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모로코의 쿠리야(Korean) - 01. 드디어 모로코에 첫 발
12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북아프리카 모로코. 해외봉사라는 부푼 기대와 열정을 가지고 이곳에 왔지만, 이곳의 생활은 시작부터 녹록지 않다. 꼬불꼬불 아랍어를 알 수 없어 버스에서 잘 못 내려 모로코 미아가 되고, 2년간 살 집을 구하려고 동분서주하고, 과일과 채소하나를 사기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오히려 내가 도움을 받아야할 상황들뿐이다. 도움을 주기보다 도움을 더 받았던 모로코에서 나의 파란만장했던 생활들.
모로코의 이웃들과 함께 했던 2년간의 에피소드 속에는 이슬람 문화와 유럽의 문화가 뒤섞인 모로코만의 이색적인 전통 문화가 담겨있고, 아무런 조건 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아낌없이 베풀었던 모로코 사람들의 따뜻한 정과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잊지 못할 홈스테이 가족과의 만남과 작은 마을 티플렛(Tiflet)에서 만난 너무나 고마운 아주머니들과 가게 아저씨, 동네꼬마들의 오지랖 인연까지. 두 번째 이야기는 실수투성이 한국인이 2년간의 우여곡절 속에서 모로코 문화를 느끼며, 사람의 진심은 언어와 국경을 넘어서도 통한다는 진리를 가슴속 깊이 배워간 이야기이다.
*쿠리야 : 모로코식 아랍어 데리자로 한국인을 일컽는 말, 데리자에는 성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여자는 ‘쿠리야’, 남자는 ‘쿠리인’이다.
아침 6시! 드디어 모로코로 출발이다!!
2년간의 여정, 과연 어떤 인연과 사건들이 펼쳐질까? 모로코로 출발하는 인천공항에서도, 시베리아를 넘어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모로코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에도 나는 감히 2년간의 모로코 생활을 상상 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했던 건 2년 후 나는 더 다듬어지고 성장한 또 다른 내가 되어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을 뿐이었다. 또 다시 두근두근 뛰며 설레는 내 가슴. 나의 우격다짐과 가족들의 배려와 지지로 시작된 내 꿈의 도전은 북아프리카 모로코를 향해 시작되고 있었다.
한국보다 9시간이 느린 모로코와의 시차 때문에 아침 6시에 인천공항을 출발한 우리 일행(모로코 동기 6명)은 22시간의 비행을 했지만 4월 29일 저녁 9시가 되어 모로코의 수도 라바트(Rabat)공항에 도착했다.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모로코에 도착한 우리. 떨리는 가슴으로 도착했지만 현실은 눈꺼풀을 내리누르는 피곤함과 어둠이 내린 모로코의 캄캄한 밤하늘뿐이었다.
어리둥절해하며 이민가방을 들고 라바트(Rabat) 공항을 나온 우리들은 선배단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모로코의 수도 라바트(Rabat)에 있는 KOICA 유숙소에 도착했다. 2층으로 된 하얗고 예쁜 유숙소는 방마다 2층 침대가 놓여 있는 아늑하고 깨끗한 곳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커다란 이민가방의 짐을 옮기고는 모로코의 아름다운 밤을 즐기기도 전에 20시간 비행의 피곤함으로 쓰러지듯 잠이 들어버렸다. 이렇게 모로코의 첫날밤이 스르륵 지나가 버렸다.
다음날 아침. 조용함과 고요함 속에서 스르륵 눈이 떠졌다. 모로코 시각으로 새벽 6시. 아직 시차적응이 안 된 건지, 부지런해 진건지, 낯선 환경에 몸이 긴장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한국을 떠나 처음 맞이하는 모로코의 아침과 오랜만에 누리는 여유로움, 따사로운 햇볕이 드는 방안 테이블에 앉아 우유한잔을 마실 수 있음에 행복하고 감사할 뿐이었다.
이렇게 행복한 아침을 맞이했어도 아직 내 몸은 한국이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내 몸과는 달리 주변 환경은 공기부터, 햇살, 주변의 집들 까지 모든 것이 낯선 아프리카 모로코였다.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한국에서 모로코로 변화되는 시간을 이제 막 시작하는 순간. 새벽의 햇살은 너무 나도 따뜻이 나를 비치며 모로코에 온 것을 환영해 주고 있었다. 맛있는 모로코의 빵과 함께.
모로코는 빵과 우유가 정말 싸고 맛있는 나라다. 모로코에 오기 전에 모로코는 빵이 너무 싸서 거지들이 굶어 죽지는 않는 다고 했는데, 정말 맞는 말이었다. 동그란 모양에 바케트 빵은 한 개에 1DR 한국 돈으로 150원이란다. 여러 개의 빵 중 내가 좋아하는 빵은 페스츄리 모양에 속에 에플 쨈이 들어간 빵과 리본 모양에 페스츄리 빵이었다. 한국에서는 아마 1000원 정도 하지 않았을까 생각되는 그 빵은 한 개에 1DR~3DR 한국 돈으로150~450원 정도 한단다.
모로코의 도착한 첫날 후배단원들을 위해 선배단원들이 사다 준 싸고 맛있는 모로코의 빵과 우유를 먹으면서 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로코에는 싸고 맛있는 빵과 우유가 있으니 2년 동안 내가 아무리 요리를 못해도 굶어죽지는 않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정말이지 2년 동안 모로코에서 내가 먹은 빵의 종류와 양을 생각하면 이때의 내 생각이 꼭 틀리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한국에 돌아가서는 무척이나 그리워질 모로코의 빵들이다.
모로코의 둘째 날은 모로코 수도 라바트(Rabat)를 투어 하는 날이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모로코 한국 대사관과 KOICA 사무소 방문에 이어 모로코 관광을 하며 낯선 모로코를 눈으로 익히느라 정신없이 라바트(Rabat)를 돌아다녔다. 아직 몸과 마음이 모로코에 적응하기 전이라 신체적 피곤함과 정신적 피곤함의 이중부담이 느껴졌지만 새로운 나라의 여행은 이 모두를 잊고 즐기게 해주었다.
시야에 빨려 들어오는 모로코의 다채로운 풍경들은 마치 꿈속을 거닐 듯이 몽환적이었다. 몽환적 느낌 속의 모로코는 이곳이 아프리카인가 할 정도로 유럽의 느낌이 매우 강했다. 또한 모로코의 수도 라바트(Rabat)는 유럽풍의 건물들과 수백 년 전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웅장함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고대 로마가 모로코를 지배했을 당시 세웠다는 쉘라(Chella)에는 마치 쥐라기 공원에나 나올법한 느낌이 들 정도로 커다란 새들이 고대 건물 곳곳에 둥지를 틀고 있어 거대한 이미지를 더했다.
고대의 역사가 느껴지는 성벽과 무덤, 건물들, 아프리카지만 유럽의 색이 강한 이색적인 모로코의 풍경들, 구멍이 날 것 같이 맑고 푸른 하늘, 다인종의 모로코 사람들, 히잡을 쓴 여성들, 알아들을 수 없는 데리자(모로코 식 아랍어)와 불어까지. 이 모든 것들은 아직 내가 모로코의 이방인임을 분명하게 알려주는 듯했다. 이렇듯 숨 가쁘게 모로코의 수도 라바트(Rabat) 투어를 하며 한국에서 온 이방인의 모로코 신고식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