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가슴 뛰는 일을 찾아 떠나다(Dream) - 02. 내 꿈의 힘
방글라데시에서 한 달간의 실습을 마치고 귀국하던 날이었다. 피곤에 지쳐 터벅터벅 집에 돌아온 나를 엄마, 아빠, 언니뿐만 아니라 외할머니, 이모할머니까지 우리 집에 모두 모여 맛있는 음식을 챙겨주며 따뜻하게 맞아주었었다. 모두들 도란도란 둘러앉아 한 달간의 방글라데시 이야기를 궁금해 하던 그날. 재회의 감정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나는 가족들에게 지난 한 달간의 에피소드들을 풀어 놓으며 다짜고짜 이렇게 선전포고를 해버렸다.
“방글라데시에서의 짧은 경험이었지만, 내가 얼마나 이 일에 가슴이 뛰는지,
이 일이 얼마나 하고 싶은지 느꼈어요.
그래서 평생 해외에서 봉사를 하며 살아가는 것이
내게는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확신이 든 거 있죠.
앞으로 해외봉사활동을 하고, 직업도 찾으면서 이쪽의 일을 하고 싶어요.”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선전포고에 가족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엄마는 “그게 왜 내 딸이어야 하니?”라고 되물으셨다. “물론 그 일이 좋은 일이고 보람되고 값진 일인 건 알아. 하지만 엄마는 네가 평범하게 한국에서 일하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엄마 옆에서 살기를 바라. 왜 굳이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 가서 가족들도 보지 못하고 고생을 하려고 하는 거니? 한국에서 그 일을 하면 안 되니?”라며 안타까워하시며 작은딸을 진심으로 걱정하셨다.
지나고 보니 난 늘 가족들에게 막무가내로 선전포고만을 했던 것 같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뜬금없이 말하고는 내 멋대로 실행에 옮기곤 했던 것이다. 물론 내행동 중에 전국일주와 KOICA 해외봉사처럼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도 있었지만, 어리석은 행동과 무모한 행동이 얼마나 많았을지는 차마 샐 수조차 없을 것이다. 또한 그 때문에 흘렸을 부모님의 눈물 역시 난 짐작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들은 언제나 묵묵히 밑도 끝도 없고 얼토당토 않는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었고, 나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늘 도전하는 나를 응원해주었다. 가끔 어리석은 짓을 한 나에게 선생님보다도 더 혹독하게 혼내서 어린 시절 서운한 적도 많았지만, 대부분 부족한 내가 세상에 지치고 힘들 때 진심어린 지지를 해주는 것도 가족이었고, 언제나 쓰러진 나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게 응원을 해주는 것도 가족이었다. 이처럼 부족한 나에게 가족의 조건 없는 무한한 지지와 응원은 언제나 큰 힘이었고,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내 꿈과 힘의 원천일 것이다. 마치 삼손의 머리카락처럼.
대학원졸업을 앞두고 가족들은 모두 내가 취업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단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가족들은 대학 졸업 후 취업할 줄 알았던 내가 대학원을 갔고, 이제는 대학원을 졸업을 했으니 당연히 취업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때 난 또 다시 취업 대신 KOICA 해외봉사활동(모로코)이라는 2년간의 여정을 선택했다. 가족들의 기대를 저버린 나의 우격다짐 결정이었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가족들은 나의 안전을 걱정하면서도 나의 해외봉사선택을 진심으로 이해해주었고, 그 누구보다 뜨겁게 응원해주었다.
“네가 정말 원하는 일이라면 그렇게 하렴.
2년간 가족과 떨어져 힘든 생활이 될 텐데,
네 꿈을 위해 그렇게 결심한 네가 참 자랑스럽다.”
오히려 나를 다독여주었던 우리 가족. 정말 미안하고도 너무나 고맙다. 아마 이런 가족들의 사랑과 희생이 있어 나는 ‘가족’이라는 말만 떠올려도 눈물이 고이는 건지 모르겠다. 물론 나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가족’이라는 단어에 가슴 뭉클해지고 따뜻함을 느낄 것이다.
그러고 보면 ‘가족’이라는 말에 눈물이 고일 수 있다는 건 참 멋진 일인 것 같다.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감사하는 일이든 가족을 사랑하는 만큼 내 가슴 속에서 흘리는 사랑의 눈물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