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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a Mar 18. 2018

#17.주체 없이 흐르는 눈물, 두려움 그리고 희망

제3부 모로코의 우스떼다(Teacher) - 02.주체 없이 흐르는 눈물

02. 주체 없이 흐르는 눈물, 두려움 그리고 희망


작은 마을 티플렛(Tiflet)에서 유치원 선생님이 되기까지, 현지인 교사들과 아이들과 마음을 나누기까지, 내가 해야 할 일을 찾고 자리를 잡기까지 나는 너무나 많은 사건 사고 속에서 나만의 감정의 소용돌이 속을 헤매곤 했다. 시간이 많은 것을 해결해 주지만, 왜 그 당시 서로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늘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하루하루 지쳐가는 몸과 마음     

  

사실 2년간 모로코에서 일하게 될 티플렛(Tielft) 시민의 집에 처음 갔을 때는 방글라데시와 비교해 너무 깔끔하고 깨끗한 교육환경에 놀랐다. 3개로 나누어진 교실과 3명의 현지인 선생님. 아이들 전용 화장실과 부엌, 원장실. 그리고 나름대로 체계적인 글자교육프로그램. 너무나 잘 갖추어진 이곳의 환경은 과연 이곳에서 나의 역할은 무엇인지, 내가 정말 이 곳에 필요했던 건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처음 나를 만난 현지교사들이 나에게 약간의 적대감을 보일 때, 아이들과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못해 아이들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을 때면  너무나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에 눈물이 고이곤 했었다.  

   

사실 그 당시에 난 일주일 동안 집을 구한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온몸의 에너지를 쏟으며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고, 유치원 원장을 비롯한 3명의 현지인 교사와 의견을 조율하느라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2주 동안 유치원 수업을 관찰하면서 보았던 무표정한 아이들의 모습과 현지인 교사의 강압적인 태도였다. 마치 작은 어른처럼 아이다움을 숨긴 채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아이들과 단지 관찰을 하고 싶을 뿐인데 내가 교실에 들어가면 더욱더 과하게 큰 소리로 글자를 읽게 하는 선생님. 그런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따뜻이 다가가 한마디 말이라도 전하고 싶은데, 간단한 의사소통 외에 자세한 감정을 전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엉켜버린 감정들이 폭발하다!       

  

그렇게 답답한 마음으로 며칠이 지났을까. 어느 날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말았다. 뒤섞여 엉켜버린 감정이 표면에 드러나 폭발한 것이다. 몸도 마음도 지쳐가고 나를 경계하는 현지인 교사의 모습은 나를 더욱더 힘들게 했다. 처음에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선생님이 온 것처럼 너무 큰 기대를 하던 그들은 아이들과 의사소통도 제대로 하지 못하자 차츰 실망하는 눈치였다. 게다가 조금씩 어두워지는 내 표정에 


‘과연 한국에서 온 작고 어린 녀석이,

말도 통하지 않는데 무엇을 할 수 있겠어?’


라며 경계하기 시작했다. 언어를 넘어선 그 감정들이 고스란히 나의 가슴과 온몸에 전해졌고, 마침내 서러움의 눈물이 터졌다. 그 눈물을 그들에게 보여주기 싫어서 시민의 집에서 혼자 있을 만한 공간을 찾아 돌아다녔지만 그곳엔 내가 있을 곳, 혼자 잠시 감정을 식힐 공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괜찮아시간이 필요할 뿐이야     

  

이곳저곳을 한참 돌아다닌 후에야 겨우 조금 외진 곳을 찾았다. 쭈그리고 앉아 감정을 가라앉히려고 할 때였다. 누군가 지나가는 것이 느껴져 고개를 들었더니 저 멀리서 현지인 선생님 한명이 나를 보고 오라며 손짓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이미 난 컨트롤하기 힘든 감정에 휩싸여있어 괜찮다며 애써 웃으며 손을 저었다. 


그렇게 몇 분이나 지났을까? 괜찮다고, 괜찮다고. 그저 내가 처음부터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이라고, 무언가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수십 번을 되뇐 후에야 격해진 나의 감정을 겨우 안정시킬 수 있었다. 


조금 안정된 후 주위를 둘러보니 멀지 않은 곳에 잠자고 있는 경비견이 보였다. 시민의 집을 지키는 경비견인 이 녀석은 종일 잠만 자는 셰퍼드였다. 워낙 동물을 좋아하는 나는 잠자고 있는 그 녀석 앞에 앉아 마음으로 이야기를 걸었다. 경비견 녀석은 내가 자기 앞에 앉아 있든지 말든지 신경도 쓰지 않고 자고 있었지만, 난 천하태평하게 누워 자는 녀석을 바라보면서 간신히 아니 진심으로 오랜만에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그날 이후에도 나는 매일 그 녀석을 만났다. 그 녀석은 거의 대부분 자고 있었지만, 나는 그 녀석을 보면서 한국에 있을 나의 강아지들을 떠올리고 마음의 위로를 얻곤 했다.      


어둠 속의 나를 밝혀준 작은 희망의 불빛     


이날 밤. 울고 있던 나에게 손짓을 하던 현지인 선생님이 내가 걱정이 되었는지 내가 머물고 있던 홈스테이 집을 찾아왔다. 아쉽게도 내가 외출하고 있을 때 와서 직접 만날 수는 없었지만, 나를 찾아왔다는 소식만으로도 소용돌이치던 내 마음 속의 힘든 감정을 달래주기에는 충분했다. 


경계의 눈빛으로 바라보던 현지인 교사들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속상한 눈물을 흘리고 말았던 나에게 먼저 다가와 준 그녀. 그녀의 따뜻한 방문 덕분에 난 현지인 교사들이 나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만 같아 뛸 듯이 기뻤다. 


마치 어둠속에서 작은 빛을 발견하여 길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늦은 밤 내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해준 그녀 덕분에 난 혼자라는 생각과 모든 것을 처음 시작해야하는 두려움을 이겨낼 작은 용기가 생겼다. 


작은 촛불을 비춰 어둠을 밝혀나가듯 이렇게 조금씩 나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너무 속상한 마음에 그렸던 일기장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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