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모로코의 우스떼다(Teacher) - 10. 모로코 마지막 수업
어느새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내게 존재의 이유였던 아이들과 헤어져야 할 시간이 찾아왔다. 5세, 6세 반 아이들은 내년에 다시 시민의 집에 등록을 하면 또 볼 수 있었지만, 7세 반 아이들은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만나기가 어려워진다. 이런 저런 생각에 1년 사이 키도 마음도 부쩍 자란 7세 반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왠지 가슴 한 구석이 짠해졌다.
이 녀석들이 커가는 모습도 지켜보고 싶고, 언젠가 도움이 필요할 때면 짠하고 나타나 도움도 주고 싶은 작은 욕심들이 생긴 것이다. 이런 내 마음을 아이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시간은 흘러갔고, 아쉬운 마음만 한 가득 안은 채 마지막 수업시간이 되었다. 마지막 수업시간은 지난 시간 각 반별로 활동했던 ‘고리 던지기’를 반 대 반 대결로 하여 3반의 현지인 선생님과 60명의 아이들이 모두 함께했다.
마지막 수업을 마치면서 아이들과 헤어질 마음에 가슴이 먹먹해진 나는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마무리 인사를 했다.
“얘들아, 오늘이 선생님과 함께하는 마지막 수업이야.
선생님은 1년 동안 너희들을 만나고,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나 기쁘고 행복했어.
너희들이 선생님을 따라서 늘 열심히 해준 것도 정말 감사해.
한국에 가서도 절대 너희들을 잊지 못할 거야.
그리고 5세, 6세 반 아이들은 내년에 볼 수 있지만,
7세 반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올라가니 보기가 어려워지겠다.
하지만 선생님은 너희들이 커서 꿈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는 좋은 사람이 될 거라 믿어. 선생님이 나중에 이메일을 적어 줄 테니 좋은 사람이 되어서 한국에 있는 선생님에게 꼭 연락하렴.
선생님은 너희들이 멋진 사람이 되어 연락하면 정말 기쁠 거야.
물론 너희들이 선생님을 잊을지도 몰라,
하지만 선생님은 너희들을 영원히 기억할거야.
사랑해 ♡ 얘들아.”
동그란 눈을 깜빡이며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아이들은
“아니에요. 우리는 따따 소피아를 기억할 거예요.
절대 잊지 않을 거예요.”
라며 확신에 찬 대답으로 먹먹해진 내 마음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의 이 이야기를 통역해주던 현지인 선생님. 그리고 가슴 먹먹함에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나. 이렇게 우리들은 알 수 없는 묘한 감동과 서로에 대한 감사함의 마음이 오고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 6세 반 레일라 선생님과 7세 반 쉐마 선생님이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교실에 가서 작은 편지들을 가지고 왔다. 일주일 뒤 송별회에 주려고 했는데, 내가 마지막 수업이라는 말에 지금 주고 싶어 가지고 왔단다. 색종이를 붙여서 만든 쉐마 선생님의 편지와 레일라 선생님이 직접 만든 하트편지지, 그리고 그 위에 불어와 아랍어로 빼곡히 적힌 글씨들.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는 내 모습과 이런 나와 함께 일하게 되어 기쁘고 감사하다는 편지를 받으니, 1년간 고생했던 순간들이 머릿속을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가며 말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처음 내가 느꼈던 어색함과 나를 경계하던 현지인 선생님들 그리고 나를 신기한 듯 쳐다보던 60명의 아이들. 지난 1년간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며 선생님들을 유난히도 힘들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마음을 열고 나를 꼭 안아주었다.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순간이었다.
힘든 일도 많았지만 나의 진심이 그들에게 통한 것 같아 눈물이 핑 돌았다. 그렇게 한동안 나는 현지인 선생님들을 꼭 껴안고는 연신 고맙다며 내 마음을 전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60명의 아이들과 함께 호흡했던 3명의 현지인 선생님들과 함께한 마지막 수업이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