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모로코 금요일은 ‘꾸스꾸스’ 먹는 날

제2부 모로코의 쿠리야(Korean) - 03. 모로코 전통음식

by Asha

03. 모로코 금요일은 ‘꾸스꾸스’ 먹는 날


매주 금요일만 되면 모로코에선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이슬람이 국교인 모로코에는 마을마다 몇 개씩 모스크가 위치해 있는데, 이 모스크에서 하루에 5번 예배를 해야 하는 이슬람 법도에 따라 예배에 맞춰 매번 ‘알라~’라는 안내방송을 한다. 이중 금요일 점심시간 안내방송은 특별하다. 이 시간이 되면 모로코 전 지역에서 일제히 ‘알라~’라는 소리와 함께 모든 가게와 식당들은 문을 굳게 닫고, 사람들은 각자의 집으로 가버린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매주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12시부터 2시까지이던 점심시간이 12시부터 3시까지로 한 시간 연장된다. 가끔 금요일의 가게들은 4시, 5시가 되어서야 서서히 가게 문을 열기도 해서 금요일에 물건을 사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갖고 주인이 돌아오기를 한참 기다려야한다.


우리나라의 7.5배나 되는 모로코 전 지역에서 매주 금요일 이와 같은 일이 동시에 벌어진다는 것은 한국에서 온 나에게는 꽤나 놀라운 일이었다. 마치 마법에라도 걸린 듯 매주 금요일 오후만 되면 모로코가 아주 고요해지곤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렇게 일제히 시간이 길어지는 이유는 다름 아닌 모로코 전통음식 ‘꾸스꾸스’를 먹기 위해서란다.

[2-14] 카사블랑카에 있는 세계 3대 모스크 ‘핫산 2세 모스크’.JPG 모로코 카사블랑카에 있는 세계 3대 모스크 ‘핫산 2세 모스크’


함께하는 문화이자 베풂의 미학, 꾸스꾸스


이슬람에서는 금요일이 주일이기 때문에 이날은 모스크에서 예배를 드린 후 온 가족이 모여 꾸스꾸스를 먹는 날이란다. 꾸스꾸스는 모로코의 대표적인 전통음식으로 베르베르 언어가 기원인 북아프리카의 전통요리이다. 때문에 북아프리카의 알제리, 리비아, 튀니지, 이집트에도 꾸스꾸스가 있다. 물론 만드는 방법과 재료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모로코의 꾸스꾸스는 ‘스물(semoule)’이라 불리는 밀 종류의 하나로 작은 알갱이로 이루어져 있는데, 기호에 따라 그 속에 닭고기, 양고기, 소고기를 넣어서 만든다. 스물과 닭고기와 함께 당근, 감자, 호박 등 채소들이 들어가는데 이 채소들은 4~5시간 푹 쪄서 꾸스꾸스의 맛깔스런 색을 더한다. 꾸스꾸스를 먹을 때면 얼마나 오래 익혔는지 채소들이 가루처럼 부드럽게 부서질 정도다. 강한 향신료보다는 구수하고, 고소한 맛이 더해져 커다란 쟁반에 놓고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손으로 스물과 채소를 섞어 동그랗게 만들어 먹는 음식. 꾸스꾸스.


꾸스꾸스를 한 번 만드는 양은 매우 많은데, 이는 이슬람의 교리대로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고자 함에서 기원했다고 한다. 금요일 하루만큼은 가족과 함께, 이웃과 함께 나눠먹는 꾸스꾸스는 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모로코의 음식 문화이다. 이는 우리나라 의 김치처럼 모로코 하면 떠오르는 모로코의 대표적인 전통음식문화이다.


[2-15] 모로코의 나눔의 미덕이 담긴 ‘꾸스꾸스’.JPG 모로코의 나눔의 미덕이 담긴 ‘꾸스꾸스’


'꾸스꾸스'의 진정한 맛을 찾아서


꾸스꾸스는 모로코의 식당에서도 물론 맛볼 수 있지만, 진정한 꾸스꾸스의 맛을 알기위해서는 현지인 집에서 아주머니가 직접 만들어 대식구가 함께 둘러앉아 으로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혹시 현지인 집에 초대받지 못해서 현지인 아주머니의 꾸스꾸스를 못 먹을 까봐 걱정이라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모로코에서는 가난하지만 서로 나누며 살아가는 이웃 간의 따뜻한 정이 있고, 이슬람 법도에도 어려운 이웃을 도우라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모로코에 가면 우리야 말로 가족과 친구들과 떨어져 외롭게 사는 이방인이자, 봉사활동을 하며 혼자 생활하는 그들의 어려운 이웃이자 친구이며 가족이다. 이 때문에 매주 금요일이 되면, 아마 당신은 수 없이 이집 저집 초대받게 될 것이고 모로코의 따뜻한 문화를 가슴 속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꾸스꾸스의 진정한 맛이자 모로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니깐.


그래서일까 이런 꾸스꾸스가 왠지 모르게 모로코의 이방인인 나에겐 더욱 푸근하게 다가왔었다. 실제로도 이런 모로코 사람들의 따뜻한 나눔의 미덕 덕분에 2년 동안 모로코에서 이방인으로 지내면서 금요일이 되면, 이집 저집 초대받아 가족들과 함께 꾸스꾸스를 먹으며 가족들의 그리움을 달래곤 했으니 나에겐 너무나 고맙고 따뜻한 모로코의 음식 문화가 아닐 수 없다.


[2-16] 동네 아주머니 메리엄 가족과 함께한 꾸스꾸스.JPG 동네 아주머니 메리엄 가족과 함께한 꾸스꾸스
[2-17] 식사를 마치고 메리엄 가족들.JPG 식사를 마치고 메리엄 가족들



꾸스꾸스를 처음 맛본 날!


2년 동안 원 없이 먹은 꾸스꾸스와의 첫 만남은 모로코에 도착한지 일주일째 되던 날에 이루어졌다. KOICA에서는 2달간의 현지적응훈련기간 동안 모로코 생활을 안내해주는 코디네이터가 있는데, 이때 우리를 담당하고 있던 코디네이터는 24살의 모로코 대학생 마하(Maha)였다. 그녀는 아랍어, 불어, 영어, 한국어에 능통했고, 싹싹하며 친절하기까지 해서 우리와도 금방 친해졌었다. 그저 한국과 한국 사람들이 좋아 KBS를 보며 한국말을 독학했다는 그녀는 한국어의 유머에도 능숙할 정도로 한국어를 잘하며 현지 적응하는 우리들을 잘 이끌어 주었다.


우리가 모로코에 온지 일주일이 되던 때, 그녀는 우리를 자신의 집에 초대했다. 모로코의 금요일은 가족과 함께 꾸스꾸스를 먹는 날이라면서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마하(Maha)의 가족과 함께 커다란 닭과 푸짐한 채소, 탐스러운 과일 후식까지 배가 터지도록, 아니 그보다 우리를 생각한 그녀의 따뜻함을 가슴이 터지도록 느끼며 모로코의 첫 금요일을 보낼 수 있었다. 이것이 2년간 나의 외로움을 달래주며 한국에 돌아가서도 가장 그리울 음식인 꾸스꾸스와의 짧고도 강렬한 첫 만남이었다.


매주 금요일 저녁, 커다란 전통 그릇 가득히 ‘꾸스꾸스’를 만들어서 온 가족이 모여서 나눠 먹는 모로코! 왠지 대가족과 혈연관계를 중요시하는 문화가 한국과 비슷해 더욱더 정감이 가기 시작했다.


[2-18] 코디네이터 마하네 집에서 첫 꾸스꾸스를 먹으며 동기들과.jpg 코디네이터 마하네 집에서 처음 꾸스꾸스를 먹으며 동기들과
[2-19] 마하네 집을 떠나며 마하 가족들과 함께.jpg 마하네 집을 떠나며 마하 가족들과 함께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05. 데리자와의 첫 만남 '쌀라무알라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