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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a Mar 18. 2018

#16. 2년간의 인연 : 시민의 집

제3부 모로코의 우스떼다(Teacher) - 01. 2년간의 인연

제3부 모로코의 *우스떼다 (Teacher)     

  

“*따따 소피아!” 


반짝반짝 빛나는 눈망울을 가진 60명의 모로코 아이들이 나를 부르는 호칭이다. 처음 보는 동양인에 대한 신기함 반, 호기심 반으로 나를 바라보던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망울은 순수함 그 자체이다. 그 눈망울을 향해 아무것도 없이 ‘맨땅에 헤딩’하며 시작한 유치원 수업의 시작은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나를 공짜 노동력으로 생각하던 기관장과 유치원 원장을 설득하고, 경계심 가득하던 현지인 선생님들과 보수적일 것만 같던 학부모들과 마음을 나누기까지. 눈물, 콧물을 빼며 속상해하기도 하고, 서로 감싸고 위로하기도 하면서 난 그들과 언어가 아닌 마음으로 소통하는 법을 배워갔다. 


나의 파트너인 개성 강한 3명의 선생님과 호흡을 맞추며 함께한 2년간의 파란만장한 유치원 수업. 또한 우연히 시작된 ‘주제별 프로젝트 수업’의 성공적인 마무리와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던 ‘부모교육’ ‘교사교육’의 기적 같은 변화와 감동의 이야기. 


이슬람이라는 보수적인 문화 속에서 웃음을 잃은 아이들에게 아이다운 밝은 웃음을 찾아주겠다며 시작한 어렵고도 힘들었던 시골 마을 선생님으로의 여정. 이번 이야기는 그 여정 속에서 작은 시골마을 아이들의 가슴 속에 꿈을 심고, 또 꿈을 꾸며 함께한 따따 소피아와 아이들의 가슴 깊은 사랑이 담겨 있다.     


*우스떼다 :  모로코식 아랍어(데리자)로 '선생님'이라는 뜻으로 남자는 '우스떼드', 여자는 '우스떼다'이다.
*따따 : 모로코식 아랍어(데리자)로 이모라는 뜻으로 친근한 여자 어른에게 부르는 표현


 반짝반짝 빛나는 눈말울의 순수한 아이들
따따 소피아와 아이들


         

01. 2년간의 인연 : 시민의 집(Dar Al Mouwaten)      


내가 2년간 일하게 될 나라모로코      

  

모로코는 입헌군주제로 세습제를 통해 왕권을 이어가고 있는 북아프리카의 왕국으로 현재는 모하메드 6세가 통치하고 있다. 전체인구 약 3,434만 명(2008) 중 40%가 빈곤층인 모로코는 2005년 ‘인력개발을 위한 이니셔티브(The National Initiative for Human Development, INDH)를 발표하고,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통한 주민들의 생활여건 개선 및 각종 사회지표(문맹률, 취학률, 실업률)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특히 모로코의 ‘시민의 집 프로젝트’는 현재 모로코 국왕인 모하메드 6세가 1999년 7월 즉위하면서 모로코를 현대화시키기 위해 기울인 많은 노력들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시민의 집’은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유아교육, 여성들을 위한 재봉교육, 젊은 층들을 위한 컴퓨터 교육, 문맹 퇴치를 위한 글자교육, 여성의 수입창출을 위한 미용 교육 등을 하는 모로코 최초의 사회복지시설이다.      


모로코 국왕 모하메드 6세     / 모로코 국왕 모하메드 6세와 가족


내가 2년간 일하게 될 곳티플렛 시민의 집     


모로코에서 나와 인연을 맺게 된 작은 시골마을 티플렛(Tiflet)은 7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주산업은 농업(밀재배)과 목축업(소, 양 사육)으로 주민 대부분의 생활수준은 낮은 편이다. 티플렛(Tiflet) 주민의 문맹률은 약 28%에 달한다. 교차하는 간선도로를 중심으로 시가지가 무질서하게 조성된 시골지역이 바로 내가 2년간 지낼 일터였다.      


티플렛(Tiflet) 지도 (A표시된 곳이 '시민의 집' 위치)

  

모로코의 빈곤퇴치를 위해 모하메드 6세 국왕이 직접 제안한 ‘시민의 집’ 사업은 2005년 모로코의 14개 지역에서 개관하였고, 2006년부터 2007년까지 38개 지역으로 확대 될 때 티플렛(Tiflet)의 시민의 집도 개설되었다. 티플렛(Tiflet) 시민의 집은 지역 내 오피스로 쓰던 곳을 2007년부터 2008년까지 2년간 모로코 정부의 사회개발가족연대부의 협력아래 KOICA가 지원하여 태화복지재단의 해외사업 프로젝트로 진행되었던 곳이었다. 


사회복지라는 개념이 없는 모로코 작은 마을 티플렛(Tiflet)에 한국 국민들의 세금을 기반으로 KOICA에서 최신식 컴퓨터부터 책상, 걸상, 재봉틀, 경비실, 기자재를 지원했다. 또 사회복지 프로그램과 운영방법들을 하나 둘 알려주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시민의 집이 정착될 수 있었다. 특히 티플렛(Tielft)의 시민의 집은 한국의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수용하여 시범 운영되는 곳으로서 다른 지역의 시민의 집 사업에 롤모델이 되는 곳이기도 했다.     

티플렛(Tiflet) 시민의 집의 건물 외부


그래서 티플렛(Tiflet) 시민의 집은 한국에서 온 방문객들이 염색공장이 있는 페즈(Fes)로 가기 전 꼭 경유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한국에서 지원한 기자재와 물품들로 좋은 환경을 갖춘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그러한 장비들이 효과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가 자주 끊기고, 비가 오면 건물에 비가 고여 컴퓨터 본체와 모니터는 상당부분 고장 난 상태로 방치되기 일쑤다. 또한 강당의 최신식 설비는 내부 전선파열로 전원 연결이 잘되지 않아 이용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 보여 지는 것과 실제 활용도에는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모로코 국왕의 마인드와 영향력     


모로코의 ‘시민의 집’ 사업을 보면 한 나라 지도자의 마인드와 영향력이 얼마나 큰 파급효과를 가져오는지 알 수 있다. 현재 모로코의 국왕인 모하메드 6세는 시민의 집 이외에도 여성의 인권신장을 위한 법안과 협의회를 만들었으며, 민주적 투표방법의 도입 등 모로코를 현대화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특히 국왕의 친지들과 관련자들의 이익이 아닌 국민들의 권익을 위한 노력을 하는 왕이기에 모로코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도가 매우 높다. 아마도 이러한 국민을 위한 국왕의 노력과 진심으로 국민을 염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2010년 튀니지에서 시작된 ‘쟈스민 혁명’에서도 북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큰 타격 없이 잘 지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쟈스민 혁명’이 번져 모로코 국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있었을 때도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요구를 즉각 반영하고, 민주주의의 기틀을 다지려고 노력하는 모하메드 6세의 모습은 외국인인 나에게도 감동을 주었다. 


모로코는 국민을 사랑하고 국민을 위해 고민하는 모하메드 6세가 있는 한 앞으로 더욱 발전하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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