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의 재발견

발리에서 생긴 일#11. 삶은 야채와 땅콩소스의 운명적인 만남

by Redpanda


처음 발리에 도착할 알던 음식은 두 개, 볶음밥 나시고랭과 볶음면 미고랭이었습니다. 여행지에서는 되도록이면 어디서든 쉽게 먹을 있는 버거나 피자 같은 음식보다 현지 음식을 먹어보며 새로운 맛을 발견하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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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시고랭1 나시고랭2 그리고 미고랭1

탐험가적 의지로 편의점에서 자주 보이던 컵라면 브랜드들을 매일 하나씩 퀘스트 깨듯 사 먹어 보기도 했습니다. 신기한 건 새콤한 라임 맛이 나는 라면이 많았는데, 의외로 이게 중독성이 강했습니다. 뜨거운데 상큼한 맛이라니! 막상 먹어보니 생각보다 너무 괜찮은 조합이었달까요. 새콤한 맛 좋아하시는 분들은 정말 좋아하실 것 같아요. 라임이라고 쓰여있는 걸 고르시면 됩니다. 개인적으론 핑크색 Pop me가 가장 색달랐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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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에서는 얼마나 먹고 다녔는지 입버릇처럼 하루에 다섯 끼씩 먹을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서 소식가 자비에를 놀라게 했죠. 언젠가는 나눠주려고 바나나를 집었더니 눈이 튀어나올 기세로 지금 다 먹으려고 하는 거니?라고 묻더군요. 장난치려고 먹으면 안 되냐고 되묻자 "아니, 아니지... 네가 먹고 싶은 대로 먹어야지. 먹고 싶은 먹어."라고 답했습니다. 엄청 놀랐으면서 애써 침착하게. 재밌는 게 그의 머릿속에는 확실히 개인의 취향과 선택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개념이 강력하게 박혀있어서, 자신의 기준과 다른 행동을 상대가 했을 한마디 하려다가도 다시 되삼 키곤 했습니다.


스타일을 굉장히 중시하는 자비에는 스타일에던한 제가 무언가를 마음에 들어할 때마다 선택이지만 나는 정말 마음에 안 든다는 하지만 너의 선택이다 하지만 나는 네가 안 샀으면 좋겠다를 반복했죠. 제가 깔깔 웃으며 내가 진짜 너무 이상한 옷을 입고 사서 맨날 입고 다니면 어떡할 거니 했더니 하얗게 굳은 얼굴로 내가 어쩔 있겠냐며 옷인데라고 말하더군요.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어요. 확실히 '타인과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한다' 개인주의가 강한 문화권의 친구들이라 아무리 이상한 짓을 해도 취향 존중을 받을 수 있어 마음이 편했습니다. 문득 저는 저렇게 안 살아와서 원하는 게 뭔지 자주 헷갈리나 보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먹는 좋아하다 보니 배고프기를 기다리며 살 때도 있습니다. 배고파야 먹을 있으니까요. 그렇게 오래오래 기다려서 드디어 먹기 위해 고른 메뉴가 맛이 없을 때는 정말 속상합니다. 거대하게 구운 생선이 먹고 싶어서 시켰는데, 생선을 반죽해서 작은 어묵처럼 구운 나왔을 때의 슬픔이란. 그렇게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다가 찾아낸 저의 가장 사랑스러운 신메뉴는 바로, 발리식(인도네시아식) 샐러드의 하나인 이름도 귀여운 "가도 가도"입니다!


가도 가도를 먹기 전엔 샐러드는 한 끼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뭔가 중량이 느껴지지 않는 풀떼기의 가벼움이 먹어도 먹어도 허기진 것 같았거든요. 야채를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당근이나 오이 같은 무게감 있는 야채는 반찬에 들어있는 게 아닌 이상 먹지 않지 않았습니다.


호주에서 야채를 섭취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당근과 양배추 등을 먹기 좋게 삶아서 사이드로 올려놓고 먹는 것이었습니다. 중량감 있는 야채라 배도 차고 삶아서 씹기도 쉽다지만 저는 아무 맛도 나지 않는 맹맹함이 도통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먹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알약 먹듯 코로 숨을 안 쉰 채 날름 삼켰답니다.


IMG_3965.JPG 빛이 나는 가도 가도!

가도 가도가 무엇이냐 하면, 삶은 야채와 템페(인도네시아식 발효 두부) 위에 발리식 땅콩소스를 부어서 먹는 샐러드였습니다. 따뜻하고 말캉한 야채에서 건강한 맛이 나는데 그게 너무 맹맹하지 않게 향긋하고 진한 땅콩소스가 함께하니 세상 맛있었습니다. 오독오독 씹히는 꼬들꼬들한 식감의 템페이도 매력 있었고요. 삶은 야채로 만든 샐러드를 만드는 것도 새로웠는데 자체로 끼가 있는 샐러드라니. 샐러드의 재발견이었습니다. 따뜻하게 익은 야채를 폭폭 골라서 입안에 넣으며 먹는 과정도 달달했지만, 식사를 마친 후에 오는 적당한 포만감과 건강한 깔끔함이 산뜻했습니다.





하루는 쿠킹클래스에 참여해 보았습니다. 서치 해봤을 땐 생각보다 별로였다는 글이 많아 생각이 없었는데, 친구들이 한다는 말에 따라가 봤습니다. 생각해보면 저희가 머문 숙소에서 좋은 프로그램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어서 따로 알아보는 시간들이지 않고 좋은 것들을 많이 접할 있었습니다. 어디랑 비교해도 쌌고 좋은 경험을 같아요. 숙소에서는 무료로 잠자리를 제공받는 대신에 매니저 역할을 하며 새로 온 사람들과 기존 여행객들의 정보교류도 도와주는 친화력 만점의 친구도 있었고, 아침에 옥상에서 요가 클래스를 열어 재능기부를 하는 장기투숙 중인 요가강사분도 있었습니다.


쿠킹 클래스 장소가 개인집이었기에 홈스테이 이후 세 번째로 현지인의 집안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제대로 갖추려면 집집마다 집안에 사원도 있어야 하고, 갖춰야 할 많은데 그걸 갖춘 으리으리한 집이었습니다. 집안에 박물관에서 같은 석상들이 즐비하고 작은 폭포(?) 흐르고 있었으니까요. 발리식 가옥의 특징과 역할을 설명들은 후 클래스가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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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디에도 자주 쓰이던 기본 재료들 2. 땅콩소스 만들기 3. 발효두부 템페


단언컨대 이날 만들어 먹은 음식이 가장 맛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음식에서 필수적인 재료들이 마늘, 참기름, 된장, 간장, 고추장, 등이 있다면 이곳은 재료들은 생소해서 기억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몇 개 음식을 해보니 일관된 스타일이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만든 코코넛 오일이 핵심적인 기름이고, 여기에 고추와 마늘 손질한 재료들을 볶는 베이스가 어느 음식이든 들어가는 듯했습니다. 상큼한 라임을 샤라락 뿌리는 것도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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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소스를 만드는 과정이 인상 깊었는데, 정말 땅콩을 직접 갈아서(!) 만들었는데 정말 정말 맛있었습니다. 이미 만드는 과정에서 나는 향기만으로 홀린 듯 감탄할 수밖에 없었어요. 땅콩소스 꼭 만들어보세요. 꼭이요. 토마토로 예쁜 꽃을 만드는 법도 배웠습니다. 간단합니다. 토마토 가운데에 아래와 같은 모양의 칼집을 내주고 꽃잎을 펴듯 장씩 뒤집어 펴주면 됩니다.





저희가 과정에 참여하긴 했어도 어째 저희는 무언가를 빻고 찧는 등의 노동력을 제공한 게 다인 거 같았는데 음식이 휘리릭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직접 갈아 만든 땅콩소스의 향이 어찌나 좋고 맛있는지 몰라요. 제가 인도네시아에서 찾은 제일 좋아하는 메뉴가 되었습니다. 받은 레시피를 가방 가장 깊숙한 곳에 소중히 품고 한국까지 이고 지고 왔는데, 지금 와서 읽어보니 생소한 재료들이 어째 외계어를 해독하는 느낌이 다시 듭니다. 하지만 가도 가도는 포기할 수가 없기에 유튜브와 레시피를 참고해서 쉬운 방법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천하제일 게으름쟁이라 아직 해보진 않았지만 이렇게 좋은 음식은 널리 알려야 한다는 홍익인간의 정신으로 몇 자 적습니다.



발리식 샐러드 가도 가도(Gado Gado) 만들기


1. 소스

재료:

슬라이스 해서 고추(1)

땅콩( )

마늘(2)

생강(엄지 한마디)

토마토(중간 사이즈 반개)

간장 스푼, 설탕 스푼(원래는 인도네시아의 간장소스 다섯 숟가락)


조리:

위의 재료를 믹서기에 간다.

약불에 반 컵을 넣고 끓인다. 소금 치고 라임 뿌리기.


2. 샐러드 내용물

재료:

양배추, 케일, 당근 1, 오이 1, 두부 작은 , 계란 1


조리:

양배추(2) 케일(2) 끓는 물에 미만으로 데친다.

줄콩(2 )>당근으로 대체 먹기 좋게 5초씩 잘라 3 데친다.

오이 작은 1 얇게 슬라이스.

두부를 깍둑썰기하고 코코넛 오일에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튀긴다. > 귀찮으면 삶은 두부나 현지에서처럼 템페 이를 사서 넣는 것도 방법.

삶은 계란 1 사등분.


야채 플레이트 위에 땅콩소스를 뿌려서 섞어 먹는다!



핵심은 좋아하는 야채를 말랑하게 대치고(단단한 야채 위주) 삶은 계란과 두부와 섞어 땅콩소스를 뿌려먹는 겁니다.


영상으로 보면 더 쉬울까 싶어 제이미 올리버 씨가 가도 가도를 만드는 영상을 첨부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fYvNOr8izo

땅콩 구하기가 여의치 않으면 올리버 씨처럼 약식으로 땅콩버터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인 듯합니다.

제이미 올리버식 땅콩소스 재료: 120g 피넛버터+마늘 한쪽+작은 라임 2개+간장 1+피시소스(젓갈) 1+1스푼 타마린+50g 팜슈가+올리브 오일+칠리 슬라이스


땅콩버터로 만든 페이스트는 제가 먹던 가도 가도의 색보다 많이 밝네요. 직접 땅콩으로 만드는 게 훨씬 고소하고 향긋하리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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