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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페페 Jun 14. 2024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해방되기

현재의 나를 온전히 받아들입니다.

회사에서 원래 하던 업무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직장인으로서 계약된 시간 동안 업무를 안 할 수 없기에, 새로운 업무를 요청하였고 얼마 전 배정받았습니다.


혼자 하시던 업무에 파트너로 추가투입이 된 터라 같이 일하기로 한 분께서는 저의 업무스타일을 궁금해하셨습니다.


"아 저의 업무 스타일이요... 아.."


벌써 10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냈음을, 그 사이 정말 많은 에피소드들이 머릿속에 켜켜이 쌓여있음을 잠깐 사이에 다시금 깨달았죠.


이런저런 기억 속에서 하필 그 순간 떠오른 것들은 저의 작고 큰 실수들이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고해성사하듯 저의 단점을 그분께 경고하듯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난 이후로는 후회가 몰려왔습니다.


굳이, 내 입으로, 나의 단점을, 그것도 지나간 이야기를... 왜 해서 스스로의 이미지를 망치는가...

제 자신이 미웠습니다.


누군가 원망할 대상이 있으면 좋을 텐데, 공격대상이 자기 자신이라 더 이 고통을 빠져나갈 수 없다 느꼈습니다.


저의 뇌에 저장된 필름처럼 펼쳐지는 기억 속의 저는 분명히 저였습니다. 그 기억들이 모여 저를 인식합니다. 그 기억들로 조합한 내가 스스로 사랑스럽다면 문제가 적겠지만요.


제가 저장한 저에 대한 기억은 그리 긍정적이지 못했습니다. 위의 사건을 통해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나는 나의 기억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을요.

 

아직 소화하지 못한 기억들이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현재를 고통스럽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억이 현재의 저라고 착각하고 현재를 온전히 살아내지 못했어요.


현재의 저는 기억의 저가 아닙니다. 나는 매일 조금씩이라도 변하고, 과거의 저는 이미 현재에서는 허상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의 나로 벌어지는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대처하며 살아가면 됩니다.

웬만하면 기분 좋게요.


그러면 머릿속의 기억도 조금씩 정화될 텐데요.


만일 이 사실을 망각하여서든 다른 이유든 스스로 실수를 저질렀다 칩시다. 인간이 원래 부족하니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부족한 나를 용서하면 현재가 괴로울 일도 없을 겁니다.


요 며칠 과거의 안 좋은 기억들과, 그것에 사로잡혀 현재를 어지럽히고, 그에 대한 후회로 인해 괴로웠는데요. 긴장되어 버린 몸과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좋은 말을 찾아 듣고, 바디스캔과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명상을 조금 했더니 예전보다는 금방 컨디션을 회복한 것 같습니다.


조금씩 좋은 쪽으로 변하고 있는 현재의 나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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