예전의 ‘평범했던 특별한 일상’으로 되돌아 감을 갈망한다. 게임을 좋아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에게 프로게이머의 삶을 잠깐 체험시켜 준다면, 처음에는 마음껏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특별함을 느끼고 계속 그 특별한 삶을 살고 싶어 할 테다. 그러나 곧 마주한 경기 성적에 대한 압박감과 경쟁, 게임을 하기 싫을 때도 억지로 게임을 해야 한다는 그런 사실은 이내 그에게 더 이상 특별함을 제공해주지 못한다. 그렇게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평범했던 고등학생 생활로 돌아가기를 희망할지 모른다.
결국 평범한 일상과 특별한 삶이란 상대적인 것이다. 나는 특별한 삶을 살고 싶어!라고 외치는 사람이 동경하는 특별한 삶을 살고 있는 그 사람에게 그 특별함은 이미 평범한 일상이다. 오히려 특별한 삶을 살고 있는 그는 자신을 동경하는 사람의 삶을 살고 싶어 할지 모른다. 평범한 일상을, 남들과 비슷한 삶을 말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살고 있는 삶에 조금은 만족하며 여유를 부리는 것도 좋을지도 모르겠다. 평범한 그 일상은 언젠가 먼 미래의 내가, 혹은 누군가가 동경하는 특별한 삶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