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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a Mar 18. 2018

#27. 서로가 서로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브슬라마♡

제3부 모로코의 우스떼다(Teacher) - 12. 서로가 서로에게

12. 서로가 서로에게 감사함을 전하며브슬라마     

  

마지막 수업을 한 후 며칠 뒤에 시민의 집의 종업식 파티가 있었다. 모로코의 유치원 종업식은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춤추고 노래하며 4시간가량 장기 자랑을 하고, 모두가 지친 상태에서 끝이 나곤 한다. 그러다 보니 종업식 때 선생님과 아이들, 학부모가 서로에 대한 인사도 없이 장기자랑만 보다가 지쳐서 집에 간다. 


이런 종업식이 못내 아쉬웠던 나는 서로가 서로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종업식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마지막 종업식이 있기 일주일 전에 현지인 선생님들에게는 각 반의 아이들에게 줄 작은 편지를 써달라고 부탁하였고, 아이들과는 1년간 열심히 가르쳐준 선생님에게 감사 편지를 쓰는 시간을 마련했다. 


비록 글씨를 못 쓰는 아이들이 많았지만, 글씨가 안 되면 그림으로 선생님에게 줄 감사의 선물들을 만들었다. 현지인 선생님들 역시 모두 종업식 준비에 바쁜 와중에도 아이들에게 줄 편지를 만들어 왔다. 특히 6세 반 레일라 선생님은 동생과 함께 박스 골판지를 잘라 하트를 만들고, A4 종이를 붙여 편지를 만들어 그녀의 정성과 마음에 또 한 번 감동하기도 했다.     


선생님에게 줄 감사의 편지를 쓰는 아이들
 감사의 편지를 쓰고 해맑게 웃는 아이
7세반 쉐마 선생님에게 줄 감사의 편지를 쓰고 해맑게 웃는 아이

  

이렇게 만들어진 아이들의 감사 편지에는 예쁜 꽃들과 해, 별, 집, 과자, 케이크 등 선생님에게 주고픈 동심의 선물들이 가득 담겨있었다. 또 편지와 글씨를 쓸 수 있는 7세 반 아이들은 삐뚤빼뚤 불어와 아랍어로 ‘선생님. 감사합니다. 사랑해요.’를 적기도 했다. 


이렇게 모인 60개의 감사 편지들은 반 별로 모아 표지를 만들어 현지인 선생님들에게 줄 책자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와 함께 각반 아이들이 나에게 쓴 60개의 편지 역시 사랑의 책자가 되었다.     

현지인 선생님에게 쓴 아이들의 감사편지
나에게 쓴 아이들의 감사편지
아이들의 감사편지(왼쪽이 따따 소피아, 오른쪽이 현지인 선생님 쉐마)
완성된 총 6권의 감사 편지 책들

    

서로가 서로에게 주는 감사의 편지와 함께 아이들에게 뭔가 특별한 선물을 더 주고 싶었다. 그래서 사진기가 없어 사진 찍는 일이 어려운 아이들과 학부모를 위하여 지난 1년간 아이들과 함께 찍은 단체사진을 각 2장씩 아이들과 기관장, 유치원 원장, 현지인 교사에게 주기로 했다. 그러고는 서둘러 사진관에서 사진들을 현상했다. 


사진 뒤에는 미래에 만날지도 모를 내 사랑 꼬꼬마들을 기대하며, 내 이름과 이메일 주소도 적어 넣었다. 이렇게 완성된 사랑의 선물들은 예쁜 편지봉투 속에 하나 둘 완성되어 갔다. 현지인 교사가 아이들에게 쓴 편지들과 단체사진, 그리고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쓴 감사편지까지.      


아이들에게 줄 카드 선물을 준비해온 레일라 선생님 편지들
아이들의 이름 목록을 보며 아이들에게 줄 선물들을 준비하는 모습(사진 뒤 이메일 쓰기)


 브슬라마 ♡     


드디어 학기의 마지막을 장식할 종업식 날이 되었다. 한 달 동안 열심히 준비했던 노래와 율동, 댄스, 연극까지 자신의 아이들이 올라올 때마다 손바닥을 치며 환호하는 학부모들 앞에서 아이들은 너무나 멋지고 늠름하게 하나 둘 선을 보였다. 


멀리서 지켜보는 나 역시도 물개박수를 치며 고생한 아이들을 응원했고, 사랑스러운 꼬꼬마들의 기특한 모습들을 사진과 동영상에 담느라 분주했다. 그리고 모든 장기자랑이 끝나고, 드디어 반 별로 준비한 선물과 편지들을 현지인 교사와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자리를 가졌다.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학부모들과 아이들은 작은 선물을 받고는 너무나 기뻐했고, 선생님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자신의 집에 꼭 와야 한다고 약속에 약속을 하며 감사함을 전했다. 


종업식 날 5세 반 아이들의 ‘곰 세 마리’ 공연
종업식 날 7세 반 아이들의 ‘동네 한 바퀴’ 공연
6세반 ‘비행기’ 공연을 마치고 레일라 선생님과 함께

   

정신없이 종업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몸은 땀과 함께 지쳐 힘이 없었지만, 가슴 속에는 지난 1년간 내가 받은 60명 아이들의 순수한 사랑과, 현지인 선생님 그리고 학부모들과 함께 교감했던 특별한 시간들이 맴돌며 한 편의 영화가 되어 흘러갔다


이 특별한 만남은 영원히 내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먼 훗날 우리의 꼬꼬마들이 성장하여 사진 뒤에 적힌 이메일로 기쁜 소식을 전할 날이 어서 빨리 왔으면 좋겠다. 인샬라.      


종업식 날 아이들에게 사진과 편지 선물을 전달하는 모습
종업식 날 메리엄 선생님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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