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깨달음, 꿈, 그리고 가족
참 이상하다.
항상 잠을 잘 때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생각들로 뒤척일 때가 많다.
그럴 때면 머릿속에 든 생각들을 밖으로 꺼내느라 어둠속에서 노트북을 켜고 끄적인다.
이렇게 끄적인 나의 머릿속 떠돌이 생각들은 상황에 따라 기쁘기도 하고,
짜증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걱정하기도 하고, 나의 행동을 반성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중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을 토해낸 글들은 SNS에 올릴 때면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즐겁고 유쾌했던 경험들만 생각날 뿐이다.
물론, 먼 아프리카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이 나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가장 반가운 소식이며,
내가 안 좋은 소식을 전하면 옆에 있는 것보다 그들에게 배로 걱정을 끼친다는 것을 알기에
부정적인 것은 나만의 일기장에 토해내고,
즐거운 소식만 한국에 지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4개월째가 되어가는 아프리카에서의 생활이 평탄하지 많은 않았던게 사실이다.
가끔 창밖으로 보이는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밖에 나가지는 못 하고
집 안에서 밖의 모로코 사람들을 바라보며 갖혀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
모로코의 작은 시골 마을 티플렛(Tiflet)을 걷다보면
‘Chinoise신와(중국인을 비하하는 말)’라고 부르며 놀리고,
심하면 일부러 내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만날 때,
외국인이라고 어처구니없게도 부당한 가격으로 망가진 물건을 파는 사람들을 만날 때,
약속된 날짜는 어김없이 어기고 앞에서 잘해주는 것이 모두 인사치례라는 것을 알게 될 때,
낯선 사람이 집 앞까지 쫒아와 그날 밤 문 앞을 지키며 수 백 가지의 두려운 생각들로 잠 한 숨 못잘 때,
현지인이 건 내 준 모로코 캔디를 먹다가 어금니를 때운 금니가 뚝 떨어졌을 때,
그리고 금니를 붙이러 병원에 갔다가 잘 못 붙여 볼이 퉁퉁 부은 채로 일주일이 지났을 때,
티플렛(Tiflet)에 와서 인터넷 신청도 못하고 아무와 연락도 못한 채 한 달을 혼자 지내야 할 때 등
너무나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다.
그 속에서 내 감정들은 소용돌이를 치기도 하고,
때론 안정을 찾기도 했고,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그런데 그 많은 소용돌이쳤던 감정들 중에 가장 기억나는 것은 그.리.움 인 것 같다.
모로코 수도에서 작은 시골마을 티플렛(Tiflet)으로 오면서
한 달 동안 인터넷도 안 되고 현지 핸드폰 하나만 가지고 최소한의 통신을 할 때,
나에게 한국과의 유일한 연락망은 ‘꿈’ 이었다.
현지인들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잠이 들면
예고 없이 찾아온 꿈속의 가족과 지인들이 어찌나 반갑던지.
하지만 한편으론 꿈 속에 나온 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다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왜 꿈에 나온 건지 등 혼자 이야기에 이야기를 만들며 지내면서
이 감정이 ‘그리움’이라는 것을 알았다.
한국에서 올 때 외장하드에 넣어온 사진들을 보고 또 보다가 잠들기도 하면서
나의 가족과 지인들, 그들과 함께한 시간들을 그리워했다.
바쁜 한국에서는 좀처럼 느끼지 못했던 ‘그리움’의 감정.
앞으로 남은 1년 8개월 동안 더 많이 더 깊이 느끼게 될 감정이지만,
그 감정이 내가 얼마나 그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냈었는지,
그들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고 있는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리라 생각된다.
2010년 7월. 한 달 동안 아무와도 연락하지 못하고 지냈던 그 시간에
난 내가 얼마나 가족과 친구들을 보고 싶어 하는지.
얼마나 그들을 사랑하고 있는지를 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감정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감정의 시간은 계속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